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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우리 정부는 왜 달러를 팔았을까

  • Analysis
  • 2013-02-04 04:11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원화 절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수출기업들의 대외 경쟁력 저하 우려가 고개를 들던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달러화를 매도한 정황이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통상 원화가 빠르게 절상될 때는 시중의 달러화를 사들여 그 속도를 완충하는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는데, 지난해말에는 이와 정반대의 매매행태를 보인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중 우리나라의 준비자산은 전월비 19억5940만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자산이란 `해당기간 중 거래에 의해 발생한 외환보유액의 변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은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달러화를 매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외환보유액은 특정 시점에 통화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외자산의 잔액(stock)을 의미하는 반면, 국제수지표의 준비자산 항목은 특정 기간중 외환보유액의 증감(flow)을 나타낸다.



외환보유액의 증감은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매매 등 거래에 의한 증감 뿐 아니라 유로와 엔, 파운드 등 기타 통화의 對 달러화 환율 등락에 의한 평가액 변동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특정 월 중 당국이 10억 달러의 달러화를 매도했더라도 유로화 환율이 대폭 상승하는 경우에는 외환보유액이 전월비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준비자산 증감은 거래에 의한 외환보유액 변동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 경우 `10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때 국제수지표 금융계정의 준비자산 증감 항목에는 `+10억 달러`로 표기되는데, 이는 해외에서 운용하던 달러화가 국내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1. 지난해 12월 외환당국, 국내시장에 19.6억 달러 `매도`

그동안 우리나라 국제수지표의 준비자산 증감 항목은 환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환율이 뛸때는 달러를 팔고(준비자산 증감 항목 플러스), 환율이 떨어질 때는 달러를 사들였다(준비자산 증감항목 마이너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기조적인 국제수지 흑자국이기 때문에 준비자산은 마이너스(달러 매입)를 기록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지난해 12월의 준비자산 증가(달러 매도)가 이례적인 것은, 이 기간중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진 가운데, 우리에게 매우 민감한 엔-원 환율은 급락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당국이 원화 절상에 가속도를 붙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그 배경을 알 수가 없다.

엔화에 대한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엔화를 대거 사들였던 당국이 엔화 급락세에 따라 손실을 줄이기 위해 포지션을 급히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당국이 운용수익보다는 환율 안정을 우선 목표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한다는 가설을 인정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엔화 매도분을 달러 또는 유로 비중 확대로 연결하지 않고 원화 포지션으로 가져간 부분은 여전히 의문이다. 2012년 기말 환율을 낮게 가져가야 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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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달만에 돌변한 외환당국

지난달 30일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외환거래세와 채권거래세까지 거론하면서 원화절상에 대한 강경한 대응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적어도 한달전까지만 해도 당국은 원화절상에 소극적인 대응에만 그쳐왔다. 위 그래프에서 나타나듯이, 특히 지난해 6월부터 달러-원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원화절상)하는 동안에도 국제수지표 상의 준비자산은 점진적인 속도로만 증가(달러매수)했을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통안증권 발행 잔액은 꾸준한 감소추세를 보여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지준 잔액 역시 하락추세를 지속했다. 본원통화 증가를 야기하는 달러화 매입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면 그만큼 본원통화가 증가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이로인한 본원통화 증발을 막기 위해 통안증권 발행을 늘려 환수하는 불태화 개입을 해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통안증권의 발행잔액은 외환보유액과 함께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그런데 이런 추세가 길게는 지난 2011년말부터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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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역전된 韓日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와 엔-원의 급락

지난 2010년 이후 한국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 속도는 일본은행에 비해 빨랐다.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는 일본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통화를 공급해왔다는 의미다. 이는 이론적으로 엔-원 환율에 상승압력(엔에 대한 원화 절하 압력)을 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지난해 3월부터 정반대로 바뀌었다. 일본은행이 1%의 물가상승 목표를 도입하면서 양적완화를 확대한 직후다.

이후 일본은행의 대차대조표가 빠르게 증가한 반면, 한국은행의 대차대조표는 감소추세를 이어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외환당국의 소극적인 달러화 매수개입 태도와도 무관치 않다.

그 결과 일본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폭(2010년 1월이후 기준)은 지난 8월부터 한국은행을 역전해 버렸다. 이후 엔-원 환율은 본격적인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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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차대조표 확대의 지존은 미국 연준(Fed)

시점을 지난 2008년 1월로 잡을 경우, 한국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 속도는 일본은행을 지속적으로 압도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이후 두 나라 중앙은행의 추세 반전은 그동안의 갭(gap)을 교정하는 성격도 강하다.

디플레이션 국가 중앙은행의 통화증발을 따돌리기기 위해 인플레이션 국가의 중앙은행이 돈을 더 풀기는 여의치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 연준은 예외적이다. 돈 풀기에 관한한 그들은 지존(至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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