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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피셔..그리고 왜 저우샤오촨인가

  • Market Focus
  • 2013-02-25 21:48
  • (글로벌모니터 오상용 기자)
중국 현지언론 및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정년 규정에 걸려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유임이 유력해지고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중국내 분위기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현존하는 최장수 중앙은행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저우 총재의 재기용은 무엇을 의미할까.

1. 개혁신호탄?

로이터는 이날 분석기사를 통해 인민은행 총재의 유임은 새 지도부가 빠른 경제개혁을 원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라고 전했다. 그간 저우 총재가 인민은행 수장을 맡으면서 수행했던 역사적 개혁성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고 했다.

인민은행 내부 인사들을 말을 빌려 로이터는 "새 지도부가 다방면의 금융개혁을 통해 민간부문 활력강화, 경제의 리밸런싱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저우 총재는 금융시장 개혁의 선봉장이다. 주변의 역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직한 분이다. 지도부는 그야말로 개혁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싶어했고, 그 인물이 바로 저우샤오촨이다"고 치켜세웠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05년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중단하고 변형된 변동환율제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저우 총재가 당내 엄청난 비판을 무릅쓰고 얼마나 용기있게 이를 밀어붙였는지, 그리고 지난 12개월간 거의 모든 부문의 개혁이 지체된 상황에서도 금융부문의 개혁이 얼마나 가열차게 추진됐는지를 구구절절이 나열했다.

나아가 위안페그제 폐지후 명목기준 위안 가치가 33% 절상됐음에도, 저우 총재의 예상대로 중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고 중국이 단일 국가중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서게 됐다는 점을 역설했다.

인민은행 내부 인사들은 외신에 대고 작심한듯 용비어천가를 읊었고, 로이터 역시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로이터는 인민은행을 개혁의 촉매로 삼고자하는 것은 매우 영리한 전략이라며, 금융시장 자유화에 따른 연쇄도미노 효과로 중국 경제 체제의 펀더멘털적 변화를 가져올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저우총재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 가운데서도 일중 위안 변동폭을 확대하는가 하면, 비대칭적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자유화의 첫 단추를 뀄다. 주변의 평가대로 그는 중국내 개혁성향 인사로 손꼽힌다. 임기를 얼마나 보장받았는지 알수 없으나 그의 재임은 기존 개혁정책의 영속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

2. 피셔..구로다..그리고 저우샤오촨

그러나 저우 총재 유임을 개혁 지속 또는 개혁 가속화로 도식화 하는 것은 위험하다. 중국 금융시장의 진일보한 개방을 원하는 외국계 큰 손들의 기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오히려 저우 총재의 유임 그 자체는 현재 중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불안한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중엔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다.

저우 총재 유임 카드를 택한 시진핑 지도부의 판단의 밑바탕에는 `중국은 현재 해묵은 과제들로 산적해 있고, 대내외 경기 사정 역시 여전히 살얼음판`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 해외발 악재와 중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 경제문제 또한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중국 경제는 여전히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더 큰 전투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평화기라면 모를까 전시체제에서 전투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모험이다. 적당한 후임자가 없을 때는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은 구관이 명관이다 - 궈슈칭이나 샹푸린, 샤오강 등 인민은행 차기총재 물망에 올랐던 인물들로서는 안된 이야기지만.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핵심 경제정책 라인에 올드보이들이 대거 살아 돌아오고 있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 후임에 그의 스승인 스탠리 피셔(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거론되는가 하면, 10년전 외환시장을 주물렀던 68세의 구로다 하루히코가 일본은행(BOJ)총재로 낙점되고, 73세의 괴팍한 아소 다로가 일본 재무성을 꿰찮고 앉은 상황이 그러하다. 노회한 인사들 틈바구니에서 패기만 앞세운 중앙은행장은 자칫하면 논리싸움에서 말리기 십상이다.

총선이 진행중인 이탈리아에선 잘하면 `붕가붕가` 할아버지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 의 컴백무대를 볼 수도 있다. 바야흐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다.

그만큼 세상은 (겉보기와 달리) 더 불안해졌고, 레전드(전설)와 막가파(?)에 대한 짙은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올해 중국 경제가 처한 문제는 ▲언제 꺼질지 아슬아슬한 경기회복 모멘텀, ▲불안한 물가환경 ▲틈만 보이면 고개를 치켜드는 집값 - 사실 당국으로선 부동산 가격 급락이 더 무서운 시나리오다 ▲그 와중에 인민들의 소득 불균형 해소와 더 나은 삶의 질에 대한 열망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어느 한쪽으로라도 잘못 발을 내딛는 순간 시진핑 집권 1년은 혼란과 잡음들로 가득할 수 있다.

공산당 총서기 취임 100일간 시진핑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부패척결 캠페인 같지만, 사실은 핵심 인민군 부대의 시찰이었다. 확실한 세력기반을 다지는 수순 -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 이지만, 여차하면 군을 동원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진핑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을 지 모른다. 이같은 불안감은 신남순강화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저우 총재의 유임은 시진핑 집권 1년의 핵심목표가 `안정`임을 의미한다. 그 만큼 지금 중국이 처한 여건은, 중국을 둘러싼 세계 정세 흐름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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