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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속임수..전년비 vs 전기비

  • Analysis
  • 2012-06-24 07:15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경제지표의 변동을 측정하는 등락률에는 크게 전년동기비와 전기비 두 가지가 있다. 전년동기비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지금의 수준이 어떠한 지를 판단하도록 돕는다. 전기비는 바로 전달, 또는 전분기에 비해 지금의 상태를 나타낸다.

◇ 2008년초 인플레이션 국면 당시의 오류

지난 2008년 3월초의 일이다. 1월중 3.9%에 달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비)이 2월 들어 3.6%로 낮아졌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왔다.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 상한선 3%를 웃돌기는 했지만, 전달에 비해서는 둔화됐다는 이유로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정부 역시 3%대 중반의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느긋해하며 금리인하 압박을 지속했다.

하지만 정부와 시장은 실제 물가상황을 오판하고 있었다. 전년동월비 수치가 낮아지긴 했지만, 2월 소비자물가의 전월비 상승률은 0.4%에 달했다. 전년말부터 시작된 물가의 고속 상승이 이어졌던 것으로, 그 속도가 이어진다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5%에 육박하게 된다.

[그림1]2008년소비자물가등락률추이(자료:한국은행)ⓒ글로벌모니터

[그림1]2008년소비자물가등락률추이(자료:한국은행)ⓒ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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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월비 0.3% 이상의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 연간 물가상승폭은 3%대 중반을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물가 안정 목표치를 감안할 때 전월비 0.1%는 안정세, 0.2%는 안정적 오름세, 0.3%는 오름세, 0.4%는 급등세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연율환산" 항목 참조.

물가는 이후 4월까지도 전년동월비 4%선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전월비의 폭등세는 멈추지 않고 지속됐다. 전년동월비 소비자물가는 결국 5월 들어서야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정부에서는 그제서야 비상이 걸렸지만, 물가의 고삐가 풀린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었다.

◇ 전년동기비와 전기비의 속임수..국면전환 판단의 어려움

전년비와 전기비 등락률의 추세는 크게 봐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좁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가 자주 있다. 전년비가 둔화됐는데 전기비는 확대된다거나, 반대로 전년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기비는 둔화되기도 한다.

전년비와 전기비의 이같은 불일치는 주로 국면의 전환 지점에서 흔히 나타난다. 경제지표를 분석할 때는 국면의 전환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지표는 오히려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는 것이다. 경제의 국면전환 여부를 파악하기가 까다로운 것은 이 때문이다. ※ 보다 상세한 설명은 아래 "전기비는 모멘텀을 보여주는 선행지표" 항목 참조

다시 [그림1]을 보자. 인플레이션 폭풍이 휘몰아치고 지나간 2008년 하반기. 8월 들어 소비자물가 전월비 상승률은 돌연 -0.2%로 뚝 떨어졌다. 그 다음달에도 전월비 상승률은 제로(0) 수준에서 횡보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해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4%대를 넘는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로 정책대응(긴축)에 나섰다가는 큰 일을 내기 십상인 모호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 전년동기비의 한계..기저효과 때문

전년동기비는 지난해 이 맘때와 비교한 현재의 수준을 나타낸다. 그러나 비교대상인 지난해 이맘때의 경제가 강했다면, 현 상황 역시 강하다 하더라도 전년동기비는 약하게 나오기 십상이다. 반대로 지난해 이 맘때가 약했다면, 현 상황 역시 약하다 하더라도 전년동기비가 높게 나올 수 있다. 이 것을 두고 기저효과(base effect)라고 부른다.

[그림2]상저하고의성장속도를보인Y연도와,일정한성장속도를유지한그다음해의경제지수ⓒ글로벌모니터

[그림2]상저하고의성장속도를보인Y연도와,일정한성장속도를유지한그다음해의경제지수ⓒ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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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2]에서 Y연도의 경제는 전형적인 상저하고(상반기에 약하고 하반기에 강한 경제) 현상을 나타냈다. 상반기의 전기비 증가율은 계속해서 0.1%의 저속에 그쳤지만, 하반기에는 속도가 대폭 빨라져 꾸준히 0.8%의 전기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음해인 Y+1년도 들어 경제는 12개월 내내 전기비 0.3%의 증가속도를 기록했다.

이 경우 2년간의 경제를 반기별로 살펴보면 "약세 → 초강세 → 안정세 → 안정세"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전년동기비는 착오하기 쉬운 지표를 나타낸다. Y+1년 상반기는 "확대", 하반기는 "둔화"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안정세"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2월 물가지표 해석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도 기저효과 때문이었다. 비교대상인 2007년 2월의 물가가 높게 올랐던 탓에 그 것과 비교한 2008년 2월의 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둔화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2008년 하반기의 경우는 정반대다. 11월 들어 물가가 전월비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전년동월비가 2월의 인플레 상황보다 높게 나온 것은 ①물가가 이미 아주 높은 수준에까지 올라간 상황인데다 ②비교대상인 전년 동월의 물가가 횡보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탓이다.

[그림3]2007년연중물가수준의변화에따라2008년물가의전년동월비상승률도영향을받게됐다.(자료:한국은행)ⓒ글로벌모니터

[그림3]2007년연중물가수준의변화에따라2008년물가의전년동월비상승률도영향을받게됐다.(자료:한국은행)ⓒ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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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비는 모멘텀을 보여주는 선행지표..우선 분석 대상

전기비 등락률은 원지수 그래프의 기울기이다. 기울기는 속도를 의미하며 경제의 모멘텀을 나타낸다. 전기비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원지수가 보다 빠른 속도로 가팔라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는 해당지표의 모멘텀이 강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원지수와 전년동기비의 절대 수준이 높다고 하더라도 전기비 수치가 낮아지고 있다면 원지수의 증가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통계에서 원지수의 절대 수준은 모멘텀이 먼저 일정부분 축적된 이후에 기조적으로 변동한다. 모멘텀을 나타내는 전기비 지표의 움직임을 통해 원지수의 국면전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경제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감소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하면 조만간 경제가 증가세로 돌아설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아래 [그림4]를 보면, 경제성장 국면이 지난 2009년 1분기에 들어서면서 급반전했음을 알 수 있다. 전분기에 -4.6%에 달했던 전기비 성장률이 2009년 1분기 들어서는 +0.1%로 돌아선 것이다. 전기비 성장률은 2009년 2분기 들어 2.5%로 뛰어 올랐다. 경기회복세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전년동기비로 측정했다면 비관론의 오류에 빠지기 쉬웠을 것이다. 전년동기비 성장률이 2009년 1분기에 -4.2%로 더 추락한 뒤 2분기에도 -2.1%의 후퇴를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4]2007~2010국내총생산(GDP)증가율(자료:한국은행)ⓒ글로벌모니터

[그림4]2007~2010국내총생산(GDP)증가율(자료:한국은행)ⓒ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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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비의 연율 환산

대부분의 전기비 등락률은 계절조정치를 사용한다. 분기별, 월별 경제 성적표는 계절적 특성을 크게 반영하기 마련인데 이를 제거하지 않고 비교한다면 상황을 오판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년 2월은 졸업생들이 대거 취업전선에 뛰어 들면서 실업자 수가 급증하는 패턴을 보인다. 실제 노동시장의 환경은 악화된 게 없는데도 이같은 계절요인을 무시하고 1월 수치와 비교한다면 "실업대란"으로 오인하게 될 것이다.

다만, 물가는 소비자나 기업의 실제 체감정도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계절조정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가가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것도 계절조정치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라고 하겠다. 계절적 요인 또는 불규칙 요인으로 인해 물가가 올랐더라도 이후에는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비 등락률은 연율(年率)로 환산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의 경제지표는 대부분 월별, 분기별 지표를 연율로 바꿔서 본다. 이 속도의 등락세가 계속될 경우 연간으로는 어느정도 등락할 것인지를 확대해서 보는 것이다.

연율로 환산하려면 월간지표는 12제곱, 분기지표는 4제곱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M월의 계절조정 지수가 100.0이고, M+1월의 계절조정 지수가 100.2인 경우, M+1월의 전기비 증가율은 0.2%이다. 그리고 M+1월의 연율환산 증가율은 (100.2/100)을 12제곱한 뒤 1을 빼고 100을 곱하면 된다. 즉 2.4266%이다.

Q분기의 계절조정 지수가 100.0이고, Q+1분기의 계절조정 지수가 100.2인 경우, Q+1분기의 전기비 증가율은 0.2%이다. 그리고 Q+1분기의 연율환산 증가율은 (100.2/100)을 4제곱한 뒤 1을 빼고 100을 곱한 값, 0.8024%이다.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의 연율환산치를 쉽게 구하는 방법도 있다. 분기지표는 4를 곱하고, 월간지표는 12를 곱하면 된다. 예를 들어 M월의 전기비 증가율이 0.2%이면, 연율 환산치는 대략 (0.2%x12) 즉 2.4% 쯤 된다. Q분기의 전기비 증가율이 0.2%인 경우, 연율 환산치는 대략 (0.2%x4) 즉 0.8% 부근이라고 보면 된다.

[알기쉬운 경제지표]

☞ 통계는 변덕쟁이..①계절요인과 불규칙요인

☞ 통계는 변덕쟁이..②추세변동, 순환변동, 물가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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