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재닛 옐런 모먼트`를 향하여

  • Morning Brief
  • 2014-06-10 06:07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1. Editor's Letter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지난달 21일 이후 13거래일 중 단 이틀만을 빼고 내리 올랐다. 약세를 보였던 이틀도 하락률은 각각 -0.11% 및 -0.04%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해서 맹렬한 급등세를 탄 것도 아니다.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올라왔다.

최근의 뉴욕증시 랠리는 유동성 장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완화적 중앙은행 정책, 저금리에 대한 기대감과 안도감이 시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그 결과로 S&P500의 멀티플은 12개월 예상 순이익의 16.5배(블룸버그 집계)로까지 팽창했다. 금융위기 직전 강세장의 절정기였던 2007년의 고점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와 기업실적 모멘텀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분기 들어 다시 강해지고 있다. 단지 그저 조금씩 강해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최근의 뉴욕증시는 유동성 장세 중에서도 '골디락스 장세'에 해당한다.

유동성 장세는 '채권에 대한 주식의 상대적 yield 매력' 즉 hunt for yield를 원동력으로 한다. 이 시기에는 투자자는 물론이고 기업들조차도 yield가 낮은 여유 유동성을 버리고, 또는 cost가 낮은 대출을 일으켜 주식을 사게 된다. 즉 이 시기 기업들의 가장 핵심적인 재무활동은 주식매입이다. 그것이 자사주이든 타사주(M&A)이든, 구분은 불필요하다. 기업들은 오로지 상대적으로 더 높은 yield를 얻기 위해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뿐이다.

9일 뉴욕시장에서도 주식매입(M&A) 뉴스가 잇따랐다.

칼 아이칸이 <패밀리 달러>라는 소액 생필품 유통판매 기업을 사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퍼리즈 그룹>의 애널리스트는 <달러 제너럴>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했다. 패밀리 달러가 아이칸의 압력에 못 이겨 동종 업체인 달러 제너럴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 것이다. 그래서 이날 두 주식은 급등했다.

간편식 제조업체인 <타이슨 푸드>는 동종업체 <힐셔 브랜드>에 대해 M&A를 제안했고, 반도체 회사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역시 동종업체 <히티 마이크로웨이브>를 인수키로 했다. 지난주말 종가에 29%의 프리미엄이 붙은 인수가격이 정해졌다. 미국 제2의 제약업체 머크가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한 <아이데닉스 파마수티컬> 주식은 이날 231% 폭등했다.

이날 S&P500 주식의 PE는 연 6.06%의 기대 수익률을 가리키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2.61% 대비 3.45%포인트의 초과 yield(리스크 프리미엄)가 붙어 있다.

이 초과 yield가 유의미한 수준으로까지 좁혀질 때까지 투자자들 특히 기업들은 주식매입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이 초과 yield가 좁혀지면 좁혀질 수록 기업들은 설비투자 압력이 커진다. 추가 설비가 창출하는 한계 yield의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의 한계 yield 평균치가 주식시장의 초과 yield 평균치를 역전하는 순간 미국의 설비투자 확대는 지배적인 거시경제 현상이 된다. 이 순간이 바로 케인지언 통화주의자들이 꿈꾸는 '재닛 옐런 모먼트(Janet Yellen Moment)'일 것이다.

* 밀튼 프리드먼은 화폐정책이 실물경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통화량은 실물경제의 결과일뿐 아니라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통화주의 이론을 확립했다. 프리드먼과 정반대 진영인 일부 케인즈주의 학자들은 이 이론을 수용해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 사이클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케인지언 통화주의의 원형을 보여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프리드먼 교수도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프리드먼과 함께 통화주의 이론을 확립했던 애너 슈워츠 박사는 타계전 인터뷰에서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을 "교만"이라고 비판했다. ☞ 관련기사 : 밀튼 프리드먼은 버냉키를 칭찬할까

채권에 대한 주식의 상대적 매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저금리 정책이다. 그러나 상대적 매력의 정도, 즉 초과 yield의 적정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정책 가시성(可視性)이다.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그 가시성을 극대화하고, 주식의 초과 yield를 최소화하는, 그래서 주식의 멀티플을 확장시키는 정책수단이다.

앨런 그린스펀의 연준은 지난 2004~2006년 금리인상 사이클 당시 "정책 정상화는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로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원조다. 이 가이던스는 정책 불확실성을 소멸시킴으로써 금융위기를 야기했다.

그린스펀으로부터 배운 지금의 연준은 테이퍼를 '신중한 행보(measured pace)'로만 진행할 것이며, 저금리는 더 낮게 더 오래 제공할 것이라는 극도로 강화된 포워드 가이던스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현 사이클에서는, 주식의 초과 yield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좁은 수준으로 축소돼야 한다. 이는 저금리와 더불어 주식의 멀티플을 훨씬 큰 폭으로 팽창시키는 요소가 된다. 팽창 속도가 빨라질 수록 기업의 설비투자 압력은 조기에 발생한다. 그것이 케인지언 통화주의자들이 꿈꾸는 미래다.

그러나 이러한 멀티플 팽창은 공포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가장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인 SPDR ETF에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공매도 포지션이 들러 붙었다. 발행주식 대비 공매도 주식 비율은 올 들어서만 세 배나 증가했다.

그리고 이날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지난 2004~2006년의 긴축이 지나치게 질서정연해 거품을 야기했다"면서 "당시와 같은 금융불안정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라드 총재는 조기 금리인상 여부를 둘러싼 연준 내부의 논쟁이 앞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 예정된 FOMC에는 신임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처음으로 참석하게 된다. 부의장 후보 지명 이전이던 지난해 피셔는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 큰 관심을 끌 사항은, 조기 금리인상보다 포워드 가이던스, 즉 '지나치게 가시적이고 명료한 미래 통화정책 경로'일 수도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연준의 케인지언 통화주의자들이 극복해야 할 도전이다.

2. 시장에 영향을 미치거나 관심을 끈 주요 뉴스

- 조기 금리인상을 선도적으로 주장해 온 불라드 총재와 연준의 대표적 비둘기파 인사 중 한 명인 에릭 로젠그렌 총재가 이날 장외에서 각각 연설을 통해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불라드 총재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에 근접해 가고 있는 만큼 금융불안정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내년초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정 금리인상 시기로 내년 1월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로젠그렌 총재는 '완전고용과 2%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이 일년 안으로 가시화되기 이전에는 금리를 올려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관련기사 : "앞당겨야" vs "늦춰야"..금리인상 장외 논쟁

올해에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두 사람은 금융불안정 방지 이슈에 관해서도 지극히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 관련기사 : 달라도 너무 다른..금융거품 장외 논쟁

- 베누아 퀘르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앞으로 수년간 장기적으로 볼 때 유로존의 통화정책 기조는 미국이나 영국과 갈라지게 될(will be divergent)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일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ECB는 제로금리를 극단적으로 오래동안 유지할 것인 반면, 미국과 영국은 금리인상 사이클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3. 금융시장 동향

다우와 S&P500 지수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동반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단기간 쉼없이 오른데 따른 경계감으로 상승폭은 제한됐다. 오후장 한 때 약세로 밀리기도 했다.

나스닥의 상대적 강세가 이날도 이어졌다. '투자자 저변 확대'를 이유로 주식을 7대1로 분할해 처음 거래된 애플 주식은 1.60% 급등했다.

중소형주 시장인 러셀2000은 나스닥보다 더 강한 행보를 계속했다. 2007년 2월이후 최저치로까지 추락했던 VIX는 11.15로 3.91% 급반등했다.

올해 최고의 투자자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결국 같은 만기의 미 국채 수익률 아래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미국 수익률과의 차이를 9bp로 좁혔다.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미국 수익률과 함께 상승했다.

차별적으로 장기화될 유로존의 제로금리에 대한 ECB의 마케팅에 힘입어 유로화도 주변국 국채 수익률과 함께 하락했다.

- 다우 : 16943.10(+18.82, +0.11%)

- 나스닥 : 4336.24(+14.84, +0.34%)

- S&P500 : 1951.27(+1.83, +0.09%)

- 달러인덱스는 80.6로 상승했다. 유로는 1.3592달러로 0.37% 떨어졌다. ECB의 통화정책 다이버전스 마케팅이 먹혔다. 미국의 상대적 금리매력이 높아진 가운데 환율 변동성의 기록적인 저하에 힘입어 유로 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강했다. 예상에 못 미친 일본의 경상흑자를 반영해 엔화도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그 폭은 제한됐다. 달러-엔은 102.54엔으로 소폭 올랐다. 유로-엔은 130.37엔으로 0.31% 떨어졌다. 유로-파운드는 0.8091파운드로 0.36% 하락했다. 당국의 헤알화 지지 프로그램이 연장됨에 따라 달러-브라질헤알은 0.74% 떨어졌다. 깜짝 금리인하 재료가 이어진 달러-멕시칸페소는 0.72% 급등했다. 달러-남아공랜드와 달러-터키리라 역시 각각 0.55% 및 0.46% 급등하는 등 달러는 러시아 루블을 제외한 EMA(유럽, 중동, 아프리카) 통화 모두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bp 오른 2.61%를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견조한 고용회복세를 보여준 가운데, 이번주 3,10,30년물 발행이 예정돼 있어 수급부담까지 있었다. 30년물 수익률은 1bp 오른 3.45%를 나타냈다. 2년물은 0.42%로 2bp 올랐고, 5년물은 1.68%로 4bp 뛰었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미국 국채에 대해 "최대한의 언더웨이트(maximum underweight)"를 권고했다. 미국 경제의 상대적 회복세에 따라 국채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채권전략 헤드인 매튜 혼바흐는 보고서에서 "ECB의 정책은 미국 금리에 더 이상의 하향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스프링이 풀리는 것처럼 경제 성장이 가속도를 내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연준으로 하여금 시장 예상보다 조기에 금리를 인상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내년 중반에 1.1%로 상승할 것이며, 10년물 수익률은 3.1%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연말 수익률은 3% 부근으로 예상했다.

- WTI가 104달러선을 넘어서며 3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물은 1.75달러, 1.7% 급등한 배럴당 104.41달러를 나타냈다. 지난 3월3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중국의 수출호조, 일본 1분기 GDP의 대폭 상향, 지난주 ECB의 추가부양과 미국의 고용호조 등이 모두 석유수요 증가 전망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 금 선물 8월물은 1.40달러, 0.1% 상승한 온스당 1253.9달러를 기록했다. 사흘째 1250달러선 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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