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미국 주식시장이 신나는 이유

  • Analysis
  • 2013-03-29 03:30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주식시장은 경제의 거울이다. 그렇다면 사상 최고치를 구가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랠리는 너무한 것 아닌가? 미국 경제가 아무리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낫다고 하지만, 미적지근하기는 별 차이가 없는데 말이다.

이런 의문이 생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명제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거울이 아니라 기업이익의 거울이다.

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 기업이익 동향을 보면 뉴욕증시의 기록적 랠리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잡다한 숫자 나열보다는 아래의 그래프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12년간의 미국 국내총소득(GDI)과 개인 처분가능소득, 세후 기업이익의 분기별 추이를 보여준다.

2000년 1분기 이후 미국의 국내총소득은 5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 처분가능소득은 69.5% 증가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과 금융위기 이후의 각종 감면 및 지원조치 등이 GDI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소득 증가세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그런데 같은 기간 미국의 세후 기업이익은 무려 176.4% 급증했다. 미국 국내총소득보다 세배 빠른 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경제성장이 더딘데도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 기업이익은 주가를 결정하는 펀더멘털이다.

고용없는 성장이니 분배구조의 악화니 하는 담론은 미국인들에게 맡기기로 한다.

(데이터출처:미국상무부,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글로벌모니터

(데이터출처:미국상무부,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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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4%로 최종 집계됐다. 지난 2011년 1분기(0.1%)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표다.

반면 미국 기업들의 세후 이익은 3.3% 성장했다. 경제성장세와 기업이익 증가세가 따로 노는 현상이 계속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개인의 처분가능소득 역시 지난해 4분기중 6.2%나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기업이익의 분배 기조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4분기에 벌어들인 세후 이익 가운데 57%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기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배당률까지 높인 결과로 개인의 처분가능소득이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의회가 재정절벽 회피 협상 과정에서 마치 배당소득세율을 대폭 인상할 것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자 기업들이 앞당겨서 배당금을 쏟아낸 것이다.

물론 이렇게 분배된 돈은 주로 중산층 이상에게만 집중됐겠지만, 어쨌든 정부가 칼을 꺼내면 분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하다.

(데이터출처:미국상무부)ⓒ글로벌모니터

(데이터출처:미국상무부)ⓒ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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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로 미국 기업의 현금잉여는 종전보다 더딘 속도로 증가하게 됐다. 상무부의 기업 캐시플로우 통계를 보면, 지난해 4분기중 미국 기업 장부에 추가된 미분배 기업이익은 6805억 달러(계절조정, 연율환산)로 전분기에 비해 740억 달러 가량 급감했다.

기업의 장부가치 증가속도가 느려졌다는 점은 주가에 악재가 되겠지만, 배당률을 대폭 인상했다는 점에서는 큰 호재가 된다. 그래서 미국의 주가가 더 오른 것이다. 배당금으로 풀린 돈의 상당액이 주식매입으로 다시 쓰였다는 뉴스들도 있었다.

☞ 관련기사 : 한국 주식시장이 덜 신나는 이유

(데이터출처:미국상무부)ⓒ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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