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통화량 타겟팅.."윤전기 확실히 돌린다"

  • Analysis
  • 2013-04-04 17:30
  • (글로벌모니터 오상용 기자)
서프라이즈!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데뷔전에 대한 시장과 아베 내각의 관전평은 대체로 일치한다. 빠르게 반등한 달러-엔 환율과 닛케이지수가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준다.

이날(4일) 구로다가, BOJ 정책이사회가 꺼내놓은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의 핵심은 돈의 가격(금리)이 아닌 화폐 공급양을 주요 정책조절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돈의 가격이, 자산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든(설사 특정기간물의 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 해도) 목표한 본원통화 공급 계획에 맞춰 확실히 윤전기를 돌리겠다는 의미다.

☞`BOJ 정책결정문` 전문 보기

1. "100점 만점에 110점"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의 관전평이 재밌다. "100점 만점에 110점을 주고 싶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조치다." 아소 다로 재무상은 "한방에 다 꺼내놨다. 찔끔거림은 찾아볼길 없다. 오늘 BOJ 조치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고 말했다.

그렇다. 시장이 손꼽은 카드는 거의 다 나왔다. BOJ 스스로도 정책결정문에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라고 자찬했다. 결과론적으로 이틀전 아베 신조의 발뺌은 `구로다의 용감무쌍한 통화정책에 대해 나를 욕하지 말라`는 의미의 발뺌이었다(☞ 아베의 발뺌).

2. 밥상 가득

이날 밥상에 오른 음식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무기한 양적완화 : 우선 사실상 무기한 양적완화를 조기 도입했다. 2%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물가목표가 안정적 방법으로 유지되는데 필요한 시점까지 `양적·질적 완화정책`을 지속한다고 했다.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했다고 판단할때까지 무기한으로 돈을 풀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다.

JGB 매입기금 통합 : 시장이 기대했던 자산매입프로그램(APP)과 공개시장조작기금()의 통합도 이뤄졌다. 두 기금의 통합은 몇가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우선 비 정통적인 한시적인 조치로 여겨졌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일상적 통화정책의 범주에 넣음으로써 `한시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나아가 BOJ가 그간 매입한 자산이 상당기간, BOJ 대차대조표에 머물 것이라는 안도감을 줬다.

장기국채 매입 : BOJ 매입대상 국채(JGB)의 잔존만기 역시 종전 3년에서 7년이상으로 확대됐고, 잔액기준 보유 규모도 매년 50조엔씩 늘게 된다. 40년만기 국채도 매입대상이라고 밝힌 점에서 국채시장 전반의 일드커브, 특히 장기물 금리를 끌어내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0.125%포인트 급락 0.425%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인 2003년 6월의 0.43%를 깼다.

④위험자산 확대 : 리츠와 ETF 매입도 늘리기로 했다(☞BOJ 대차대조표 예상변화표 참조). 증시 투자자들의 환호를 불러왔다.

시장이 꼽았던 카드중 빠진 것은 초과지준에 대한 이자율(초과지준부리율) 인하 또는 폐지 정도다 - 이는 차후에 거론될 카드로 은행을 통해 돈이 풀리지 않고 초과지준만 불어나는 상황이 오면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3. 윤전기 확실히 돌린다..본원통화 공급속도 작년의 2배로

무엇보다 이날 구로다가 내놓은 `양적·질적 완화책의 핵심`은 머니마켓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공개조작 타깃을 무담보 콜금리(오버나잇)에서 본원통화로 바꿨다는 점이다 - 이날 BOJ는 연간 본원통화를 60~70조엔씩 늘려 2년내 본원통화 규모를 지금의 2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는 BOJ 대차대조표를 매년 60~70조엔씩 늘리겠다는 의미다. 그간 자산매입프로그램(APP)하에 이뤄진 자산매입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유연하게 이뤄져 온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해진 연간 및 월간 목표치에 따라 반드시 자산을 매입하겠다는(대차대조표를 늘리겠다는)의지의 표현이다. 즉, 시장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든 - 장기국채 매입 확대로 어차피 금리는 떨어진다 - 반드시 목표한 양만큼 윤전기를 돌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간 60조~70조엔씩 늘어나는 본원통화 증가속도는 지난해 본원통화 증가폭의 약 2배에 달한다. 이같은 돈풀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산가격 변동성은 전혀 고려할 마음이 없다. 이날도 구로다는 기자회견에서 "자산시장내 버블은 없다"고 판단했다. ☞ 구로다, 비용은 안따진다

4. 2년이라는 시한 제시..구로다 리더십 확인

2% 물가목표를 `대략 2년내 달성하다`는 시한도 명시적으로 제시했다.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정책과 달라진 공개조작 타깃 등은 모두 BOJ 정책이사들이 명시한 `2년 언저리 안에 2% 물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목표 달성시한을 제시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년내 물가 목표 달성`이라는 대 전제는 향후 물가상승 진척 정도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추가 대책을 꺼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번 대책이 완결판이 아니며 물가상승세가 기대에 못미치면 더 강력한 카드가 나올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이날 통화정책결정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로다도 "필요시 추가대책을 내놓는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대책을 시의적절하게 내놓기 위해선 BOJ 정책이사들간 호흡이 중요하다. 이날 정책이사회는 BOJ이사회내 팀웍이 나쁘지 않음을 보여줬다.

구로다 데뷔전이라 그랬는지 모르지만 9인의 이사들은 한가지 안건을 빼고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 시장 참여자들로선 BOJ 정책방향의 영속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표가 나온 무기한 완화책(물가목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필요한 시점까지 `양적·질적 완화책` 지속)의 경우도 이탈자는 한명(기우치 다카히데)에 불과했다. 구로다의 리더십이 통했다는 이야기다.

5. 부채 화폐화 없다? 최소 2년간은 정부 재정에 돈대기

이날 BOJ 정책결정문에서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은행권규제(Banknote rule)를 없애거나 다른 규제로 대체하지 못하고 양적·질적 완화책을 펼치는 기간중 일시 중단하는 것으로 봉합한 점이다.

Banknote rule은 BOJ 내부규정으로 BOJ가 보유할 수 있는 국채의 규모를 총발권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즉 중앙은행이 정부 재정을 위해 돈대기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최소한의 규제다 - BOJ는 이미 작년말 현재 해당 규정이 정한 제한폭 보다 더 많은 정부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아베 내각 주요 인사들과 BOJ 내부, 그리고 구로다 역시 BOJ가 `정부 재정을 위해 돈찍기((Debt monetization: 부채화폐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이는 BOJ가 `Debt monetization`에 나서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채권시장내 신뢰 상실을 불러와 국채금리가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와 맞물려 있다.

이날 통화정책결정문에서 BOJ 스스로도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는 통화정책 수행이지, 정부 재정을 위한 돈찍기(Debt monetization: 부채화폐화)가 아니다"라고 명시한 데서 구로다가 이 대목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하튼 구로다가 새 정책내 BOJ의 국채매입을 뭐라 부르든 팩트는 앞으로 최소 2년간 BOJ는 내부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고 정부 국채를 계속 사들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날 국채시장 장기물 수익률이 보여주듯 아베 정부로선 매우 싼 값에 돈을 빌릴 수 있게(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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