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나의 금을 나에게 다오"

  • Analysis
  • 2013-03-25 20:56
  • (글로벌모니터 김헌수 기자)
실물 금 찾기 운동(?)이라도 벌어진 것일까. 독일 중앙은행이 올해 초 미국 연방준비은행 및 프랑스 중앙은행에 맡긴 금을 받아오기로 한데 이어 스위스는 미국이 보관하고 있는 금을 되찾기 위한 국민투표가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텍사스주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안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텍사스주립금보관소' 설립을 목적으로 한 이 법안은 미국내 두번째로 규모가 큰 사학연금인 텍사스주립대연금펀드 소유의 금 10억달러 어치를 뉴욕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찾아오는 것을 겨냥한 것. 텍사스주립대연금펀드는 지난 2011년 4월 뉴욕의 금괴보관소에 보관중인 금 10억달러어치를 찾아올 것이라고 밝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실물 금을 찾으려는 이 같은 움직임과 반대로 독일 최대은행인 ABN-amro는지난 주말 오는 4월1일부터 투자자들에게 금을 비롯한 귀금속의 실물을 내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작금의 금융시스템이 붕괴할 징조'라는 둥, '내어줄 금이 없기 때문'이라는 둥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다.

실물 금을 손에 쥐려는 이유는 첫째, 그 존재의 모호함이다. 전세계적으로 금을 누가 얼마나, 어디에 쟁여놓고 있는지는 잘 드러나지않고 있다. 대부분의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식적으로 금 보유량을 발표하지 않으며, 각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 보관중인 장소도 베일에 가려 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소재로 많이 등장한 미국 켄터키주 소재 '포트녹스'가 그나마 알려진 장소이지만 이곳에 얼마나 많은 금이(그것도 실제로) 존재하는 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입법안을 추진중인 텍사스주 의원 지오바니 카프리질리오네(공화당)은 "인증서는 필요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금을 원한다"고 말했다(텍사스주는 분리독립을 희망하는 세력이 강해 금괴보관소 설립 추진 역시 이 같은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음).

민간 소유의 금은 누가 보관할까? 이 역시 베일 속이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이 런던과 파리, 뉴욕 등지에 보관소를 운영중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금에 투자한 '이유'도 실물 금을 찾으려는 이유다. 텍사스주립대연금펀드 운영회사의 CEO인브루스 짐머만은 당시 "금에 투자한 이유는 통화가치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는 것"이라며 "(QE)로 인해 너무 많은 돈이 풀렸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헤지용이든, 통화 헤지용이든 금은 역사적으로 최후의 보루로 인식돼 왔지만 실물을 손에 쥐지 않으면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인식인 것.

세상이 잘 돌아갈 때는 어디에 있건 통장(증서)가 있으면 찾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지만 그러고 있기에는 너무 불안하다는 것이 아직은 일부이지만 실물 금에 대한 요구로 표출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시스템 붕괴 가능성을 주장해 온 헤이만 헤지펀드의 매니저 카일 바스는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찍어낼 수 없는 금이야말로 진정한 통화"라며 금을 절대 팔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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