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연준 역사에 新紀元을 열었다

  • Central Bank Watch
  • 2012-09-14 06:03
  •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결정한 월간 400억 달러 규모의 무기한 자산매입 정책은 종전과 달리 종료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제한(open ended)이다.

이는 현대 연준의 역사상 처음 있는 결정으로, 통화 정책의 신기원을 여는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연준이 "끝장을 볼 때까지" 고도의 통화 부양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확약한 사실이다. 경제 주체들의 `합리적 기대`를 변경하고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새롭게 동원함으로써 시장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 관련기사 : 모두가 이 랠리를 경멸하는 이유

또 한가지 매우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버냉키 의장의 표현처럼 이번에 시도되는 "많은 새로운 조치"들은 버냉키 의장의 평소 지론들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이 취임 6년 8개월만에 처음으로 FOMC의 컨센서스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1. "무제한(open ended)"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연말까지 연준의 대차대조표와 본원통화 공급은 매달 400억 달러씩 증가하게 된다. 이를 통해 추가로 공급될 본원통화의 총량은 연말까지 1430억 달러, 내년 한 해 동안에는 4800억 달러에 달한다. 즉, 내년말까지 모기지 매입정책이 지속될 경우 미국 은행시스템에 새롭게 주입되는 대출 종잣돈(high powered money)은 총 623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다 연말까지 계속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2 정책으로 인해 장기 채권 시장에는 총1800억 달러의 연준 수요가 지원된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부양 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은행들의 초과지준이 폭증함에 따라 대출 기반이 대폭 확대되며, 연준의 채권매입으로 인해 모기지 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주택구입 자금 조달 비용이 더욱 낮아지게 된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에서 "고용시장이 대폭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자산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벤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연장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2. "over cooking"을 약속

무제한(open ended) 양적완화는 본질적으로 `가변적` 성격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시한과 규모가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양적완화와 달리 조기에 종료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개를 들거나 경제 주체들의 위험 추구가 과도해 경제 안정을 저해할 소지가 있을 때에는 부양 정책은 즉각 중단될 수 있다. FOMC 내부의 매파들이 한 명을 제외하고는 이번 정책에 찬성표를 던진 것도 바로 이러한 유연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 경제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유휴자원(slacks)을 언급하며 경제 과열로 인한 부양책 조기 종료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따라서 버냉키 의장은 "서둘러서 부양책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FOMC는 성명서에서 고도로 부양적인 통화정책을 "경제회복이 강화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동안" 유지하겠다고 확약했다.

이같은 약속은 연준의 목표가 "미국 경제규모(NGDP, 명목총생산)의 위기이전 수준 회복"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른바 "NGDP 타게팅"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 관련기사 : 9월 FOMC 관전 포인트.."NGDP 타게팅"

그리고 이는 지난 2002년 버냉키 의장의 주장, 즉 "10년물 국채금리 3.0%를 타게팅한 무제한의 양적완화論"의 2012년 버전에 해당한다. ☞ 관련기사 : 벤 버냉키, 2002~2003 vs 2012

3. "그러니 이제는 집을 사라"

이처럼 종전의 `점진적이고 후행적(data dependent)`인 통화정책 기조의 폐기를 통해 연준은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확신"을 갖고 소비와 투자 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는 분명히 강하게 회복될 것이며, 그 이상이 나타날 때까지 연준은 부양책을 중단하기는 커녕 그 이상의 지원도 할 것이니 이제는 믿고 행동에 나서라"는 메시지다.

이날 회견에서 "모기지 금리 몇 bp 떨어진다고 해서 주택구매가 살아나겠느냐"는 질문에 버냉키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경제주체들은 연준의 발표를 그냥 듣기만 하는게 아니라 그 발표를 믿는다. 연준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신뢰`이다. 연준이 오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전술을 바꾼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준이 장기 정책 가이던스와 전망을 변경할 때마다 시장도 늘 자신들의 전망을 변경해 왔다."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촉발되는 데에는 수치로 된 예상보다는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는 버냉키 의장이 지론이 이번 FOMC 결정에 보다 강력하게 적용된 것이다.

경제 주체들의 합리적 기대를 변경하고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이같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목표가 "집값 상승"에 있음을 버냉키 의장이 분명히 했다.

그는 회견에서 "리파이낸싱보다는 주택 구매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에 더 큰 효과가 있다"면서 "(그렇게 해서) 집값이 오르게 되면 소비를 늘리려고 할 것이고, 이렇게 해서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4. "NGDP와 실업률 6% 타게팅"

연준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이같은 정책을 계기로 FOMC 위원들이 제시한 경제 전망도 모양을 달리하게 됐다.

지난 6월 회의에서 위원들은 2014년말 실업률이 7.0%~7.7%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는 전망치를 `6.7%~7.3%`로 하향수정했다. 공격적 부양조치에 힘입어 2년 뒤에는 6%대의 실업률을 볼 가능성도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쯤이면 경제성장률도 3.0%~3.8%로 높아질 것으로 위원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연준의 약속대로 "경제회복이 강화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동안" 고도의 부양정책은 계속되며, 따라서 제로금리 정책도 이듬해(2015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 ☞ 관련기사 : 버냉키는 `9월 QE3`를 원한다

위원들을 상대로 이번에 새롭게 조사한 2015년말 실업률 전망치는 6.0%~6.8%로 집계됐다. 이는 위원들이 생각하는 장기적 평균치(5.2%~6.0%)를 여전히 웃도는 수준이나, 19명의 위원들 가운데 과반수에 해당하는 12명은 "이 때부터는 부양조치의 회수(policy firming)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다.

제로금리 약속 기간이 끝난 오는 2015년 하반기에는 연준의 목표대로 주택 등 자산가격이 충분히 오르고 그래서 "고용시장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연준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부인했지만, 이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연준은 "2년간의 5%~6%의 NGDP 성장률"과 "실업률 6%대"를 타게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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