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무르익는 `조지 H.W. 부시 모멘트`

  • Morning Brief
  • 2015-01-07 06:37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1. Editor's Letter

"OPEC 의장이 밝힌 것은 '절대적인 경쟁' 바로 그 것이었다. 미국 석유산업에 미친 결과는 참혹했다. 실업자가 무서운 속도로 급증했다. 원유시추 장비들이 유전지역 전역에 쌓여 올라갔다. 남서부지역의 금융 인프라는 지진을 일으켰다. 이 지역은 경제공황에 빠져들고 있었다."

지난 1986년 전후 미국 경제의 한 단면이다. 대니얼 예르긴(에너지 경제 분석 및 컨설팅업체 IHS의 부회장)의 명저(名著) <the prize="">는 지금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지난 1980년대 중반의 유가 폭락 드라마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1985년 11월20일 31.72달러에서 정점을 찍은 WTI는 다음해인 1986년 3월말 10.42달러로 곤두박질쳤다. 1986년 4월 텍사스주의 한 주유소는 '갤런당 0달러'에 휘발유를 팔기까지 했다.

폭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OPEC의 결정이었다. 석유수급은 이미 수년전부터 무너져 있었다. 유가는 이미 강한 하락압력을 받고 있었다. OPEC 회원국들은 쿼터를 무시하고 증산경쟁을 펼치고 있었으며, 새롭게 부상한 非OPEC 국가들은 그 경쟁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래서 결국 1985년 12월 회의에서 OPEC은 감산을 통한 가격지지 노력을 포기했다. 원유시장은 오로지 '자유시장경쟁'에만 맡겨졌다. '가격' 대신 '점유율'이란 용어가 키워드로 등장했다.

"OPEC은 이제 회원국들이 필요로 하는 소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정한 세계 석유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1985년 12월 OPEC 회의 코뮈니케)

당시의 유가 폭락세는 미국경제를 부양하는 새로운 동력이 됐다. 소비자의 실질 소득이 극적으로 증가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극적으로 완화시켜 연준의 금리인하를 촉발했다. 플라자합의(1985년 9월)에 따른 달러화 급락세와 맞물려 부양 효과를 배가했다.

그래서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이 모멘텀을 만끽했다. 특유의 '방임주의'를 원유시장에 적용하는데 일절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작지 않은 한 축인 원유산업은 붕괴되고 있었다. 그 위험을 간파한 사람은 정부 안에 드물었다. 적어도 한 사람은 예외였다. 바로 조지 W.H. 부시 당시 부통령이었다. 그는 동부 메사추세츠주에서 나고 자라 예일대학을 졸업한 전형적인 양키였지만, 텍사스에서 석유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 성장한 남부의 정치인이었다.

원유가격이 폭락하면 미국의 석유소비가 다시 급증할 것이고 미국의 석유생산 기반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에너지 안보는 위기에 처할 것이고 무역적자는 급증할 것이다. 적어도 아버지 부시는 당시 미국 정부에서 드물게 그렇게 우려하고 있었다. 석유산업의 붕괴는 자신의 정치고향 경제의 붕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협하는 일로 여겼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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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움직인 것은 WTI가 10달러로까지 떨어진 직후인 1986년 4월초였다. 당시 중동원유는 8달러에도 거래가 됐다. 부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 방문했다. 아흐메디 자크 야마니 석유상과의 만찬에서 부시 부통령은 "유가가 이렇게 계속 낮게 유지될 경우 미국 의회가 원유수입 관세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당시 사우디는 이란 혁명정부의 군사적 위협에 극히 민감한 상태였다. 부시 부통령과 파드 국왕 간의 심야 면담에서 사우디의 군사안보, 미국의 에너지안보 사이에 딜이 이뤄졌다.

그 다음 달인 1986년 5월, OPEC 핵심 6개국의 석유장관들이 '배럴당 17~19달러'의 공정가격과 이 가격을 지지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쿼터제에 합의했다.

그리고 1986년 8월초 폐막된 OPEC 총회는 '18달러'의 공정가격과 쿼터제를 승인했다. 이로써 시장 점유율 경쟁, 가격전쟁은 종료됐다.

당시의 공급과잉과 유가 폭락세의 핵심배경은 멕시코와 노르웨이 같은 非OPEC 국가들의 대규모 증산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동참도 이뤄졌다. 멕시코는 감산에 동의했고, 노르웨이는 더 이상 증산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소련도 생산량을 일평균 10만 배럴 줄이겠다고 했다.

'배럴당 18달러'는 원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황금분할이었다. 소비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상한선이었고, 생산기반이 무너지지 않을 만한 하한선이었다. 무분별한 경쟁과 가격 폭락세로 벼랑끝에 몰렸던 원유 생산자들은 참혹한 바닥을 경험하고 난 뒤였기에 새로운 기준가격에 동의할 수 있었다.

새로운 생산쿼터는 대체로 잘 준수되었으며, 유가는 그래서 상당기간 황금분할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5일,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의 유가 하락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유가 하락세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가는 하루가 다르게 낮은 수준으로 폭락하고 있다. 1986년과 마찬가지로 원유생산 지역에서 유휴 시추장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baker hughes="">에 따르면, 구랍 26일까지 석달간 가동을 멈춘 시추장비는 총 93개에 달했으며, 지난 한 주동안에만 17개가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해 4분기의 시추장비 감소는 5년만에 가장 많았다. 무디스에 따르면 앞으로 석달 간 200개 이상의 시추장비가 나가 떨어질 전망이다.

하이일드 석유회사에 대한 금융지원은 급격히 경색됐다. 관련기업들은 신규투자를 경쟁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원유생산 관련 업종의 실업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텍사스 등 셰일붐 지역이 곧 리세션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가가 일정 지점 밑으로까지 하락하면 그에 따르는 경제충격은 소비부양 효과를 능가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달초에 이어 다시 한 번 그 유가 언더슈팅과 경제효과 역전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의 거울인 주식시장에서 에너지섹터의 폭락세는 여타 부문의 급락세로 파장을 넓혀가고 있다.

30년 전, 그 '일정 지점'은 배럴당 18달러였다. 그 지점은 시장이 아닌 '국가'가 결국 발견하고 결정했다. 그것도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에.

지난 수년간의 셰일오일 붐은 미국의 무역수지를 극적으로 개선시켰다. 달러화 강세 정책의 효익을 마음껏 밀어부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화석 에너지 자립의 원대한 꿈 목전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원유 수출국으로 변모해 석유를 새로운 세계 안보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던 희망도 좌절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원유시장은 슬슬 '조지 W.H. 부시 모멘트'를 향해가고 있다. 자유경쟁 시장에 돌연히 맡겨졌던 가격발견 기능은 다시 정부에게로 넘겨질 수 있다. 매사가 그렇듯이, 그러기 위해서는 무한자유시장이 좀 더 참혹해져야 할 것이다.

30년전 유가 폭락에 제동을 걸었던 미국의 지렛대는 '관세장벽'과 '중동 산유국이 처한 군사적 위험'이었다. 석유가격이 '미국 정부'에 의해 어떻게 턴어라운드할 것인지를 가늠하는데에는 이런 정치적 요소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2. 시장에 영향을 미치거나 관심을 끈 주요 뉴스

- 지난달 미국의 서비스 산업 팽창속도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 6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미국의 서비스업지수는 56.2를 나타냈다. 2005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던 전달(59.3)에 비해 3.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6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58로 둔화됐을 걸로 예상했었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4월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지불가격지수는 49.5로 추락해 지난 2009년 9월이후 처음으로 기준선(50)을 밑돌았다. 원가가 하락했다는 응답기업들이 우세했다는 뜻이다.

신규 수출주문, 수입주문, 주문잔고, 재고 등 모든 세부항목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고용지수는 56.7에서 56.0으로 소폭 하락했다.

소매업과 호텔, 식당 등이 12개 관련산업 중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5개 업종은 12월중 경기가 수축됐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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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Markit이 집계한 미국의 서비스업황은 더 부진하게 나왔다.

Markit의 12월 미국 서비스업 PMI는 53.3으로 전달 56.2보다 2.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2월이후 최저치다. 잠정 집계치 53.6보다도 약간 낮게 나왔다.

지수는 지난 6월 61을 기록한 뒤 6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55.8에서 52.9로 떨어져 지난 2012년 9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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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미국의 공장주문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폭은 예상보다 컸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의 공장주문은 전달보다 0.7% 줄었다. 전달과 감소폭이 같았다. 시장에서는 0.5%로 감소세가 둔화됐을 걸로 예상했었다.

변동성이 큰 운송장비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공장주문은 0.6% 감소했다. 전달(-1.5%)에 비해서는 둔화됐다.

11월중 공장재고는 전월비 0.1% 증가했다. 서부 무역항의 노사갈등까지 가세해 출하는 0.6% 감소했다.

당초 0.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던 내구재 주문은 -0.9%로 하향수정됐다. 당초 보합세로 발표됐던 '非국방 항공기 제외 자본재 주문'은 -0.5%로 낮춰졌다. 이 항목은 설비투자 선행지표로 쓰인다. 설비투자 동행지표인 非국방 항공기 제외 자본재 출하는 0.2% 감소했다. 전달에는 0.9% 줄었었다.

유가 급락세 영향으로 비내구재 주문액 역시 0.5% 감소했다. 11월에는 1.6% 줄었었다.

3. 금융시장 동향

뉴욕증시가 닷새 연속해서 밀려났다. 2013년말 이후 13개월만에 가장 긴 부진이다. 유가의 자유낙하가 계속되면서 에너지섹터는 물론이고 여타 부문으로도 우려감이 확산됐다.

증시는 오후장 들어 자율반등을 시도했으나 장막판 뒷심부족 현상을 드러냈다.

에너지섹터가 1.3% 하락한 가운데 이날은 금융섹터가 1.5% 떨어지면서 약세장을 주도했다. 반면 방어섹터는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배당매력이 높은 유틸리티(+0.12%)와 텔레콤(+0.35%)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필수 소비재는 약보합으로 선방했다.

그리스 불확실성에 미국 경제지표 부진까지 겹쳐 위험회피, 안전선호 흐름이 광범위하게 이어졌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버냉키의 '테이퍼 선언' 직전인 지난 2013년 5월 중순이후 처음으로 1%대로 떨어졌다. 유가폭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락 예상과 ECB의 QE 기대감까지 더해져 장기국채 금리를 끌어 내리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ISM 서비스업 지불가격지수는 지난 2009년 9월이후 처음으로 기준선을 하회, 강력한 물가하락 압력을 보여줬다.

- 다우 : 17371.64(-130.01, -0.74%)

- 나스닥 : 4592.74(-59.84, -1.29%)

- S&P500 : 2002.61(-17.97, -0.89%)

- 달러-엔은 118.68엔으로 떨어졌다. 장중 118엔선 테스트를 모색하기도 했다. Grexit 우려와 유가폭락에 따른 안전선호 심리가 지속된 가운데,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엔화의 저금리 디스카운트가 완화됐다. 숏플레이가 유로화로 쏠리면서 엔숏 모멘텀이 약화됐다. 달러-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달러인덱스는 91.57로 상승했다. 2005년 12월이후 최고치다. 유로가 1.1898달러로 하락했다. 2006년 3월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로-엔은 141.20엔으로 1% 넘게 급락, 2개월 최저치를 나타냈다. 경제 모멘텀이 두드러지게 꺾이고 있는 영국의 파운드는 1.5153달러로 떨어졌다. 금리인상 예상이 후퇴하며서 파운드는 지난 2013년 8월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영국의 12월 서비스업 PMI는 지난 2013년 5월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달러-루블 환율은 이날도 2.6% 급등, 63.2172루블을 기록했다. 반면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 터키 리라 등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남아공 랜드도 약보합세로 선방했다. 중국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호주달러는 0.8095달러로 상승했다.

-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7bp 떨어진 1.96%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이후 처음으로 2%선 아래로 내려갔다. 장중 1.89%로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15일 플래시 크래시 당시에는 1.86%를 찍었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5월이후 가장 낮다. 사상 최저치는 지난 2012년 7월25일의 1.38%다. 30년물 수익률 역시 7bp 하락한 2.52%를 나타냈다. 8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012년 7월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2012년 7월26일의 사상 최저치 2.44%에 바짝 다가섰다. 금리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3bp 떨어진 0.63%를 기록했다. 5년물 수익률은 8bp 급락한 1.49%를 나타냈다.

-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441%로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영국 30년물 수익률은 2.320%로 하락해 역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정부는 10년물 국채를 사상 가장 낮은 1.622%의 금리로 발행했다.

- WTI 2월물은 2.11달러, 4.2% 급락한 배럴당 47.93달러를 기록했다. 나흘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009년 4월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70만 배럴 증가세로 돌아섰을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매물이 계속 쏟아졌다. 브렌트 2월물은 2.01달러, 3.8% 하락한 51.10달러를 나타냈다. 역시 지난 2009년 4월이후 가장 낮다. 브렌트도 50달러선을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브렌트 50달러선은 무너질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일 주간 석유재고 동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왕자를 통해 대독한 성명을 통해 "사우디는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의지로 국가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하락세를 감내하겠다는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 국왕의 신호였다.

- 금값은 3주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그리스 우려와 증시하락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 금 선물 2월물은 1.3% 오른 온스당 1219.4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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