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마크 카니의 전격적인 귀국 결심

  • Analysis
  • 2016-10-31 06:07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30일 공개된 ABC뉴스의 미국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는 어쩌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린 듯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다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 설문에 따르면 클린턴은 4자 대결구도에서 트럼프를 46대45, 통계상 무의미한 격차로 앞서고 있을 뿐이었다. 양자 대결구도에서도 클린턴의 리드는 3포인트에 불과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이메일에 대한 재조사 착수를 공개하기 전에 실시됐던 종전 설문에서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들 중 60%는 이미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문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지지자의 93%뿐 아니라 클린턴 지지자의 30%조차도 이 부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조사착수 사실이 발표된 지금 힐러리 지지자들의 7%는 '그녀를 찍을 생각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핵심 지지층(민주당원의 13%, 리버럴의 15%)의 동요가 두드러졌다.

어쩌면 이번 조사에 나타난 변화는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 설문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이뤄진 것이다. 즉, 지난 28일 FBI의 재수사 발표 재료는 설문의 일부분에만 반영되어 있다. 미국 대선판이 물 밑에서 얼마나 요동을 치고 있는 지는 28일 이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온 뒤에야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래도 어쨌든 이번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대통령에 더 적합하다'고 답한 비율은 54대36으로 거의 압도적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60%는 '힐러리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런데도 왜 지지율은 여전히 1~3%포인트에 불과한 격차만을 나타내고 있을까? 트럼프가 대통령 '깜'이 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거의 3분의2에 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인기는 왜 여전히 난공불락일까?

해답은 여기에 있다. 이번 설문에 따르면, '당신 같은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누가 더 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46대43으로 대략 타이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경제와 테러리즘, 이민 등 핵심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서 둘은 팽팽하게 접전 중이다.

즉,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에 가까운 미국의 유권자들은 트럼프 개인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트럼프가 던진 '기존의 판을 깨자'는 아이디어의 큰 그림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트럼프의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고착화 되어 가는 곤궁한 현재에 대한 염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종교다. 트럼프는 현실적 고난의 표현인 동시에 현실적 고난에 대한 저항이다. 트럼프는 억압받는 피조물들의 한숨이며, 냉혹한(heartless) 세상에서의 감성(heart)이자, 영혼없는 환경에서의 영혼이며, 대중의 아편이다.

그리고 이 종교는 이미 전세계를 떠돌고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트럼프이며, 두테르테는 필리핀의 브렉시트이다. 그리스의 시리자,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스페인의 포데모스, 독일의 대안당, 프랑스의 르팽은 모두 이 시대의 새로운 종교이다.

그들의 신성모독과 비전통성이 비난을 받을 수록 그들에 대한 숭배는 높아져만 간다. 전통과 예의범절은 현실적 고난, 기성체제 억압의 상징이자 기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바지를 입고 숭고한 의회에 등단하는 것은 새 종교의 가장 적극적인 양법(禳法)이다.

그러나 종교적 지위를 상실하고 표류 중인 영국의 제레미 코르빈과 그의 노동당은 마녀사냥의 프레임마저 선점당해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다. 대신 영국의 보수당은 기민하게 변신했다. '저 마녀에 불을 붙이라'고 대중들을 부추겨 탈출구를 모색 중이다. "당신들의 곤궁과 세상의 불공정은 모두 다 영란은행의 QE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경제 곤궁을 배후 조정해 온 이방인 주술사 마크 카니는 지금 모든 것을 다 내려놓기로 체념하고는 귀국길에 오르기로 결심을 굳힌 모양이다.

영국 선데이타임즈는 토요일판에서 '카니 총재가 테레사 메이 총리실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오는 2018년에 임기를 조기 종료한 뒤 캐나다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카니 총재는 이르면 이번 목요일 기자회견에서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목요일에 영란은행은 통화정책 방향과 함께 분기 인플레이션 전망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카니 총재는 지난해 자신이 자리를 잡았고 가족들도 런던 생활에 만족해 한다며 당초 입장을 바꿔 8년 임기를 다 채울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슈가 표면화된 뒤 카니 총재는 'EU 탈퇴시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해 마치 '反브렉시트' 진영에 선 것처럼 비쳐졌다. 그리고 지난주 발표된 영국 3분기 GDP 서프라이즈는 카니 총재의 비관론을 일소해 버렸다.

이 마당에 과연 누가 영란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시그널이나 물가전망이 함축한 파운드화 정책 시사점을 캐내려 들겠는가. 만약 카니 총재가 '예정대로, 오로지 개인적 사정에 의해, 조기 퇴임'을 밝히게 된다면 파운드는 요동을 치고, 그 나비효과는 전세계로 퍼져나갈 개연성이 있다.

이 나비효과는 종전에 비해 더욱 강력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주술사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시 카니와 같은 사정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즉시 옐런을 해고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카니가 '브리메인(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운동을 위해 국민들을 위협했다("심각한 경기침체")는 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옐런은 오바마 정권 재창출을 위해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죄목으로 트럼프에 의해 정치적으로 기소된 상태이다.

만약 클린턴이 난관을 극복하고 대권을 잡게 된다면 옐런을 구출해 줄 수 있을까? 트럼프의 패배가 현실적 고통의 근거 없음을 입증하고, 클린턴의 아편이 피조물들의 한숨을 무마할 수 있을까?

그러니 이번주 수요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서가 지난해 10월과 마찬가지로 '다음번 회의(next meeting)'를 적나라하게 예고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똑같은 식의 예고를 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역사상 최악의 '포워드 가이던스(자승자박)'로 귀결될 지도 모른다. 선거이후의 금융시장과 경제, 정치환경을 연준이 과연 미리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오는 금요일에 발표되는 미국의 10월 고용보고서 역시 금융시장에게는 역사상 가장 무의미한 지표 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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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각지에 정치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미국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팩트셋 데이터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올해 대박의 성과를 내 온 증시 변동성(VIX) 선물 매도 베팅은 지난 9월초 이후로 21% 감소했다. 대신 지난 25일까지 한 달 동안 변동성 매수에 베팅하는 ETF로는 8억22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변동성 매도 베팅 ETF에서는 3억26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하지만 대표적인 변동성 매도 ETN인 XIV의 가격은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년 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변동성 매수 ETN의 대표격인 VXX는 역사상 가장 낮은 가격 수준*을 형성 중이다.

* 변동성 매수 포지션은 옵션 청산일에 다가갈 수록 시간가치를 잃게 되며, 더 높은 시간가치를 갖는 익월물로 롤오버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변동성 매도 포지션은 더 높은 시간 가치를 파는 식으로 롤오버를 반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변동성 매수와는 다른 장기적 추이를 보이게 된다.

[이번 주 글로벌 경제 주요 일정]

- 31일(월)

▲ 미국: 9월 개인소득/소비지출/PCE물가지수, 10월 시카고 PMI.

▲ 실적발표: 로우스.

▲ 기타: 9월 일본 산업생산/소매판매, 10월 유로존 소비자물가(HICP, 잠정치), 3분기 유로존 GDP(1차 집계), 9월 브라질 재정수지, 중-불 외무장관 공동 기자회견, 중-벨기에 정상회담(베이징), 말레이시아 총리 중국 방문.

- 1일(화)

▲ 미국: FOMC(~2일), 10월 Markit 제조업 PMI(최종치), 10월 ISM 제조업지수, 9월 건설업지출, 10월 자동차 판매 실적.

▲ 실적발표: 코치, 데본에너지, 길리어드, 일루미나, 노블에너지, 옥시덴탈피트롤리엄, 화이자, 파이오니어내처럴리소시즈.

▲ 기타: 10월 일본 제조업 PMI, 10월 중국 국가통계국 제조업/서비스업 PMI, 10월 차이신 중국 제조업 PMI(최종치), 호주 중앙은행 금리결정,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 결과 및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기자회견, 한국은행 10월 금통위 의사록, 10월 영국 Markit 제조업 PMI, 10월 브라질 무역수지, 잭 류 미 재무장관 연설(영국 옥스포드), 아웅산 수키 일본 방문.

- 2일(수)

▲ 미국: 주간 모기지 대출 신청, 10월 ADP 민간고용, 주간 EIA 석유재고 동향, FOMC 성명서.

▲ 실적발표: 앨러간, AIG, 델파이, 페이스북, 퍼스트솔라, 마라톤오일, 메트라이프, 프루덴셜, 퀄컴, 타임워너, 21세기폭스.

▲ 기타: 10월 영국 주택가격, 10월 Markit 독일/프랑스/이탈리아/유로존 제조업 PMI(최종치), 10월 독일 고용동향.

- 3일(목)

▲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3분기 생산성 및 단위노동비용, 10월 Markit 서비스업 PMI(최종치), 9월 공장주문, 10월 ISM 서비스업지수.

▲ 실적발표: 체사피크에너지, 시그나, EOG리소시즈, 크래프트하인즈, 모토롤라솔루션즈, 스타벅스, 시만텍.

▲ 기타: 9월 호주 무역수지, 10월 차이신 중국 서비스업 PMI, 9월 유로존 고용동향, 10월 Markit 서비스업 PMI, 영란은행 통화정책회의, 브누아 퀘레 ECB 집행이사 연설(미국 하버드), 존 컨리프 영란은행 부총재 연설(미국 시카고).

- 4일(금)

▲ 미국: 10월 고용동향, 9월 무역수지 및 수출입동향, 라엘 브레이나드 연준 이사/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준 총재/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준 총재/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연설.

▲ 실적발표: 듀크에너지, 휴마나.

▲ 기타: 10월 Markit 독일/프랑스/이탈리아/유로존 서비스업 PMI(최종치), 9월 유로존 생산자물가, 비토르 콘스탄시오 ECB 부총재 연설(미국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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