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구로다의 치고 빠지기

  • China/Japan Express
  • 2015-06-16 16:33
  • (글로벌모니터 오상용 기자)
아베 내각이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총재나 엔이 급하게 강세로 돌아서고 증시가 추락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주요 고비마다 달러-엔 환율의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만, 엔진을 꺼트릴 생각은 없다.

16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에 참석한 구로다는 이를 재확인했다.

이날 구로다는 외환시장에 큰 동요를 불러왔던 지난 10일의 `실질실효환율상 엔 추가 약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어디까지는 실질실효환율을 언급한 것이지, 명목환율(시장 스팟 환율)의 전망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 명목기준으로 엔이 더 약세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실효환율은 금융정책과 관련성도 약하다. (지난 10일의 발언은) 금융정책에 뭔가 깊은 의미를 담고 있거나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구로다 하루히코의 발언으로 `추가 완화는 물건너 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대한 해명이다.

예상대로 구로다는 일반론의 뒤에 숨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다. 앞서 `Japan Watch`가 지적했듯 구로다는 민감한 레벨대에서 달러-엔을 한번 누르고 가고 싶었을 뿐임을 이날 인증한 셈이다.

이날 구로다는 환율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재차 정리했다.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 환율이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엔 약세는 수출부문의 수익확대와 주가상승 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반면 비제조업의 비용상승과 가계 실질소득을 억제하는 등 단점도 있다. 미치는 영향은 경제 주체마다 다르다."

지금의 환율 레벨이 경제 전반에 positive인지, negative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가치 중립으로 돌아섰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난 10일의 "엔이 더 약세로 간다해서 경제에 플러스인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 보다는 한발짝 후퇴한 것이다.

구로다의 이야기처럼 가파른 엔 약세는 가계실질 소득을 억눌러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렇다고 엔이 급하게 강세로 돌아서 주가가 폭락하는 것도 저들은 바라지 않는다.

지난 10일의 발언과 이날 발언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것은 `주가 상승`에 대한 구로다의 긍정이다. 실질실효환율 발언 때문에 묻히긴 했지만 지난 10일 발언에서도 구로다는 "금융시장에 거품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늘도 엔 약세의 긍정적 효과로 주가 상승을 꼽았다.

그렇다고 이날 구로다의 해명을 이유로 `당국이 달러-엔의 위를 열어젖혔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저들은 필요한 순간마다 브레이크를 뗐다 밟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당분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날 도쿄 외환거래에서 구로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달러-엔이 123엔 중반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장도 이를 인식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번주 FOMC와 BOJ금융정책회의를 확인하고 가자는 심리가 일차적이다.

1. 초과지준부리율을 통한 출구전략

구로다는 출구전략과 관련해 이날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초과지준부리율 조정도 출구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원론적으로 2% 물가목표를 향해 노력을 경주하는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전제로 "출구전략을 가동할 때는 확대된 일본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조정하거나, 초과지준부리율을 조정하는 것도 논의될 수 있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향후 경기와 물가, 시장동향을 감안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①BOJ 대차대조표 조정이라함은 QQE 테이퍼링을 의미한다. QQE 규모를 줄여 대차대조표 확대 속도를 낮추거나, QQE를 중단해 대차대조표 확대를 멈추는 것이다. 그 이후 단계인 대차대조표 자체를 축소하는 것, 즉 보유중인 국채 등을 매각하는 것은 살아 생전 구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②지준부리율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간 도쿄 금융시장은 추가완화 수단으로써 `지준부리율 인하`를 유망한 도구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이날 구로다는 향후 출구전략의 유망한 수단중 하나로 지준부리율을 언급했다. 이날 구로다의 설명대로라면 당국은 QQE 규모를 현행 그대로 유지한 채 현재 0.1%인 지준부리율을 `인상`하는 것도 출구전략이라고 명명할지 모른다. 이를 통해 시장의 단기금리를 조금 높이면 구로다는 출구를 나섰다고 선언할 요량이다.

③혹은 QQE 테이퍼링과 함께 지준부리율 `인하`라는 조합을 쓸 수도 있다. 기술적 한계로 추가 국채매입이 힘들어졌을 때 QQE 테이퍼링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자 할 때 이러한 조합을 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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