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한반도

  • Analysis
  • 2016-01-06 15:47
  • (글로벌모니터 오상용 기자)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한일 관계는 경제적 측면 보다 안보적 이해관계로 굴러가고 있다. 그 이면에는 미국이라는 조정자가 자리한다. 경색되던 한·일 관계가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정에는 늘 미국이라는 중재자의 사전작업이 있었다.

연말 한국과 일본 사이의 위안부 협상 역시 이 구도 속 어디쯤 자리할 거다. 동북아시아 프론트에서 한·미·일 안보동맹을 한층 공고히 해야하는 미국으로선 오랜 수하(우방)들 사이에 불협화음을 해소해야할 필요가 커졌다. 임기말을 맞은 오바마와 민주당 정권으로선 중동에서 말아먹은 외교정책을 아시아에서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Pivot to Asia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TPP 완수와 북태평양 안보라인 강화로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중국을 포위해 들어가는 對中(대중) 봉쇄의 양상을 띠게 된다.

이 흐름 속에 6일 북한은 불꽃놀이를 했다 - 조선중앙TV는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발표했다. 그 배경이 뭐가 됐든 이 사건이 향후 그리게 될 몇가지 파장은 대충 짐작해볼 수 있다.

위안부 협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외형적 성과(?)를 만든 아베 내각은 안보법안 실행에 이어 헌법개정(전쟁할 수 있는 국가)으로 나아갈 수 있는 외교적 토대를 구축했다고 자평하고 있던 터다 - 주지의 사실이듯 미국은 군비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의 헌법개정을 적극 지원해 왔다.

이러던 차에 발발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아베 신조에게 더 그럴싸한 명분을 제공할 수 밖에 없다. 아베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의 핵실험은 일본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일본은 이를 강하게 비난한다. 북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확히 위반했으며 국제 핵무기 비확산 노력에 심각하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올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내각이 안보 이슈를 한층 더 전면에 내세우는, 즉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교전권"을 역설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북의 도발은 4월 총선까지 반복해서 다뤄질 수 있는 선거 재료다. 사실 이런 대내 이슈 보다 대외 부분에서 나타날 변화가 더 중요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총선을 전후로 한반도 싸드 배치 논의가 재차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오바마로선 `태평양 MD 체제`를 임기내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다 - 그래서 압력을 가해 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이 논의가 물밑에서 혹은 공개적으로 진전돼 나간다면 중국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던 한·중관계가 기묘하게 뒤틀릴 수 있는 국면이며 경우에 따라 한국 경제에 유무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입장에서 북의 도발 이슈는 4월 총선을 끝으로 사그러드는 게 최선이다.

중국은 피곤해졌다.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모란봉 악단의 공연취소에 이어 이번 북의 핵실험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은 어떻게든 인접국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 할텐데 시진핑의 중재 능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국제사회는 주목할 것이다.

물론 상기한 내용은 그려볼 수 있는 몇가지 그림에 불과하다. 북한의 불꽃놀이는 우여곡절 끝에 결과적으로는 4자회담, 혹은 6자회담으로 나아가는 전기가 될 수도 있으며, 한반도 상공에 한층 짙은 한랭전선을 드리우는 기단이 될 수도 있다.

양자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어느 한쪽으로 결과를 예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원치 않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는 만큼 대비는 필요하다.

과거 경험에 근거하면 이번 이슈는 외환시장에 엔화 강세, 원화 약세를 불러오는 일회성 재료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향후 기존 악재들과 맞물려 간헐적으로 변동성을 키울 위험 또한 배제할 수는 없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자 당국의 개입성 달러매물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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