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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들의 시간이 왔다..자본시장법 적용 가능할까

  • Korea Monitor
  • 2023-06-05 07:47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폭락 전 주식거래,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할까

폭락 전 주식거래,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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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 임직원들이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발표에 앞서 주식을 매수하여 이익을 본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같은 사실을 포착하고 검찰에 이첩하였다고 합니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해 자문사를 선정한 것은 '21년 4월말입니다. 5월초 매각자문사가 홍 회장에게 한앤컴퍼니를 소개했죠.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측이 최초로 접촉한 것은 5월11일입니다.

5월13일~25일까지 가격 줄다리기가 있었고, 5월27일 주식양수도계약(SPA)를 체결하죠. 자본시장법 상 미공개 정보 이용에 해당하는 시점(정보생성 시점)은 SPA 체결 직전이 될 겁니다. 만약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 간 최초 접촉 무렵 주식을 샀다면 법적으로 미공개 정보 이용금지 위반인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큽니다.

하지만 양자간 협상 타결 무렵 주식을 샀다면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매수시점이 협상 초기였느냐, 타결시점 이었느냐 여부를 떠나 국내 대표적인 사모펀드 임직원들이 인수대상 기업의 주식을 샀다는 그 자체가 도덕적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23년 5월11일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렸습니다. 대형 수주를 공시하기 전 차명으로 회사 주식을 거래하여 이익을 본 혐의였죠. 자본시장법은 회사 임직원이 업무상 취득한 중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거래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20년 1월부터 '21년 9월까지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은 배터리 제조업체 SK이노베이션과 잇달아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회장은 협상의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이 정보를 먼저 알았죠.

수많은 개인주주들이 투자하고 있고 시가총액이 수십조에 이르는 기업의 대주주이자 경영자가 10여억원 차익을 노리고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니 사람들은 쉽게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이었죠. 범행수법도 매우 나빴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단골 자영업자의 계좌를 이용하였고 자식들에게도 주식매수 자금을 제공하였다고 하죠. 회장이 앞장서니 임직원들도 부정한 한탕 행렬에 뛰어들었습니다.

'22년 10월 1심에서 이 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집행유예 5년(징역 3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아 가까스로 감옥행을 피했죠. 이 회장과 검찰측 모두 이에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2년에 벌금 22억,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습니다.

'23년 4월말, 8개 상장기업의 주가가 사흘동안 하한가를 기록하며 대폭락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라고 부릅니다. 그로부터 한달여만인 5월26일 이 사건과 관련한 작전세력 일당이 재판에 넘겨겼습니다.

검찰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호안투자컨설팅 라덕연 대표와 측근 2명에 대해 '19년 5월부터 '23년 4월까지 통정매매 등으로 다우데이타, 서울도시가스,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 시세를 끌어올린 혐의로 구속기소하였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주가 폭락 전 절묘하게 보유 지분을 매도한 대주주 일가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가 폭락 기업의 회장들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여 대량매도에 나섰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라면 대주주 회장들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할 수 있을까요?

주가폭락 사건이 터진 것은 '23년 4월24일입니다. 그 나흘전인 20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본인 소유 다우데이타 지분 140만주(3.65%)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았죠. 주당매도가격은 4만3245원, 총 605억원 어치였습니다.

앞서 17일에는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이 이 회사 주식 10만주(2%)를 주당 45만6950억원(총 456억원)에 매도했습니다. 두 회사 주가는 폭락 사태 사흘만에 각각 1만7220원, 16만1000원으로 하락했죠. '23년 들어 장중 한때 50만원을 웃돌았던 서울도시가스는 5월말 8만원대까지 추락했습니다.

매체들은 대주주 회장이 매도 전에 폭락과 관련한 정보를 획득하였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제174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174조는 3개의 항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항은 회사 내부에서 생성된 미공개 정보에 관한 규정이죠. 예컨대 직무와 관련하여 미공개 정보를 획득한 회사 임직원 또는 이들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얻게 된 제3자가 그 회사의 주식거래로 이익을 얻으면 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BTS(방탄소년단)의 단체활동 중단 사실이 공개되기 전 이를 알고서 자사 주식을 미리 매도한 하이브의 직원 3명이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로 꼬리가 잡혔습니다.이들과 이동채 회장은 모두 174조 1항 위반 사례에 해당합니다.

2항은 미공개 정보를 ‘공개매수’로 한정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A회사는 B회사 주식을 공개매수 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한 업무를 맡게 된 A회사의 임직원 또는 이들로부터 공개매수 정보를 얻은 제3자가 차익을 노리고 주식 등을 거래하면 역시 법에 걸릴 수 있습니다.

김익래 회장은 다우데이타의 임직원이자 대주주죠. 그가 회사와 관련한 악재성 내부 정보를 듣고서 지분을 대량매도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다우데이타 실적이 엄청 나쁘다는 내부 결산정보를 듣고서 주식을 매도했다면 1항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의심하는 것은 김 회장이 누군가로부터, 즉 외부(시장)에서 주가 폭락 정보를 취득했을 가능성이죠.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1항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들에게는 2항 ‘주식등의 공개매수 미공개 정보’ 역시 해당되지 않죠. 그렇다면 그나마 적용여지가 있는 것은 3항 ‘주식 등의 대량취득이나처분의 실시 또는 중지에 관한 미공개 정보’입니다.

A회사는 B회사가 보유한 C회사 지분을 대량취득하여 C회사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하였다고 해 보겠습니다. 취득과 처분 관련 업무를 하는 A회사와 B회사의 임직원, 회사 주요주주로서 권리행사 과정에서 취득 또는 처분 정보를 얻게 된 자나 회사에 대한 인허가 및 감독권 등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게 된 자, 회사와 어떠한 계약체결을 추진하다 정보를 얻게 된 자 등은 대량취득이나 처분 정보를 이용하여 C회사 주식을 거래해선 안됩니다.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은 자도 마찬가지죠. 한앤컴퍼니 직원들에게 적용가능한 조항도 바로 3항입니다.

김익래 회장과 김영민 회장이 174조 3항 위반에 해당하려면 다우데이터와 서울도시가스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누군가가 장중 대량매도에 나설 것이고, 따라서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정보를 받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판례를 보면 대량 보유자와 대량 매도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꽤 구체적이어야 하죠.

앞서 말한대로 두 회장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의 범위에 해당하는지도 중요합니다.

174조 3항과 관련한 대법원의 2017년 10월31일 선고를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A회사 대표는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B회사의 대주주가 경영권 지분을 다른 회사에 넘기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회사 대표는 이 소식을 알고 지내던 대형 의류업체 C회사의 대표에게 전해주죠. 그가 평소 B회사 인수에 관심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류업체 C회사 대표는 B회사 대주주를 급히 만나 협상을 진행했고, 실사 뒤 지분양수도를 하기로 합의했죠. 어느 날 A회사 대표는 입주건물에서 친분있는 C회사 임원을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어쩐 일이냐”는 물음에 C회사 임원은 B회사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실사를 나왔다”고만 답하였습니다.

이후 A회사 대표는 B회사 주식을 매수하였고, B회사 경영권 지분 양수도 공시가 나간 뒤 주가가 뛰자 매도하여 차익을 얻었죠.

검찰은 이를 자본시장법 174조 3항 위반으로 보고 기소하였는데. 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였습니다. 대화 내용이 구체적인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일부 매체에서는 라덕연 대표와 사이가 틀어진 측근 가운데 한 명이 라 대표 일당의 주가작전 등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떠들고 다녔고, 이 사실이 대주주 귀에 흘러 들어갔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작전세력 일당이 다우데이타, 서울도시가스 등 작전기업 주식을 대거 내다팔 것이라는 정보를 라 대표와 등을 지게 된 측근으로부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회장들의 대량 매도의 동기가 전적으로 이런 수준의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면 법적 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툼의 여지가 큰 편입니다.

검찰은 대주주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매도 경위가 자세하게 밝혀질 겁니다. 이제 회장들의 시간이 왔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이 '빵' 하고 새로 터져나올까요, 아니면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려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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