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뉴욕증시의 급락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입니다. 이에 GFM투자연구소 이진우 소장이 글로벌모니터에 급하게 정리한 원고를 보냈기에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당사의 팟캐스트 방송인 '이진우의 중구난방'에서도 앞으로 자주 언급될 내용들이 많아 보입니다. 변동성 커진 시장에서 대응해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주말(2월 2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하였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는 전일 대비 665.75p(-2.54%), 반올림하여 666 포인트 하락하였다. 요한계시록(13:18)에 기록된 666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명쾌하게 해석해내지 못한 비밀로 남아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섬찟한 숫자로 여기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 숫자는 2007년 10월 1,576p에 달했던 S&P500 지수가 미국發 금융위기로 급락에 급락을 거듭한 끝에 2009년 3월 666.79p에서 바닥을 치면서 인구에 회자되기도 하였다.
이번 다우지수의 낙폭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12월 1일(-679,95p … -7.70%)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고, 하락률 기준으로는 2016년 6월 이후 가장 심각했다. 뉴욕증시 시황은 대부분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기업 실적은 좋다고만 들어왔는데, 희한하게도 주가 급락 다음날에는 실적부진 운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월 고용지표가 너무 좋아(☞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년대비 2.9%나 올라 시장 예상치 2.6%를 훌쩍 올라서며 2009년 6월 이후 최대 상승폭 기록) 향후 연준의 금리인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는 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증시 급락의 이유가 단 몇 줄의 설명으로 설득력을 얻을 정도는 아니다. 설명하는 자마다 각자의 논리로 접근하지만 이 사람(혹은 이 매체) 저 사람(혹은 저 매체)의 설명이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단숨에(즉,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가 좋아지는데 주가는 급락이라니…… 그토록 연준이 오매불망 기다려온 고용시장의 회복에 따른 임금상승 압력의 고조, 그리고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회복 가능성이 지표로 확인되는 시점에 막상 주가는 급락으로 치닫다니……
필자와 같은 차트쟁이(chartist)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 옛날 천자문(千字文)을 배우기 시작한 학동들이 서당에 나간 지 며칠 만에 접했던 변하지 않는 진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天地玄黃) 우주는 넓고 크다고(宇宙洪荒) 배운 다음에 바로 나오는 일월영측(日月盈昃;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은 차면 점차 기운다)…… 즉, 주가가 빠질 만한 때가 되어 빠졌고 이번 급락은 여느 때와는 달리 꽤 깊은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美 다우존스 지수 일간차트]
다우지수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1월 효과(January effect)를 톡톡히 누렸지만 월말에 이르러 추세 반전의 조짐이 보이더니 2월 2일에 기어이 급락세를 맞이하였다. 위 일간차트에서 보면 오랜 기간의 상승 추세 끝에 나타나는 '소멸 갭(exhaustion gap)' 및 그로 인한 '섬 꼴 반전(island reversal)' 패턴이 관찰된다.
[美 다우존스 지수 주간차트]
주간 차트에서는 지난 2월 2일로 끝나는 주간의 주봉이 장대 음봉이 되면서 기술적 분석 교과서에서 추세반전 시그널로 분류하는 '하락 장악형(Bearish Engulfing)'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의 폭발적인 증가는 작금의 주가 상승세 와중에 주식을 사는 세력도 급격히 늘었지만 지금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보고 매도에 나선 세력도 급증했기에 가능한데, 이는 곧 고점에서 물린 세력들이 상당하고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면 손절에 나서야 할 세력들도 제법 많이 대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조지표인 MACD에서는 상승추세에 피로감이 묻어나고 있고, RSI는 극단적 과매수(over-bought) 국면에서 이제 하락세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美 다우존스 지수 월간차트]
월간차트로 눈길을 돌려보면 이번 고점은 금융위기 당시 낙폭의 2.618배에 해당해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공부한 사람들은 누구나 무릎을 칠만한 그림이 되고 있다. 단기 이동평균선과 중장기 이동평균선 간의 이격도가 너무 큰 데에다 월간차트에서 저토록 오랜 기간 RSI나 스토캐스틱 지표가 과매수 구간에서 옆으로 기고 있었으니 2월 들어 나타나고 있는 음봉은 1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美 다우존스 지수 월간차트]
이쯤 되면 향후 다우지수의 조정 폭은 어느 정도에 달할지 미리 짐작해 볼 필요가 있다. 위 월간차트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어 있다. 초록색 점선은 그나마 다행스러운데, 금융위기 이후 상승폭의 38.2% 피보나치 조정 비율에 그치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점의 지수에서 하락이 멈추는 경우다. 그러나 고동색 점선은 숱한 시장참여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는 시나리오로서 금융위기 이후 상승폭의 61.8%를 토해내면서 금융위기 직전의 고점에서나 하락세가 멈출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량 지표도 찝찝하게 다가오는데, 하락 추세의 바닥에서 대량거래가 터지듯이 지난 1월의 폭발적 거래 증가도 통상적으로 상투 지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독일 DAX 30 지수 일간차트 및 월간차트]
위 두 개의 차트는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급락이 미국만의 문제에 기인한 것은 아님을 방증한다. 독일 DAX 30지수는 이번 주에 들어 추가하락으로 치달으면 일단 일간차트에서 이중 천정(double-top) 패턴이 완성되면서 추가 하락을 각오해야 한다. 월간차트에는 아직은 가설에 불과한 파동을 임의적으로 메겨보았다. 금융위기 이후 상승 5파가 완료되었다면(☞ 기술적 보조지표에서 관찰되는 '매도 다이버전스'로 보아서는 그럴 가능성이 제법 농후하다) 장단기 이동평균선들이 이제 확산 국면에서 수렴 국면으로 접어드는 고통스러운 조정 국면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美 국채수익률(10년물) 장기 추이]
[美 Yield curve 추이]
시장은 그 동안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든 국채수익률로 대변되는 시장금리의 상승이든) 금리가 오르는 것에 대해 너무 겁을 내지 않고 있었다. 또한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의 평탄화(flattening) 과정에서 편하게 벌어들이는 수익에 너무 도취되어 있었다. 이제 '기술적으로는' 오를 일만 남아 보이는 美 국채수익률을 다시 주저앉히기 위해 연준이 발휘할 수 있는 신공(神功)은 무엇일지, 혹은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낼 정치.경제적 모멘텀은 무엇으로 나타날지 궁금한 시점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입춘(立春)을 지나자마자 벌어지고 있는 이번 증시 급락장에서 섣부른 저가매수나 물타기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이나 원자재 시장에서도 차티스트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차트들이 여기저기에서 관찰되고 있지만,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 하겠다. 롤러코스터가 이제 굉음을 내며 지상을 향해 내리꽂는 지점에 도달했다. 안전벨트 제대로 맸는지 다시 확인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