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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양적완화(QE)의 상시화?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2-12 오전 5:22:41 ]

  • ⓒ글로벌모니터

    메리 데일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양적완화(QE)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중요한 질문 하나가 있는데, 양적완화를 우리의 정책수단 목록에 늘상 넣어 둘 것인가(always be in toolkit)에 관한 것이다. 언제든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둘 것인지, 아니면 양적완화라는 게 정말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제로금리 하한에 도달해 다른 수단은 쓸 게 없는 경우에만 동원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 발언을 다루면서 블룸버그는 "대차대조표가 연준의 정규(regular) 정책수단이 될 수 있음을 데일리가 시사했다"고 제목을 달았다.

    데일리 총재는 이렇게도 말했다.

    "여러분들은 이런 상황을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금리정책을 주된 수단(primary tool)으로 삼고 대차대조표는 부차적인 수단(a secondary tool)으로 두되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것 말이다."

    메리 총재가 거론한 QE에 관한 이 원칙은 "상시적인 양적완화"와는 뉘앙스가 다르다. 드러난 발언에 충실해 해석하자면 "필요한 경우 QE를 지체없이 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준비해 두자(readiness)"는 쪽에 가깝다.

    물론 데일리 총재의 발언은 '정책금리가 제로에 도달하기 이전에라도 QE를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기도 하다. 혹독한 한파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경우에 금리인하와 QE를 동시에 가동하면 부양력이 배가될 것이니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지금 공식적으로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연준이 지난 2017년과 지난달에 각각 발표한 '대차대조표 정상화 계획' 시리즈는 모두 그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QE 발동 요건을 '제로금리 하한에 도달한 경우'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만일 미래 경제환경이 단지 연방기금금리 인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요구한다면 위원회는 대차대조표의 규모 및 그 구성을 조정하는 것을 포함해 위원회가 보유한 모든 정책수단들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FOMC 대차대조표 정상화 계획 중)

    ⓒ글로벌모니터

    양적긴축이라고들 불리는 대차대조표 정상화 계획에 착수할 당시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은 "페인트 마르듯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채권 축소는 결코 "양적긴축"이 아니며, 그 자체로 통화정책 기조에 어떠한 영향도 없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다.

    즉, 현재 대차대조표 정책은, 적어도 긴축쪽 방향에서는, 연준의 공식적인 정책수단집(toolkit)에 들어 있지 않다. 대차대조표를 줄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정책기조 긴축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준 정상화계획은 거듭해서 "금리를 변경하는 것이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는 주된 수단(primary means)"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는 "필요한 경우 QE를 쓰겠다"는 천명에도 불구하고 완화쪽으로의 양적 정책 역시 공식적인 정책수단집(toolkit)에서는 배제되어 있는 인상을 준다.

    이는 향후 QE가 금리인하와 동시에 필요한 긴급한 상황에서 기민한 정책대응을 어렵게 하는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미리 바로 잡아 두자는 논의가 지금 이뤄지고 있다는 게 데일리 총재의 말로 들린다.

    그런데 연준이 QE를 '부차적인 수단(a secondary tool)'으로 공식화해 두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7년에 대차대조표 정상화 계획을 설계하면서 우리는 액티브한 정책수단을 두가지로 갖지 않도록 하는데(not having two active tools of policy) 유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2013년 테이퍼 탠트럼에서 배운 게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헷갈리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글로벌모니터

    '대차대조표 정책을 부차적 수단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두자'는 논의는 연준 내부에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토론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이 '대차대조표 정책의 정규 수단화'는 다른 논의들과도 맞물려 그 필요성이 부상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전에 소개했던 보유채권의 만기 조정 가능성이다.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여섯명의 위원들은 연준의 채권 포트폴리오 비중을 단기물 쪽으로 이동시켜 놓자고 주장했다. 그러면 나중에 필요한 경우 보유채권 만기를 다시 늘림으로써 손쉽게 부양기조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보유채권 만기 장기화는 이른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OT는 정책금리가 제로하한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동할 수 있는 대차대조표 정책이다. OT는 대차대조표의 크기를 늘리지 않은 채(money print를 하지 않은 채) 통화환경을 부양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 전형적인 양적완화(QE) 정책은 제로금리 하한에 도달한 뒤에나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금리가 제로를 현저히 웃도는 상황(예를 들어 1.00%)에서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시장의 초단기금리가 중앙은행의 목표 밑으로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준은 대규모 초과지준을 허용함과 함께 목표금리 '범위제'를 운영하고 있기에 제로 하한에 도달하지 않고도 QE를 시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돈을 풀면 풀수록 정책금리 목표범위의 하단 기능을 하는 역레포금리 아래로 시장금리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의 양적긴축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목표금리 상단 역할을 하는 초과지준 예치금금리(IOER)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과 동일한 이치다.

    오퍼레이션트위스트 여력을 미리 확보해 두자는 이 주장은 원칙적으로 매파적이다. 금리인하 여력을 확보해 두기 위해 미리 금리를 올려 놓자는 논리와 동일하다. 연준이 보유채권 만기를 줄이면 시장의 듀레이션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포트폴리오의 다른 곳에서 위험을 줄여야 한다.

    ⓒ글로벌모니터

    그런데 당장은 이 '逆오퍼레이션 트위스트(reverse OT)'에 완화적인 측면도 내포되어 있다. 연준이 단기채권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되면, 재무부의 단기채권 증발로 인해 발생했던 자금시장의 긴축압박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phenomenal 재정부양책으로 인해 미 정부는 단기채권 발행을 대거 늘려야만 했다. 이러한 공급충격으로 단기국채 수익률이 뛰어 오르자 레포 금리도 함께 상승했다. 그러자 은행들이 준비금 운용을 레포시장으로 돌렸다. 연방기금시장에서의 자금공급이 축소되자 실효연방기금금리(EFFR)가 뛰어 올라 연준 정책금리 상단인 IOER에 붙어버렸다.

    물론 연준이 QT를 하지 않았다면 단기시장 유동성이 지금처럼 빠듯해지지는 않았을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재무부의 단기채 대량발행이 'QT의 과잉긴축' 논란으로 비화하게 되었다. "페인트 마르듯이" 쥐도 새도 모르게 진행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재무부의 단기채 증발과 과도한 유동성 축장은 무엇보다 통화정책을 교란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그 필요성으로 보자면, 연준은 재무부의 교란에 대응해 대차대조표의 규모와 구성을 수시로 조정하는게 바람직할 수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상시적인 대차대조표 정책'에 가깝다.

    문제는, 재무부발 교란을 중화하는 이런 상시적 대차대조표 정책이 커뮤니케이션에 교란을 일으킨다는데 있다. 정책기조를 긴축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조정을 놓고 다양한 해석과 오해를 할 소지가 있다.

    연준의 조정이 실제로는 의도와 달리 통화환경 자체에 변화를 야기할 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연준이 물밑에서 진행 중인 대차대조표 관련 논의는 이렇게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매파적 동기에서, 비둘기적 동기에서 제각각 주장이 나올 수 있고, 한 쪽으로의 설정이 다른 쪽에서의 설정을 유발하거나 허용할 수가 있는데, 하나를 건드리자면 결과적으로 복잡다단한 조정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혼란스럽다.

    그래서 손을 대면 댈 수록 판이 커지기 마련인데, 안타까운 것은, 중앙은행들이 아직 양적정책의 파급효과를 제대로 알 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 것 말고는 달리 마땅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으며, 그 남은 수단 마저도 갈 수록 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구조는 복잡해져 코스트 또한 높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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