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달라스 연준 총재였던 리쳐드 피셔가 "지난 2000년 이후 미국의 성장은 모두 텍사스의 성장에서 나왔다"고 말했을 때, 그는 아마 미국이 성장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피셔 만이 아니라, 연준의 이코노미스트들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의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이 거창하게 "화석 연료(석탄과 석유)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에너지원을 미국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했을 때, 매우 의아했다.
새로운 에너지원(그것이 태양광이 되었든, 풍력이나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력이 되었든 간에)이 '타산'이 맞으려면 유가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현재 수준의 유가에서는 화석 연료든 대체 연료든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특히 재생 에너지원은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 뒤떨어진다(재생 에너지 한 단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많은 화석 연료가 소요된다).
인류가 환경이나 자원 고갈등을 우려하여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는 경제 체제를 완전히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며(특히 미국과 같은 원자재 생산 국가는 더욱 심하다), 그 과정은 대단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아직도 그같은 체제 전환이 가능하지도 않다(필자는 전기차의 미래를 전혀 믿지 않는다).
그래서 오바마의 '대체 에너지 선언'을 들으면서 첫번째로 든 생각은, "혹시 미국이 정책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었다.
기후 변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지구의 기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태양의 흑점과 인간들의 활동이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의 활동은 단지 산업화의 결과로서의 화석 연료 소모로 인한 CO2의 발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숲의 파괴와 가축의 대량 사육으로 인한 분뇨 및 트림에서 나오는 CO2가 더 많다.
현재 지구 대기에 CO2 발생을 가장 많이 야기하는 것은 바로 가축이며, 이는 인간의 '고기욕심'에 기인한다.
만일 오바마가 '채식주의'를 국가 정책 과제로 선택했다면, 지구 온난화 대책으로서는 차라리 수긍이 갔을 것이다.
기후 변화 테제는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새로운 산업 개발을 위한 '정치적 슬로건'에 지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도대체 얻어지는 것은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과연 미국은 텍사스주의 석유 산업 붕괴 뒤에도 성장이 가능할까? 거의 순수한 의미에서의 '서비스 산업'만으로 생존이 가능할까?(군대도 서비스업이다).
시장은 몹시 회의적이다. 블룸버그통신 기사에 제시된 챠트는 시장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보여준다.
미국 S&P500 지수와 유가의 상관도(correlation)
지난 204년 7월 유가 하락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시장이 ECB와 연준의 통화정책 차별화, 즉 달러화 강세를 예측하던 시기), 유가와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즉 유가가 하락하면 증시에는 좋은 것(net-positive)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같은 인식이 결정적으로 변화한 것은 지난 2015년 6월이었다. 즉 중국 증시 붕괴와 더불어 시장 인식에 변화가 발생했다.
이 때부터는 유가 하락은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그 이후로 이같은 인식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는 유가 하락이 단지 공급 과잉이거나, 혹은 미국 경제에 선순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의 표현이거나, 혹은 경기 침체(수요 둔화)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 섹터 졍크 본드 븡괴가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의 S&P500 지수와 유가 사이의 상관도는 지난 2013년 중반, 즉 미국 경기 강력 개선이라는 기대와 세일 오일 산업이 맹위를 떨치던 그 시점을 이미 상회했다. 즉, 2013년 당시에는 유가 상승이 주가 상승과 동반했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도 더 강한 연계성을 갖고 유가 하락이 주가 하락과 동반한다.
올 초 이후의 미국 증시는 그같은 경향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할 때마다 증시는 급락했으며, 지난 주 수요일 오후 이후의 증시 반등은 유가 반등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
오늘은 WTI가 거의 5% 이상 하락했는데, 물론 지난 저점 이후 거의 20% 이상 상승하여 bull market 영역에 근접했다는 점과 지난 한 주 동안 숏 포지션이 8.4%나 줄어들어 더 이상의 숏 스퀴즈 유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술적, 수급적 측면등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인 ARAMCO 회장이 사우디의 원유 공급 정책에 변동이 없을 것이며 과잉 공급이 사라지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반등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일부에서는 사우디가 미국의 세일 오일 산업을 몰락시키고 그 자산을 헐 값에 매수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지만, 설득력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ARAMCO 회장의 발언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사우디, 이란 교차 방문 이후 혹시 OPEC 정책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확실하다.
오늘은 여기에 골드만삭스가 ice bucket을 들어부었다. 골드만삭스는 원자재 시장에 'super bear cycle'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 덕분에 광산 장비 업체인 캐터필러의 주가가 급락했다.
노무라가 지난 2012년 4월 원자재 수퍼 싸이클이 끝났다고 선언한 이래 시장은 원자재의 바닥이 어딘지 찾고 있었는데 골드만삭스의 주장은 그같은 기대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원자재 사도 되나요?"를 자문하고 있었던 Nightly로서도 근본적으로 판단을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원자재 super bear market의 출현은 국제 경제 질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며, 선진국과 신흥시장 사이의 분업 체계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외환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신흥시장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장기간의 강세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새로운 조건의 출현은 선진국과 신흥시장별로 각각 국내 산업 재편을 강제하며 특히 신흥시장에서는 정치적 격변이 동반될 것이다.
텍사스 얘기로 돌아오자. 25일 발표된 달라스 연준의 1월 제조업 지수는 부진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었다.
시장 예상치 -14.5, 전달치 -21.6을 모두 크게 하회한 -34.6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10월 수준이다. 생산은 12.7에서 -10.2로 무려 22.9 포인트나 하락했으며, 고용도 10.9에서 -4.2로 15.1이나 하락했다. 출하도 18 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전망도 -24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 텍사스주의 몇개 카운티의 지역 신문을 한번 검색해 본적이 있었는데, 당시 판단으로는 텍사스주의 본격적인 경기 침체는 11월 중에 발생했다.
그런데 막상 11월 달라스 연준 지수는 -4로 10월보다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고, 12월에서야 급락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각 지역 연준이 발표하는 soft data는 실제 경기 상황과는 약 한 두달 정도의 지체 현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기업들이 실제 경제 상황은 계속 나빴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생산, 고용, 주문을 감축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달라스 연준 제조업 지수의 하락은 에너지 경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설문 조사에서는 전 산업에 걸쳐 경기 침체가 발생한 것으로 응답하고 있다), 텍사스 주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산업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다만 이제는 국지적으로 에너지 섹터의 부진이 다른 산업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신호가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지난 4분기 기업 실적을 발표한 물류회사인 Pacific Unions나 CSX 등을 보면, 지난 6년간 미국 경기 회복의 두 축이었던 자동차와 주택 관련 제품의 소비는 아직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 부진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최소한, 미국에서 통계수치를 제외한 현실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달라스 연준 지수의 급락과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0.5% 내외의 소폭 하락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Weekly에서 증시 반등폭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고 전망한 것은 올 초 이후 증시 급락을 '정리'하는 정책 관료들과 시장의 언어들이 매우 특이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왜 급락이 발생했는지 몰라서 허둥지둥했지만, 지난 주 후반 이후의 발언을 보면, "중국의 경제 성장 전망은 변함이 없다"(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잭 류 미 재무장관),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금융적 이유 때문에 하락"(벤 버냉키 전 의장), "펀더멘탈을 무시한 하락"(월가 이코노미스트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발언들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지난 하락장이 펀더멘탈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즉, 미국이나 중국의 경기 침체 전망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이들은 시장 하락을 순전히 '공포'(심리)의 문제로 돌렸다. 이같은 분석이 사실이냐와는 별개 문제로 이들이 하락을 '심리' 문제로 결론내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심리 문제라면 심리적 안정을 통해 치유된다. 그리고 그 심리적 안정은 위기의 전파 경로인 '환율'(달러 엔 환율, 달러 위안 환율 및 달러화 대비 신흥시장 통화 환율)을 일정한 밴드 내에서 안정화시키면 얻어진다.
그래서 정책 관료들의 발언을 보고 두가지를 가정했다.
첫째는 달러/엔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면, 이는 중앙은행들의 공조 개입의 흔적이라고 보아야 한다(central bank put의 재가동).
둘째, 만일 이같은 외환 시장 안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은 반등할 것이며, 이 반등의 배후에는 정책 관료들의 교통정리가 있었으므로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며,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 지표에 의해 도전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이같은 판단을 유지한다.
가장 중요한 힌트는 버냉키의 발언에서 있었는데, 그것은 이 하락이 '금융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버냉키는 더 이상의 구체적 발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금융적 이유가 무엇인지는 불확실하다.
표면적으로는 위안화 약세에 따른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러나 BIS의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4월의 bund trantrum(swaption skew)의 파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파생시장에서의 '이슈'가 전체 크레딧 시장에 파장을 불러왔고 그것이 처음에는 유로존 증시와 국채 시장, 그 다음에는 미국 증시(미국 증시 고점은 지난해 5월 19일이었다), 그리고 중국 증시 버블 붕괴로 연쇄적으로 퍼져나간 뒤에 최종적으로 위안화 절하라는 외환시장에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BIS가 비교하고 있는 지난 2008년 12월의 경험을 본다면, 시장 파장은 당시에는 3개월 이상 지속되었다(2008년 모든 투자자들을 항복시킨 마지막 폭락은 이 시기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해결한 것은 QE와 제도 수정(mark-to-model로의 회계 규정 변경)이었다.
그에 반해 이번 유로존의 swaption skew 파동에서는 연준이 9월 금리 인상을 한차례 연기한 것 이외에는 중앙은행들의 다른 조치가 없었다.
ECB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추가 완화책을 수행했으며, 이것이 지난 12월 2차 파동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파생시장에서의 이슈가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인지 불확실하며(연초 급락으로 보아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ECB나 혹은 BOJ의 추가 조치가 없다면 세번째 파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만 캐피탈의 카일 바스가 '신흥시장의 매도는 아직 6회'라고 밝힌 것도 이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지난 8월 위안화 절하 이후 파장이 진행되는 주기가 약 2-3개월 간격이기 때문에 ECB의 다음 회의(3월 초)까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지만, 막상 3월이 다가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이 기간 중의 또 다른 이슈는 졍크 본드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으며, 다른 섹터(투자 등급 및 신흥시장 국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별도의 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weekly에서 미국 자금 시장의 이상 현상을 언급했는데, 그것 이외에도 금 값의 추이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일반적인 디플레이션 환경이라면, 금 값은 상승할 이유가 없다.
금 값의 이유없는 반등은 시장에 아직 노출되지 않은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만일 외환시장이 안정적일지라도 금 값이 크게 상승한다면, 시장이 3월까지도 안정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 일본은 지난 12월 중에 142억 엔(12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8% 감소했으며, 추입은 18% 감소했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대 중국 수출은 8.6% 감소했으며, 미국 수출도 3.4% 감소했다. 반면 유럽 수출은 3.1% 증가했다. 이 지표 자체는 큰 중요성이 없지만, 이 지표에 대한 일본 이코노미스트의 코멘트가 흥미롭다.
"일본 중앙은행은 이제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주 통화 정책 회의에서 일본중앙은행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들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엔화 환율은 달러당 115엔까지 초강세가 될 것이며 주식은 폭락할 것이다."(Meiji Yasuda Life Insurance C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Yuichi Kodama)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혹은 지난 회의처럼 시늉만 낸다면) 시장은 정말 울지도 모른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를 더 줄지, 주먹이 날라올지는 일본 문화에 달렸다.
- 이탈리아의 지난해 11월 산업 판매는 전달 대비 1.1% 감소했다. 글로벌 제조업은 지난해 9월에 완전히 꺾였으며, 11월에는 그 속도가 매우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지난 12월 도매 물가는 전달 대비 0.7% 하락했다.
독일의 IFO 비즈니스 환경 지수는 예상치 108.4를 하회한 107.3을 기록했다.
- 영국의
지는 Ernst&Young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증시 상장 기업 가운데 313개 업체가 지난해 실적 전망을 하향하여 지난 2008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EY는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충격이 다른 섹터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UBS는 미국 연준의 개입 없이는 증시가 지속적인 랠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이 자국 은행들에게 원자재 파이낸싱을 제한토록 지시했으며, 영국의 철강 산업의 조업 축소 및 공장 폐쇄가 전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25일 한국의 POSCO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이같은 해외에서의 생산 중단 움직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공급 축소가 얼마나 더 진행될지, 수요가 증가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철강업계의 치킨 게임에서 사상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아야할 것이다. 결국은 언제가는 디폴트의 물결이 세상을 덮칠 것이다.
유동성이 사라지면 누가 속옷을 안입었는지 드러나지만, 동시에 그 유동성이 사라지면 그 다음에는 디폴트의 해일이 닥친다. 속옷도 안입고 물에 빠져 죽으면 두 배로 억울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