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Editor`s Letter]"우리도 깜놀했다"는 美 연준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9-19 오전 7:04:12 ]

  • 일각에서 잔뜩 기대하던 이른바 'QE-lite' 또는 'Soft QE'가 18일 무산됐다. 이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알리는 성명서에는 그와 관련된 언급이 일절 없었다.

    그러나 이 무산에는 '일단'이란 표현이 붙는게 옳겠다. 조만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늦어도 다음회의 때에는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25bp 금리인하를 결정한 FOMC는 향후 추가인하 여부를 시사하지 않았다. 백지로 남겨두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더 내릴 가능성은 활짝 열어 두었다.

    기대가 컸던 입장에서는, 대차대조표 이슈와 관련해서는 좀 실망, 금리정책 전망에 관해서는 약간 더 실망했을 듯하다. 이것이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2년물 수익률에 각각 반영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연준 기조는 시장이 기대하고 예상하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파월 연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심하고 덤빌 생각은 아직 없다.

    *아래는 최근 부상한 이른바 'QE-lite' 이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이전 기사들입니다.

    ☞ 주목할 만한 양적긴축(QT) 조기종료 복안(2019.1.11)

    ☞ 양적긴축(QT) 조기종료의 when, where, how(2019.2.22)

    ☞ 양적긴축(QT) 더 앞당겨 끝낼 필요성(2019.4.30)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QE가 아닌 "mid-cycle adjustment"의 대차대조표 버전(version)

    미니 QE가 이날 무산된 것은 준비가 되지 않았던 탓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단기시장에 압박을 가한 요인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면서도 "시장의 반응이 그토록 강할 줄은(단기금리가 그렇게 튀어오를 줄은) 몰랐다. 놀라웠다"고 남의 말 하듯한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속사포처럼 읽어 내려갔다. "적정 지급준비금 수준은 불확실하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6주간, 확실히 다음 회의에서는 유기적인 대차대조표 확대를 언제 재개하는 게 좋겠는지 측정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당장은 레포 입찰을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땜질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 레포는 기본적으로 만기가 하루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준수요가 다시 가라앉을 때까지는 리볼빙 수요가 계속해서 기본에 깔릴 수 있다. ☞ 관련기사 : 美 연준, 이틀째 긴급 유동성 투입 …750억달러로 규모 커져

    올 들어 여러 차례 깊이 다뤘듯이, 연준은 애초에 위 그래프의 ④지점에서 지급준비금 감소 추세를 멈추고 싶었다. 지준 수요곡선의 수평선이 끝나는 ③으로부터는 제법 멀찍이 떨어진 지점, 그래서 "수평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연준이 시장을 운영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통화정책 수행을 증진하기에 충분한 지준 버퍼를 제공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 ④지점에서 정확히 멈추기 위해서는 ③지점을 정확히 추정해 내는 게 긴요하다. 그래서 거기에 "충분한 버퍼"를 더한 값이 지급준비금 감소 추세가 멈추는 곳이다.

    그러나 연준은 실패했다. 이번 주 들어 나타난 미국 단기자금시장의 요동은 지준이 이미 ③지점까지 대폭 줄어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즉, 연준의 양적긴축은 아쉽게도 '오버런(over-run)'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우선은 이를 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③에서 ④지점으로 지준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국채 단순매입(outright purchase) 공개시장조작(POMO: Permanent Open Market Operations)이 필요하다. 이날 관련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모건스탠리는 이 규모가 1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몇 주에 걸쳐서 입찰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1차 대차대조표 확대에 해당한다.

    제2단계는 지준 규모를 '유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를 다시금 늘리는 공개시장조작을 해야 한다. 1단계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시장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규모가 성장해 나감에 따라 지준에서 현찰이 계속해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이 규모가 월간 90억달러 페이스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았다. 파월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듯하다"고 말한 "유기적 대차대조표 확대(organic growth of our balance sheet)"가 바로 이것이다.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현찰화폐는 최근 1년 사이에 약 800억달러 늘었다. 달러 현찰화폐에 대한 수요는 주로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신용카드의 일반화, 온라인 거래의 활성화 등에도 불구하고 전혀 둔화하지 않고 있다. 우리처럼 평범한 서민들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엉망이 된 연방기금금리 회랑(corridor) 구조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이른바 'QE-lite'가 시급해졌음을 방증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연준 스스로가 만들어주었다. 부수적인 정책금리들을 이번에 조정하면서 기존의 '연방기금금리 회랑(corridor)' 구조가 엉망이 되었다.

    이날 FOMC는 초과지준 예치금금리(IOER)를 30bp 인하했다. 정책금리보다 5bp 더 내렸다. 전에도 그랬듯이 이는 시장 연방기금금리를 좀 더 끌어 내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양적완화 시행에 따른 광대한 초과지준의 발생으로 인해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로 단일 금리가 아닌 목표범위제를 운영했다. 이 구조에서 IOER은 원래 시장금리 상한선으로 기능했다. 시장금리가 그 위로 오르면 은행들이 초과지준을 빼내 대여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위 그래프 ①국면)

    그러나 이후 시장금리는 IOER과 동일해졌고(위 그래프 ②④국면), 지난 3월부터는 IOER을 넘어서 버렸다(위 그래프 ③국면).

    이런 전개과정에서 연준은 일단 지준공급을 늘리기보다는 IOER을 끌어 내렸다. 시장금리가 변동 허용범위 상단에서 좀 더 낮은 쪽으로 물러서도록 하기 위한 유인조치였다. 이번에도 동일한 조치가 추가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IOER만 1.80%로 추가인하할 경우 역레포(RRP) 금리와의 격차가 5bp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IOER은 은행에 적용되는 중앙은행 예금금리이고, RRP 금리는 비은행에 주는 예금금리이다.

    시장의 연방기금금리가 5b 더 인하된 IOER을 따라 내려오면 RRP와 거의 차이가 없어진다. 그러면 비은행 기관들은 신용리스크가 존재하는 연방기금시장을 떠나 차라리 완벽히 안전한 RRP에 자금을 운영하려고 들 것이다. 그러면 단기자금시장은 극도로 경색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FOMC는 이번에 RRP 금리도 5bp 더 내려 1.70%를 만들었다. 이는 FOMC가 설정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 하단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리 회랑의 하단을 지켜주던 RRP 금리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

    이렇게 엉망이 된 회랑을 복구하려면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뉴욕 연준은 내일(19일) 아침에도 750억달러 규모의 하루짜리 레포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흘 연속이다. 오늘 나간 자금 규모와 동일하므로 전액 차환에 해당하며, 순공급은 없다. 이렇게 매일 하루짜리로 돌려막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대차대조표 재확대 필요성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근거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번 주 단기자금시장 금리 급등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는 연준 그 자체가 기존 지준 정상화 계획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증명하는 가장 분명한 근거일 수 있다.

    대차대조표를 다시 늘리기 위해서는 시장의 생리를 정확히 파악해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에 깜짝 놀랐다고 한 파월 의장은 앞으로 6주간 연구를 통해 많이 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준비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유기적 대차대조표 확대'를 두고 계속해서 'QE-lite' 또는 'Soft QE'란 이름을 붙여 시장을 펌프질 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QE를 해야할 정도로 경제가 심각하다는 증거'로 읽힐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기대와 우려 모두를 적절히 잘 불식하는 게 연준으로서는 매우 긴요하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