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onitor

The Wall of Sound

  • Analysis
  • 2013-04-01 04:54
  • (글로벌모니터 이공순 기자)
1. The Wall of Sound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카피하기로 한건지 오마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원더걸스의 모델로 삼은 것은 1960년대 초반의 'The Ronettes'라는 미국의 3인조 걸 그룹이었다.

사실 이들을 '걸 그룹'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60년대 서구 Rock의 뿌리 중의 하나였던 당시의 '중창단'들을 통칭하는 명칭은 없었으며, 90년대 들어서야 이들을 'Doo-Wop'이라는 이름으로 묶었기 때문이다.

The Ronettes는 당시 유행했던 여성 중창단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틀즈가 처음 미국에 데뷔했을 때 순회공연 오프닝 무대를 맡은 유일한 여성 그룹이었으며, 리드싱어였던 베로니카 로넷은 60년대 'Bad Girls'의 시초이기도 했다.

1963년 이들은 'Be My Baby'라는 노래로 빌보드 챠트 2위를 기록, 스타덤에 올라섰다. 한국에서도 이 노래는 널리 알려졌다.

자매와 사촌간으로 구성된 The Ronettes는 흔히 흑인 걸 그룹으로 알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들은 흑인은 아니다. 미국계 인디언과 흑인 혼혈의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그룹이었다.

이들의 프로듀서를 맡은 필 스펙터(비틀즈의 초기 앨범 프로듀서이기도 했다)는 미국에서의 race code를 의식했는지, 이들을 '흑인'이 아니라 동양계(필리핀이나 중국계)처럼 꾸며 내보냈다.

이는 당시 흑인 여성 그룹에게 일반적인 분장이기도 했다. 베로니카 로넷은 훗날 프로듀서인 필 스펙터와 불행한 결혼을 했고, 그 뒷얘기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가십으로 이 그룹의 연예사적 위치가 어쨌든지 간에, The Ronettes을 대중 음악사에 올려놓은 것은 사실은 제작자이자 작곡가였던 필 스펙터의 재능이었다.

박진영이 원더걸스를 미국에 진출시키면서, 져스틴 비버의 오프닝 무대를 맡게 한다든지, 이들을 60년대 china girl 풍으로 꾸미는 것은 과거 The Ronettes를 연상시키는 연출들이다. 특히 원더걸스의 노래 be my baby'는 제목 뿐만이 아니라, 그 느낌에 있어서도 The Ronettes를 재현하려고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박진영의 원더걸스가 결여하고 있었던 것은, 그리고 아마도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이 제자리를 걸었던 것은, The Ronettes의 가장 중요한 부분, 즉 그들의 음악이 갖는 독특함이 원더걸스에게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The Ronettes의 프로듀서인 필 스펙터는 이들의 앨범을 제작하면서, 그 때까지 미국 음악계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했다.

60년대 이전까지 미국 대중음악의 반주는 각기의 악기 소리가 구별되면서 조화를 이루는 '하모니'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귀가 섬세한 사람이면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들어도 각 악기 파트의 연주를 구별해 낼 수 있듯이, 각 반주 파트는 서로의 독자적인 소리를 갖고 있었다. 필 스펙터가 깨버린 것은 바로 이 '개별성'이었다.

그는 'Be My Baby'를 녹음하면서 현악 파트를 녹음한 뒤 이 테입을 수십번 반복해 덧씌웠다. 즉 같은 소리를 수십개를 모아서 뭉개버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개별 악기의 소리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같은 'dub'(중복 녹음)기법은 오늘날에는 흔한 것이지만, 당시로는 곡 전체에 이같은 기법을 사용한 것은 필 스펙터가 처음이었다.

그 결과 'Be My Baby'에서는 드럼 파트를 제외하고는 어떤 악기가 어떻게 쓰였는지 식별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웅~웅~'하는 전체적 소리의 이미지만이 남았다. 이를 음악 평론가들은 'The Wall of Sound'(소리의 벽)이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음이 더 뚫고 나갈 수 없는 소리의 차단막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스펙터는 이 소리의 둔중한 배경에 대비하여 캐스터네츠와 같은 가볍고 경쾌한 소리를 삽입하여 음이 벽에 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냈고, 여기에 베로니카 로넷의 맑고 청승맞으면서도 늘어지면서 꺽이는(마치 한국의 트로트 꺾기를 연상시키는 창법이다) 목소리가 대조를 이루도록 배치했다.

그가 만든 것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소리'였으며, 이 소리는 개개의 식별이 불가능한 전체 효과만을 가진 것이었다. The Ronettes의 1964년 곡 'Walking in the Rain'은 마치 이같은 기법을 극대화하여 특수효과를 방불케하는 장중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유감스럽게도 박진영의 원더걸스 음악에서는 이같은 음악 상의 새로운 혁신을 찾아볽 수 없다. 그는 The Ronettes의 '스타 컨셉'은 모방했지만, 정작 그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그들의 음반이 갖는 의미는 생략되어 있다. 또는 아예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것이 한국에서 '미국 음악'을 하는 것의 한계였거나.

2. The Sound of the Wall

국제 뉴스, 특히 경제 뉴스를 접할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바로 이같은 '소리의 벽'이다. 예컨대 지난주 미국의 장미빛 경제 지표들을 보자.

현지 시각으로 지난 29일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2월 소비 및 소득 지표가 양호하게 나왔다며 환호했다. S&P500의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경신도 이를 빌미로 하고 있었다.

- 개인 소득은 1.1% 증가(예상치 0.8%), 소비는 0.7% 증가

-> 소비 증가에서 가장 큰 항목을 차지한 것은 'Non-Durable Goods'(비내구재) 부문이다. 이 항목은 지난 2월 한달 동안 전달 대비 485억 달러나 증가해 전체 개인소비 지출 증가액 가운데 61%를 차지했다.

비내구재 소비는 음식료품, 가솔린 등 먹고 사는데 필수적인 일회성 소비재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식품값과 휘발유 값이 올라서 생활비가 많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내구재 소비는 어찌됐느냐고? 4억 달러 감소했다. 간단히 말하면 먹고 살기 어려워서 LED TV를 못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쯤해서 어쨌든 소비가 증가했으니, GDP의 70%가 소비로 유지되는 미국 경제에는 좋은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날 함께 발표된 미국의 저축률을 보자. 2월 저축률은 2.6%로 지난 2009년 이래 두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장 낮았던 것은 지난 1월로 2.2%였다. 저축률이 낮다는 것은 미국 가계의 잉여가 그만큼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민간가계 저축률은 지난 2000년 이후 두번 2% 이하로 떨어졌는데 그 때가 바로 2001년 IT 버블 붕괴 직전과 2005년 주택 투기가 가장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다. 즉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미친듯이 쓰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 미국 가계는 '투자'하는데 돈을 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질 좋은 소비(말하자면 내구재 소비)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역설적으로 지금의 저축률이 낮은 것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소득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빠르게 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가계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민간가계 가처분 소득(세후 소득) 중앙값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7.3% 감소했다.

즉 미국의 가계 소득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되었다. 또 2005년 달러를 기준으로 한 실질 개인 가처분 소득(인플레이션 조정치)은 2006년보다도 낮다. 실질 개인 가처분 소득이 기준 년도인 2005년보다 높았던 것도 역시 두 차례였는데 한번은 2008년 금융위기로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실질 소득이 높아졌을 때이며, 다른 한번은 지난해 12월 세율 변경 등에 따라 개인들이 금융 자산을 앞당겨 매각하고 기업은 특별 배당금을 지불한 바로 그 순간(이 때는 대부분의 미국 민간 가계 소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상위 20 게층에게만 효과가 있다)뿐이었다.

다른 말로 해서 미국 GDP가 2%로 성장해오고, Fed가 월간 850억 달러씩 돈을 찍어내 주식시장과 주택시장, 국채 시장을 부양하는 조건 하에서도 미국 가계 재무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계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당연히 소득 하위 계층에서는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 저축률의 하락이 의미하는 바는 향후 미국 가계의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이 증가할 가능성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 가계 재무제표를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과 연관지어 살펴보면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가계의 노동소득 비중이 역사상 최저치를 계속 갱신하고 있는 반면에 government transfer(민간가계에 대한 정부 보조금)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 부분이 미국 재정 적자 확대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Food Stamp 수령자 수는 앞으로 5개월 내에 5천만명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

더욱 특이한 것은 '부채'를 가장한 미국 정부의 민간 가계 보조, 즉 '학자금 대출'(student loan)이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 민간가계 신용 중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이 바로 이 항목이다.

지난해 말 현재 총액 기준으로 1조 달러가 넘는다. 문제는 이 학자금 대출이 학업을 위한 대출이 아니라, 생계비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서 실업난이 심화되면서 청년층은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취업시장으로 나가느니 차라리 학업기간 중 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는 학자금 대출을 선택해, 대거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이미 대학을 졸업한 노동력도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졸업생 가운데 36%가 90일 이상 원금 및 이자 상환을 연체하고 있다. 이 수치는 지난 1월에는 30%였다. 한달 사이에 무려 6% 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미국 일반 네티즌들이 자주 글을 올리는 사이트를 보면, 놀라웁게도 아무도 이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언젠가는 국가가 탕감해주겠지하는 '모럴 헤저드'가 팽배해 있는 상태다.

만일 연방 정부가 학자금 대출 상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그 정권은 지탱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즉 이들은 학자금 대출을 정부의 생계 보조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학자금 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행 법상으로는 학자금 대출은 recourse loan(추심이 가능한 부채)이며 개인 파산 신청의 경우에도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면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잠재적인 신용불량자들을 양산할 소지가 극도로 높다. (미국의 학자금 대출은 한국에서 IMF 구제금융 이후 민간소비를 늘리기 위해서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조장해 벌어진 카드대란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책을 취하지 않는한 그 결과는 한국의 카드대란과 거의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는 법을 바꾸어 탕감해주거나.

더 재미난 이슈를 한번 살펴보자. 어찌됐건 명목 소득은 증가했다. 미국의 총피고용인구수는 지난 2008년 위기 이전에 비해 여전히 700만명 이상 적지만, 실업률은 감소하고 있으며 가계 명목 소득도 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지난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장애연금 수령자 숫자가 1450만명에 달했다. 경제 위기 이후 650만명이 늘었다. 장애연금 신청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장애인 판정은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쉽게 말하자면,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다들 아프다고 들어누은 셈이다. 해고된 숫자만큼 장애인 숫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변화이다.

미국의 장기 실업자들이 모두 어디에 갔을까? 버냉키 총재가 말하는 노동시장의 slack? 그건 장애인 연금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미국의 노동시장에서의 고용률 하락은 노동력 인구가 장애인 인구로 변장함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연준이 아무리 돈을 퍼부어봤자 실업률이 개선될리가 없다.

학자금 대출 연체나 장애인 등록 증가는 모두 국가에게 국민들이 '공 돈'을 요구할 때 벌어지는 사례들이다. 연준의 QE 비용/효익 분석에 '모럴 헤저드' 항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은 그 위험 수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발표된 미국 주택시장 지표(기존주택 매매)도 그 숫자와 해석이 흥미롭다. 시장 예상치보다 다소 높은 0.4% 감소했는데,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를 두고 '매물이 줄어서, 즉 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주택시장의 신규 주택 건설을 촉진할 것이고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당연히 주가는 올랐다.

물론 주택 재고는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첫째는 인위적으로 은행들이 깡통주택과 모기지 연체 주택에 대한 차압을 중단하여 재고 물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며, 두번째로는 주택 소유자들이 연준이 주택가격을 올리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내놓은 매물을 회수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병목 현상이 벌어진데 불과하다. 다른 한편으로 주택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8% 이상 상승했고, 신규 주택 가격은 평균 23만 8천 달러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미국 가계의 소득 증가 속도보다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즉, 미국 가계는 '투기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현재의 제로금리에 힘입어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이 매우 어렵다. 더구나 새로운 주택 수요층인 젊은 층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학자금 대출 신불자가 되는 상황에서는 모기지 승인도 어렵다. 따라서 주택 시장 활황 주장과는 달리, 시계열상의 모기지 신청 건수는 오히려 지난 2010년보다 감소했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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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의 가족 형태 및 사회적 조건의 거시적 변화에 따른 '재도시화'의 경향으로 대도시 공동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시는 입주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 중이다. 그러나 이는 주택이든 자본이든 '코어'로만 몰리는 최근의 현실을 반영할 뿐이며 미국의 주택시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그런 점에서 미국 대도시의 재개발붐은 예상 가능하다)

이 모든 뉴스들과 지표들은 지난 일주일 사이에 나온 것들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읽히는 숫자는 오직 '헤드라인 넘버', 그리고 예상치를 넘었느냐 아니냐에 불과하다. 이 숫자들 너머의 경제적/사회적 맥락들은 모두 중첩되고 지워졌다.

아무도 그 소리들을 따로 떼어내 해독하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막대한 통화발행으로 그 소리를 아예 지워버리고 있다.

물론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데는 이 소리의 벽을 넘어 듣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 벽에 튕기는 경쾌한 소리들(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그날 거래량이 지난 2007년 이래 최저치였다는 사실은 들리지 않는다)만이 시장을 뛰어다닐 뿐이다.

돈을 버는데는 소용이 안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관찰자로서 그리고 언론으로서 그 숫자들을 대할 때에는 그 지표들이 어떤 맥락 하에서 '사실'인가는 짚어보고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아무리 부질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3. Sound of Insanity

이 모든 '벽'들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뭉개지는 소리들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향은 예전처럼 경쾌하거나 유려하지 않다.

유로존의 자본통제나, Fed가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중앙계획경제'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조짐들은 기존의 벽들이 점점 한계에 부닥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새로운 한 주는 이탈리아의 연정 구성이 다시 한번 혼란 속으로 들어가는 시기이며, 지금껏 두차례나 구제금융을 받았던 말썽많은 몬테 파스치 은행에서의 뱅크런이 나타나고 있는가가 시장의 화두가 될 것이다.

유로존의 풍전등화를 정책회의를 여는 마리오 드라기가 얼마나 진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왜냐하면 시장은 점점 더 당국자들의 '언어'에는 물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기가 진화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은 지난해 7월 '유로화 사수' 발언으로 일단 진정되었던 유로존의 위기가 다시 전면화되고, 이제는 ECB 차원으로는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의 구로다 총재도 장기 국채 매입(일본판 operation twist)가 아니라면, 입만으로는 시장에 오히려 휘둘릴 위험이 높다.

미국은 달러화의 지나친 강세에 고민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금요일의 고용지표가 너무 좋게도 나쁘게도 아니어야 한다는데 고민해야 한다.

예측이나 전망은 지금 조건에서는 의미가 없다. 다만 몹시 중요한 고비에 와 있으니, 시장 때문에 머리를 싸매기 보다는 차라리 꽃구경을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옛사람들도 花氣習人知晝暖(화기습인지주난; 꽃기운이 사람에게 미치니 날이 따뜻한지 알겠노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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