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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FOMO와는 다른 성격의 장세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20 오전 6:21:27 ]

  • 이스라엘의 복제약품 회사 <테바(Teva Pharmaceutical Industry Ltd)>가 19일 차환용 회사채 발행 규모를 당초 15억달러에서 22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가 발행하는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정크본드, 하이일드 회사채)에 무려 50억달러의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read Research>의 벤자민 사바히 리서치 헤드는 "회사 리스크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매력적인 딜"이라고 묘한 코멘트를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미국에서 발생한 아편중독 이슈와 관련돼 수십억달러의 잠재 채무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사바히 리서치 헤드는 "테바에 관해서는 명확성이 별로 없다. 크레딧 투자라는 것은 가시성이 극대화되어야 하는데, 회사가 어떻게 될 지, 모 아니면 도(binary)라는 게 문제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연말 리턴을 망처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이번에 시장에 제시한 수익률은 7.125~7.250%이다. 별도로 발행하는 10억유로 규모의 회사채는 6~6.125%이다. 지금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달러 MMF 수익률이 공히 1.8%밖에(?) 안되는 상황이니 엄청난 고금리 매력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수익률 차이가 테바의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는, 사바히 헤드가 말한 것처럼, 오로지 투자자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리스크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딜"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일 달러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는 무려 100억달러가 프라이싱을 마쳤다. 강력한 수요가 확인됨에 따라 이번 주 발행될 투자등급 회사채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난 2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달 전체로는 950억달러의 예상치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크본드 발행 규모는 이번주 중 1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전체 실적은 지난 2017년 9월 이후 2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글로벌모니터

    전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제롬 파월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척하면 척'이라는 식으로 대화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자들에게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은 척하면 척으로 알아 들었다. 윌리엄스 총재 발언이 전달되자 국채 수익률은 빠르게 낙폭을 확대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당연직 부의장으로서 연준 탑쓰리(top 3)에 해당하는 윌리엄스 총재는 현재의 통화정책기조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은 완화 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만일 '멈춤(pause)' 모드를 해제한다면, 그것은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내리기 위한 움직임일 것이란 얘기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미달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 전망은 계속해서 하향 수정되고 있다"며 "경제전망에 미치는 하방 위험을 절대적으로 더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美 연준 윌리엄스 "하방위험에 절대적으로 더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모니터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게리 실링은 이날자로 올린 글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인플레이션을 제하고 실질(real) 기준으로는 0%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모두 이러한 현실에 대해 깨닫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일드(yield)를 찾아서 더 큰 위험을 추구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Editor's Letter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위험을 추구한다'는 실링 칼럼니스트의 주장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맨 앞에서 소개한 제약회사 <테바>의 정크본드 수익률 7%가 '모 아니면 도(binary)' 상태인 회사 운명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미국 국채 10년물에 비해 500여bp 더 주는 프리이엄으로 이 회사 앞에 노정되어 있는 리스크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까?

    심지어 이 회사에 내재되어 있는 '모 아니면 도' 리스크를 과연 정확하게 계량해 내는 것조차 가능한 일일까?

    실링 칼럼니스트는 "투자자들이 만성적인 과잉설비와 넘치는 저축으로 인한 제로 실질금리라는 현실을 깨닫지도 적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Editor's Letter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동의'의 방향은 실링과 다르다.

    ⓒ글로벌모니터

    위 그림은 지난 1990년 이후 S&P500 기업의 Earnings Yield(PER의 역수. 주당 순이익을 주식의 이자라고 간주해 산출한 수익률) 및 정크본드 수익률을 무위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비교한 것이다.

    올드 노멀(old normal) 당시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S&P500 Earnings Yield에 비해 현저하게 높았다.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이 미국 500대 상장 대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그렇지가 않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미국 하이일드 지수에서 산출한 정크본드의 yield는 S&P500의 yield에 비해 90bp가량 높을 뿐이다.

    올드 노멀 당시 S&P500의 yield는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에 비해 거의 항상 낮았다. 대신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가격의 상승을 통해 국채보다 높은 리턴(return)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올드 노멀은 지난 2000년대초에 이미 진부한 것이 되고 말았다. 2001년 이후로 S&P500의 yield는 항상 국채의 yield를 웃돌았다. 뉴 노멀을 맞아 주식이 채권이 되고, 채권은 주식이 되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스프레드(risk premium)가 현저하게 벌어졌다. S&P500이라는 지수의 yield는 현재 무위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에 비해 약 300bp 더 높은 수준이다. 미국 500대 상장기업의 리스크가 그만큼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할 정도로 높다는 말일까?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모두 만성적인 과잉설비와 넘치는 저축으로 인한 제로 실질금리라는 현실을 깨닫지도 적응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실링 칼럼니스트의 주장은 이 대목에서 타당하다.

    투자자들은 아직 S&P500이 제공하는 초과수익을 깨닫지도 적응하지 못하도 있다. S&P500에 붙여져 있는 '주식'이라는 위험한 이름 탓일 것이다. (반면 정크본드에는 채권이라는 안전한 이름이 붙여져 있다!)

    실링 칼럼니스트는 "저축자들이 서서히 그러나 소극적으로 제로 실질 금리의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S&P500의 배당수익률(1.9%)이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보다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주식을 옹호하는 주장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주식을 옹호하는 지, 주식을 옹호하는 것이 그가 바라는 '바뀐 현실에 대한 적응'인지에 대해서는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Editor's Letter가 보기에 S&P500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과도하게 풍부하다. 투자자들이 오로지 서서히, 소극적으로만 새 현실에 적응하고 있는 탓이다. 채권이 된 S&P500은 오직 주식이란 이름 만으로 인해 드물게 저평가된 채 남겨진 안전자산이다.

    ⓒ글로벌모니터

    S&P500의 일봉은 이날도 어김없이 제법 긴 아랫꼬리를 달았다. 이달 들어서 거의 항상 장중 저점에서 뚜렷하게 반등한 채 거래를 마치는, 탄력적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형적인 '밀릴 때 사자(buy the dip)' 장세다.

    조정이 장중에 모두 완료되고 말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정폭이 큰 것도 아니다. 이달 들어 장중 저점 대비 고점의 변동폭은 평균 0.5%에 불과하다. 2017년을 제외하면 지난 1993년 이후로 이런 장세가 없었다. 지금 시장은 1965년 이후 가장 조용한 한 해로 기록되었던 2017년을 닮아 가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우려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FOMO(Fear Of Missing Out)' 장세의 재연을 말한다.

    그러나 Editor's Letter가 보기에 이 장세는 성격이 좀 달라 보인다.

    S&P500은 지금 다시 의심의 벽을 타고 오르는 듯하다. 무역협상이 경제를 완전히 파토낼 정도로 결렬되는 게 아니라면, 채권 같은 주식 S&P500에게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잘 안 되면 벤치마크 수익률이 떨어져서 S&P500 채권에 좋은 일이고, 잘 풀리면 EPS 전망이 밝아져 당연히 S&P500 주식에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극적이지만 서서히' 전개되는 흐름은 투자자들이 '제로 실질금리의 현실을 깨닫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S&P500만이 거의 유일하게 넉넉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저평가된 안전자산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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