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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ly Brief]Road to Ruin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7-09-14 오전 7:20:18 ]

  • 오늘치 nightly도 먼 길을 돌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오른다는 것이냐, 내린다는 것이냐가 궁금하다면 중간을 건너뛰고 마지막 줄을 보시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한반도 관련 발언을 자세히 읽어보면, 그는 단기적으로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단지 배제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 가능성이 매우, 그것도 극히 높다고, 아마도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다만 그같은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마도 이같은 판단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달러/원 환율이다.

    ⓒ글로벌모니터

    USD KRW weekly

    ⓒ글로벌모니터

    일봉상으로나 주봉상으로 달러/원 환율은 삼각 수렴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조만간 상/하 중에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옵션 포지션 상으로는 위다(원화 약세).

    USD/KRW RR(Risk Reversal) 추이

    ⓒ글로벌모니터

    Risk Reversal은 옵션 거래에서 동일 만기 외가 양매수 포지션을 지칭한다(외환거래에서 흔히 나타난다). 이 포지션은 콜/풋 모두 외가 매수를 취함으로써 어느 한쪽으로 가격이 크게 움직일 때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투자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콜에 보다 중점을 둔 것으로, 흔히 합성 롱 (synthetic long) 포지션이라고도 불린다. 외환 거래에서는 환율 상승(이 경우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에 배팅할 때 많이 쓰인다.

    현재의 USD/KRW RR은 지난 2013년 1-7월 수준에 이르렀다. 당시 달러/원 환율은 1050원대에서 1150원대까지 뛴 바 있다(약 9% 절하).

    2013년 초중반의 원화 약세폭을 기준으로 한다면, 만일 이번에 원화 약세가 나타난다면, 아마도 달러당 1230대까지는 상승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시장에서 이같은 포지션이 나타났을 때는 가격이 양방향 모두 급격하게 움직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점이다.

    즉 외가 양매수 포지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급격한 원화 강세와 뒤이은 급격한 원화 약세가 잇따라 발생할 수도 있다(순서가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삼각 수렴형을 벗어나는 최초의 움직임은 fake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같은 원화 약세가 반드시 한반도 사태와 관련이 있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컨대 달러/멕시코 페소 환율을 보자.

    ⓒ글로벌모니터


    페소 환율도 주봉상 작은 삼각 수렴을 구성하고 있다. 챠트 상으로만 본다면 페소화 약세폭이 아마도 원화보다도 더 클지도 모른다. nightly가 이제까지와는 달리, 한반도 무력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푸틴의 발언 말고도 다른 정황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최근의 미국 증시 조정 목소리가 너무 잦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8월부터 예고되었으며, 그 시기는 많은 전략가들이 9월 말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컨대 오메가 펀드의 레온 쿠퍼만은 13일 "증시는 어느때라도 7-8%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으며, 국채는 버블이다"고 말했다.

    국채와 주식 가운데 어는 것이 버블이고, 어느쪽이 먼저 터지느냐에 대해서는 지루한 논쟁들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큰 문제가 안된다.

    문제는 트리거이며, 타이밍이다. 타이밍은 모든 시계 바늘들이 9월 말을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선 FOMC (19-20일)과 미국 옵션만기일이 지나고 연준의 balance sheet reduction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때이며, 9월말부터 분데스방크가 다시 독일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릴 예정이며(아마도 핑계는 지나친 유로화 강세이거나, 혹은 독일 총선 결과가 예상 밖으로 현 집권 기민/기사당 연합의 부진이거나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스티브 멀베니 미국 예산국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세금 감세안은 오는 25일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모든 이벤트들이 9월말에 몰려 있다. 시기상으로는, 위의 이슈들 가운데 하나만 삐끗해도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쿠퍼만이 말한 것은 좀 다른 것이다. '어느 때라도'(anytime). '어느 때'는 예정된 이벤트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즉 돌발적 사건의 가능성을 말한다.

    그런데 이 돌발성이 연준의 정책이거나 미국의 재정 문제(감세안을 포함하여)를 통해 표출되기에는 현재 미국 정치권의 상황은 너무나도 순조롭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를 다시 만났으며,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감세안 의회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게다가 길거리 나팔수 스티브 배넌이 "이 사람 민주당 당원인가?'하는 의아함이 들 정도로 민주당 노선에 동조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즉 미국 정치권에서 '판'은 이미 놓여졌다. 여기서 사고(이벤트)가 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게다가 금융 시장의 어느 측면이 자산 가격 하락을 촉발하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만일 크레딧 쪽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때는 증시보다는 국채 시장과 회사채 시장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런데 지난달 말에 미네아폴리스 연준의 닐 카슈카리 총재가 한 말이 영 마음에 걸린다.

    그는 "주택 시장 버블이 터지는 것보다는 증시 버블이 터지는 것이 경제에는 덜 해롭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은 크레딧 시장에 사고가 생기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국채 시장에는 별 변고가 없는데, 증시만 조정받아야 하는 조건을 따져보면, 그것은 경제 외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난 한 달 동안 경제 지표들은 부진하기는 했지만, 당장 세상이 망할 정도로(그 정도는 되어야 5% 이상의 미국 증시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암울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금융 이벤트가 생겨서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역시 미국의 크레딧 시장에는 영향을 미친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tail risk로 한반도 이슈와 중국발 크레딧 크런치를 들고 있다(중국의 부실 채권 문제가 몹시 심각해지고 있다).

    이 중에서 중국발 credit crunch는 미국 채권 시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위안화가 고작 3% 절하되어 시장을 경악에 빠뜨렸던 지난 2015년 8월의 예를 생각해 본다면, 중국발 리스크는 증시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게다가 중국은 당 대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넌은 갑자기 중국에 대한 유화 제스쳐를 취하면서 무역 전쟁은 피할 수 있다느니 11월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기대한다느니 따위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지난 2015년 가을 이후 가장 큰 규모인 20억 달러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대충 미-중 관계는 주고 받는 선에서 타협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무엇을 받았을까? 무역 전쟁은 어차피 프로파갠더 이상의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이 얻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배넌이 북미 물밑 접촉(backdoor deal)을 옹호한 것으로 보아서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배넌의 발언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북미 대화는 양자간 대화라기에는 상대방이 너무 많았다".

    즉, 최소한 북한에서 나오는 미국에 대한 협상 목소리(협상 창구)는 단일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에는 향후 노선에 대한 상이한 견해들이 존재하며, 이로 미루어 볼 때, 김정은의 권력은 아직 확고부종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필자는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했다고는 전혀 보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조차도 군부는 완전 장악하지 못한채 죽었다).

    북한 내부 사정은 정보는 제한적인 반면에, 외부로 알려진 내용들의 신뢰성은 너무나도 의심스럽기 때문에 판단이 불가능하다.

    중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제한적인 한반도 위기 사태는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푸틴이 시사한 것도 바로 이같은 상황이었다.

    물론 이는 최종적으로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 따라서 외부자의 눈으로는 더 이상의 분석은 불가능하다.

    다만 원화 환율(그리고 다른 신흥시장 환율까지 포함하여)은 양방향 모두로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 뿐이다.

    쇼트셀러(공매도) 전문으로 유명한 짐 챠노스가 "미국 셰일 오일 및 가스 투자자들은 망하는 길(road to ruin)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그는 월가의 미국 셰일 산업에 대한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셰일 오일 섹터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건 새삼스러운 이슈가 아니지만, 월가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새삼스럽다. 그리고 문제다.

    그런데 만일 이같은 리스크 시나리오가 전혀 실현되지 않는다면, 즉 트리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될까?

    미국 증시는 전고점을 넘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은 공매도를 먹고 살기 때문에. 숏 포지션 청산만으로도 간단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며 FOMC까지는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그 다음은 그 때 가서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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