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Editor`s Letter]트럼프의 연준 전시동원령(戰時動員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5-15 오전 6:56:03 ]

  • ⓒ글로벌모니터

    14일 뉴욕증시가 열리기 한 시간쯤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 번 시장에 화제를 던져 주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전시동원(戰時動員)할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경제 시스템에 화폐를 펌프질(해 투입)할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아마도 금리를 내릴 것이다. 지금도 지고 있고 앞으로도 지게 될 기업들을 보전해 주기 위해서다. 만약 연준이 그에 "맞대응"한다면, 게임은 끝나버릴 것이다. 우리가 이긴다! 어떤 경우에도,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 통화당국이 돈을 풀어 기업충격을 완충하는 것은 미국으로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주권행위이다. 문제는 이것이 위안화의 약세를 불러 일으켜 관세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게 똑같은 돈풀기 "맞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달러에 대한 위안화 약세 노력을 무력화할뿐 아니라, 미국 국내 금융환경을 완화함으로써 전쟁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요구가 일반적인 완화정책 주장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이 전시(戰時)는 아니지만, 만일 때가 온다면 중앙은행은 그렇게 동원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우리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며" 어쩌구하는 소리를 입에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戰時에는 자칫하면 지휘관으로부터 즉결처분을 받을 수 있다.

    중앙은행이 전시에 동원된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예외를 찾는 것이 훨씬 더 쉬울 것이다.

    지난 2차대전 당시 연준은 정부의 전시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국채 고정수익률 제도를 시행했다. 미리 정한 수준 이상으로 이자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채권을 사들였다. 오늘날 일본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수익률곡선 통제정책(YCC)의 모델이다.

    ⓒ글로벌모니터

    "인플레이션이 이미 오르고 있다"고 중앙은행의 누군가가 말한다면 이를 매파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비둘기 신호라고 해석해야 할까?

    전통적인 관찰법에 따르면 전자에 해당할 것이나, 요즘은 그 '전통'이란 것들이 온통 무용지물인 뉴노멀 시대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부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가 이미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윌리엄스 총재는 "만일 관세가 더 인상된다면 그 영향은 훨씬 커질 것이다. 관세들이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게에서 지불하는 가격을 통해 그걸 체감할 것이며 이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위쪽으로든 아래쪽으로든 정책이 기울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면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의 결정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측정하고 궁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윌리엄스 총재의 말과는 달리 기존의 관세는 아직 물가지표에서 뚜렷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석유류 제외 수입물가는 전월비 0.6%나 급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하락 모멘텀이 유지되는 중이다.

    관세부과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이러한 수입물가 디스인플레이션은 상당부분 트럼프 관세공격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에 기인한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관세충격을 상쇄해주는 동시에 중국 등에 대한 미국의 관세공격을 무력화한다.

    물론 그 관세율이 25%로 높여지고 거의 모든 수입품으로 적용대상이 확대된다면 윌리엄스가 지적한 것처럼 게임의 차원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래서 또한 트럼프가 연준 전시동원을 시사한 것이고, 윌리엄스는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한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팩트들(facts)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꿉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What do you do sir?" (존 메이너드 케인스)

    윌리엄스 총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 앞서 공개한 스위스 콘퍼런스 연설문을 케인스의 유명한 말로 시작했다. 연설문의 제목도 아예 "팩트들이 바뀌면…"으로 잡았다.

    그는 연설에서 인구추세의 변화와 생산성의 저하에 따른 저성장 및 저금리 환경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새로운 팩트들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에 우리가 알았던 것을 다시 생각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강하고 안정적인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재강구해 미래를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누차 거론되어 왔듯이, 중앙은행이 가진 수단의 종류와 크기는 과거보다 훨씬 줄어 있으며(낮은 정책금리, 불어난 대차대조표 등), 이로 인해 미래의 침체 뒤에는 회복이 더디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미달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 내려 저물가와 저금리를 심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게 윌리엄스 총재의 설명이다.

    그리고 미국의 경제는 지금 (윌리엄스 총재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부정적 충격을 받을 위험에 놓여 있다. (윌리엄스 총재가 연설에서 말한) "새로운 팩트들에 부합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긴절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그 "새로운 접근법"의 하나로 윌리엄스 총재는 연설에서 "국가부채 관리에 관한 정부의 결정을 더욱 더 통화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꼽았다. "재정의 자동적인 경기 안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윌리엄스 총재는 "경기 침체기에 재정당국은 국채발행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감으로써 중앙은행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를 보강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제법 독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이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고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진폭을 완충하는 안정화 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재정정책과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윌리엄스 총재는 재정의 역할을 "자동적 안정화"에 국한하면서 "중앙은행 QE를 지원하는 듀레이션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협력(cooperation) 및 공조(coordination)을 주창하는 것인데, 벤 버냉키 전임 의장은 연준 이사 시절에 이를 "inter-dependent" 중앙은행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서로 다른 나라들끼리도 협력을 하는데, 같은 나라 안의 독립적 기관들끼리 힘을 모으는 게 뭐가 문제냐며 "정부에 대한 중앙은행의 협조적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 관련기사 : 아베노믹스 성공의 조건…②벤 버냉키 version

    ⓒ글로벌모니터

    진통이 잦아진다는 것은 출산이 임박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날 아침부터 연준의 "맞대응"을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루이지애나 LNG 공장에서 "약간의 양적완화만 하면 미국 성장률이 5%에 달할 수 있다"고 연준을 다시금 압박했다.

    한 때의 "새로운 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크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이날 웹캐스트에서 연준 정책은 지금 파월 의장 하에서 "유동체 같다(policy fluid)"고 말했다. 어디로든 정처 없이 정책이 흘러간다는 뜻에서 한 말로 들린다.

    군드라크는 "관세가 미국 경제 그림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6개월 안에 리세션에 빠질 확률이 30%, 12개월 안에는 50%에 달하며, 24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도래할 확률은 엄청나게 높다(extremely high)"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 국채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이후 가장 낮다"고 지적하며 "미국 국채시장이 달러화 약세(downturn)에 엄청나게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과 채권의 변동성이 두 배로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