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담보물로서 주식

  • China/Japan Express
  • 2015-06-04 18:22
  • (글로벌모니터 오상용 기자)
중국 자산시장과 금융권에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경향중 하나는 주식을 담보로 한 신용창출과 이렇게 창출된 자금이 다시 투기적 영역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체를 놓고 보면 지난 2년간 훼손된 부동산 담보 가치의 빈 곳을, 주식이 메우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거래는 당사자들을 높은 위험에 노출시키기 마련이다 - 기초자산으로서 주식의 변동성은 부동산과는 비교가 안된다. 물론 중국 경제규모와 전체 금융거래에서 이런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 위험은 아직은 주식시장 변동성으로 머물러 있다.

1. 한능박막

하너지박막필름, 즉 한능박막발전(漢能薄膜發電: Hanergy Thin Film)이야기를 다시 꺼집어내야 할 것 같다. 이 회사의 부채가 얼마나 많은 은행과 신탁회사, 모노라인과 얽혀있는지,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단기급등한 주식을 어떻게 담보로 활용했는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하너지에 돈을 빌려준 은행에는 공상은행 홍콩지점과 광대은행 민솅은행, 그리고 신탁회사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11개 은행 대출에 대해 스탠바이 L/C를 제공했으며 중국개발은행은 크레딧 한도를 열어줬다. 하너지와 자본제휴를 맺은 기업의 보증전문계열사(모노라인)의 경우 하너지가 발행한 회사채에 보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너지는 기본적으로 이들 금융거래에 필요한 담보로 러허쥔 회장의 보유지분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채권단은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담보가치와 채권회수의 안전성 여부를 살피는 중이다.

하너지 주가는 올들어 폭락전까지 500% 넘게 급등했었다. 하너지가 제공한 담보 가치도 자연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하너지는 그림자금융을 통해 추가로 자금조달하기도 했다.

이랬던 주가가 한번 추락하기 시작하면 여러 사람을 놀래키고 만다.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창출된 신용은 일순간 경색되고 마는데, 24분만에 반토막이 났던 한능박막의 주가 만큼 담보가치도 파괴된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과 선전증시나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기업중 얼마나 많은 업체가 이런 식으로 대출을 끌어다 섰는지는 파악이 잘 안되고 있다. 하너지박막의 사례가 아주 예외적인 것일 수도 있고, 이미 보편화된 것일 수 있다.

후자라면 중국 증시 랠리는 `Equtiy Financing`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취지에도 불구,한켠에서는 매우 취약한 구조의 `Debt Financing`을 양산하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담보가치를 끌어올려 은행권 대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500% 넘게 오른 종목들이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너지에 이어 고은금융, 고은지산, 그리고 전날 장중 한때 60% 넘게 하락한 *디지털도메인홀딩스(이 회사는 홍콩기업이다)의 폭락은 불안감의 표출이다.

*4일 재신망에 따르면 디지털도메인의 실질적 오너는 중국 본토의 춰펑이라는 인물로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단기급등한 주식의 배후에 부패사범으로 체포된 중국 본토인사가 있었다는 점은 디지털도메인 역시 하너지 사태의 아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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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진 파이낸싱

주식을 담보로 한 신용창출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영역은 역시 증권사의 마진 파이낸싱이다. 개인들이 보유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다시 주식을 사는 거래다.

상하이와 선전증시를 합쳐 그 규모는 지난달 2조위안을 넘어섰다. 은행권과 신탁회사의 그림자금융 상품을 통해 이뤄진 - 통계로 잘 잡히지 않는 - `그림자 마진 파이낸싱`까지 합하면 5조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기준을 강화하거나, 당국이 신용거래 건전성 감독방안을 내놓을 때 마다 시장이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는 불어난 시가총액이 펀더멘털이 아닌, 레버리지에 기반하고 있어서다. 폰지게임이 중단되거나 위축될 수 있다는 공포는 `달아나라`는 조건반사를 낳는다.

*이런 흐름은 오늘(4일)도 되풀이 됐다. 이날 상하이 종합지수는 장막판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궈셩증권(국성증권)이 ChiNext 등록주식에 대한 마진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는 소식에 장중 5%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은행과 신탁회사들이 최근 판매하고 있는 이재상품과 신탁상품 중에도 주식시장과 공동운명체인 상품이 적지 않다. 우산형신탁처럼 주식시장에 자금을 대거나 간접 이득을 취하는 형태의 상품이 제법 늘었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기존 이재상품과 부동산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증시로 향하는 자금의 이동이 빨라지면서 이들을 붙잡기 위한 상품들이 등장한 것이다. 증시가 추락하는 시점에 원금손실은 불가피하다.

3. 볼모로 잡힌다?

어떤 종류의 자산이든 버블이 끼기 시작하면 여러 갈래로 파생돼 나간다. 이러한 확산 과정은 초기엔 경제에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듯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잠재 위험을 농축시킨다. 여기에 대응하는 중국 당국의 스탠스는 상당히 이중적일 수 밖에 없다. 위험한 거래를 미연에 차단해야 하면서도 시장이 붕괴되지 않게 강약을 조절하고 적절한 밑밥도 던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주식 관련 잠재 리스크들이 빠르게 확대돼 나간다면 당국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증시 버블의 효익이 비용을 넘어섰다고 판단해 적기에 정책방향을 선회할까. 아니면 연쇄반응이 겁나서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다 시장에 볼모로 잡히고 말까.

당장 당국의 처지가 볼썽사나워진 것은 아니다. 지수가 주요 변곡점에 다가설 때마다 당국은 다지고 갈 수 있게 그럭저럭 조정을 유발하고 있다. 당국의 통제가 먹히는 시장이다. 물론 이는 시장 에너지가 살아있기 때문에, 사면 주식은 오른다는 믿음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손쉽다.

당국의 진가는 이 에너지가 소진되거나, 시장의 믿음이 흔들릴 때 비로소 확인될 것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이벤트가 목전에 다가오거나, 중국내 물가흐름이 거칠어진다거나, IPO등록제로 전환해야 하는 순간이 그 기회일지 모른다.

당국은 중국증시 개방으로 유입되는 외국인들에게 지금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떠넘길 수 있다고 기대하는지 모른다. 사실 주식시장내 변동성을 가라앉히려면 개미가 아닌 더 많은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돼야 하는 게 맞다. 당국도 중장기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홍콩과 상하이간 뮤추얼 펀드 교차판매를 허용했고, 자본시장 개방에도 나서고 있다. 다음주 MSCI 신흥국지수 편입여부도 이러한 관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부풀어 오른 밸류에이션과 확대된 변동성은 해외 자금들의 진입에 걸림돌이 되기 쉽다. 거품이 잔뜩 낀 주식을 떠안기는 저들로서도 부담이다. 때문에 효과적으로 이들 자금을 끌어들여 시장의 깊이를 키우려면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후 당분간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친 뒤 금리인하나 지준율 인하, 세제혜택과 같은 당근을 꺼내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원활한 손바뀜이 전개된다면 중국 증시는 좀 더 안정감을 찾으며 랠리의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물론 중국증시가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다는 가정하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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