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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 숫자를 건드리면 진짜로 돈이 증가하는 마법의 기업?

  • Korea Monitor
  • 2023-03-31 14:28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SK스퀘어

SK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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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30) SK스퀘어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고, 모든 안건이 다 통과되었다. 눈에 띄는 건 제4호 의안인데, 안정적인 주주환원 확보를 위해 자본준비금 6조9200억 가운데 1조를 감액하여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주총 안건

주총 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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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에는 '자본잉여금'이라는 것이 있다.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였을 때 발생하는 '주식발행초과금'이라는 게 대표적인 자본잉여금이다.

상법에서는 이 자본잉여금 중 일부를 '자본준비금'이라는 이름으로 적립하게 하는데, 누적 자본준비금이 일정범위를 넘어서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자본준비금은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차감요소다. 따라서 이 자본준비금이 이익잉여금로 전환되면 회계상 배당가능이익이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주주환원확대를 위해 앞으로 배당을 좀 더 확대하거나 자사주 매입을 좀 더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자본준비금의 적립이라는 건 회계적으로 적립한다는 것이지 실제 현금으로 적립하는 것이 아니다. SK스퀘어의 자본준비금 누적액 6조9200억이 만약 현금적립액이라고 생각해보라. SK스퀘어는 아무리 못해도 이 이상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회사의 재무상태표를 한번 보자.

SK스퀘어 재무상태표 일부

SK스퀘어 재무상태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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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남짓밖에 안된다. 자본준비금 누적액이라 게 현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준비금 중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1조도 당연히 현금이 아니다. 모든 것이 회계상의 숫자 전환일 뿐이다.

SK스퀘어의 주총 결의에 대한 매체 보도내용들을 보자. 자본준비금 1조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이유에 대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추가투자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경제신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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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매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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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보도내용은 놀랍다. 회계상 이익잉여금 증가는 배당가능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맞다. 그래서 회사가 주주에 대한 배당 지급을 늘리면 어떻게 되는가? 회사의 진짜 현금이 빠져나가니까 보유현금이 줄어든다. 투자를 위한 실탄(현금)은 감소한다는 이야기다.

회사에 현금이 1000만원이 있다. 회사는 해마다 100만원을 배당해왔다. 회사가 자본준비금 300만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다. 실제 현금이 아닌 자본준비금 300만원은 장부상으로 이익잉여금이 되었고 그 결과 배당가능이익도 크게 증가하였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주주에게 400만원을 배당하였다. 회사 보유 현금은 이제 10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줄어든다. 진짜 현금은 감소한다는 이야기다.

배당을 늘리면서 투자를 위한 실탄(현금)까지 늘릴 수 있는 마법을 가진 회사는 이 세상에 없다. SK스퀘어가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것은 주주환원 확대가 될 수는 있어도 투자를 위한 추가실탄 확보는 될 수가 없다.

장부 숫자를 건드린다고 하여 어떻게 현금이 증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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