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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척하면 척인 회동(cordial meeting)"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19 오전 6:32:36 ]

  • ⓒ글로벌모니터

    18일 뉴욕증시 장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보도자료를 냈다. "대통령이 불러서 제롬 파월 의장이 오늘 아침에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재무장관을 만나 경제와 성장, 고용, 인플레이션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의회 보고때 한 발언에 부합하는 정도로만 말했다. 향후 정책경로는 전적으로 앞으로 입수될 경제전망에 관한 정보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것 말고는 통화정책에 관한 자신의 전망은 논하지 않았다"고 연준은 밝혔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자신과 자신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동료들은 법률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며, 이러한 결정은 오로지 조심스럽고 객관적이며 비정치적인 분석에 근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원칙에 관해서만 말했을 뿐 파월 의장은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다'는 게 연준의 발표였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호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이 회동 사실을 즉각 공표하는 것은 더욱 이례적이다.

    약 20분이 지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뒤따랐다. 물론 이건 이례적이지 않다.

    ⓒ글로벌모니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방금 백악관에서 연준의 제이 파월과 만났다"고 밝혔다. "미팅은 아주 좋았고, 화기애애했다(cordial)"고 밝혔다. "금리와, 마이너스 금리, 낮은 인플레이션, 부양정책, 달러화 강세 및 제조업에 대한 그 영향, 중국·EU 및 여타국들과의 무역 등 모든 것들이 논의되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표문 중에서 시선을 잡아챈 것은 바로 'cordial'이라는 단어였다. 사전에는 화기애애한, 다정한 등으로 번역되어 있다. 영영사전은 'friendly라는 의미'라고 규정해 놓았다.

    'cordial'은 라틴어로 심장(心, heart)을 뜻하는 'cor'에서 비롯된 영어 형용사이다. 이게 명사로 쓰이면 '심장 박동을 촉진하는 약품 또는 음료'를 뜻한다.

    그래서 이 'cordial'이라는 단어는 'friendly' 보다 더 'friendly'한 느낌을 준다. 피가 서로 통하는 듯이 가슴이 뛰는(invigorate), 이심전심의 따뜻하고 우애로운(warm and hearty)감정을 교환할 수 있었던 회동이라면 아마도 'friendly meeting'보다는 'cordial meeting'이라고 활자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즉, 파월 의장과의 백악관 회동은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는 않았지만, 척하면 척이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발표문이 주는 '인상'이었다.

    *코델리아(Cordelia)는 아버지를 진심으로(cordially) 사랑했던 리어왕의 세째딸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열여섯살 처녀를 탐미해 그녀에게 매번 "나의 코델리아(My Cordelia)"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썼다. "나의 코델리아는 나의 신(神)과 마찬가지로, 코델리아가 나의 소유가 아닌, 내가 그녀의 소유임을, 지금까지는 내 것이었던 내 모든 것이 그녀에게 속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키에르케고르는 썼다.

    ⓒ글로벌모니터

    지난 4월5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양적긴축을 없애야 한다. 지금은 그것이 양적완화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크 카마나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QE를 시작할 지 의심스럽다. 연준은 계속해서 데이터를 주시하며 그에 따라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은 약 두 달 뒤 금리인하를 신호한 뒤 6주 지나서 행동으로 옮겼다. 이후 금리는 총 세 차례 낮춰졌다.

    '양적긴축'이 중단된 것은 물론이고, '양적완화'까지 재개되었다.

    만 2년에 걸쳐 약 7100억달러 줄었던 연준의 자산은 최근 두 달 사이에만 2900억달러가량 다시 부풀었다. 부지불식간에 시나브로 칠해 말렸던 페인트의 40%를 벗겨낸 셈이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 4월의 '금리인하+양적완화' 주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도 없는데 경제를 긴축해서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역설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연준은 파월 의장이 밝힌 원칙 대로 오로지 '데이터가 가리키는 경로를 따라(data dependent)'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연준이 주목하는 데이터는 '거의 없는 인플레이션'이다.

    ⓒ글로벌모니터

    '낮은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연준의 태도는 최근 들어 확연하게 바뀌었다.

    지난 3월20일 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낮은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우려는 약 한 달 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의 '호경기 속에서의 금리인하론'으로 승화되었다. '만일 인플레이션이 2% 너무 밑에서 한동안 유지된다면, 그것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실제로 긴축적임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으니, 이 경우 금리를 인하하는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시 에반스 총재는 주장했다.

    그러나 한동안 탄력을 받던 이 주장은 FOMC 내부에서 끝내 컨센서스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될만한 말을 18일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준 총재가 했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로젠그렌 총재는 말했다.

    호경기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리기 위해 무리하다가는 거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파월의 data dependent 통화정책은 전술을 조정했다. 낮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게 아니라 최대한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주 의회보고에서 "그동안 우리가 알게 된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알게 되어 갈 것은, 당초에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이 훨씬 낮은 실업률 하에서도 가동 가능하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당초에 많은 사람들의' 잘 못된 지식에 근거했던 2.50%까지의 금리인상은 잘 못된 것이었다.

    지금 실업률이 반세기만에 최저치로 낮긴 하지만, 무리없이 도달 가능한 실업률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 임금과 인플레이션이 오르지 않는 것은 그러한 가설이 맞을 가능성을 지지한다.

    그렇다면 연준은 실업률이 더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만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없는 상태에서 실업률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려는 조짐을 보인다면 금리를 내려야 할 수 있다. 에반스 총재가 말했듯이 이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은 실제로 긴축적임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지난 주 파월 의장이 말한 중립금리 불가지론의 함의다. "중립금리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낮을 수 있고, 그래서 우리의 정책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 완화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실업률의 추세적 상승 조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실업률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 역시 통화정책이 전혀 완화적이지 않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는 수많은 미국 국민들이 노동할 수 있는 자유를 중앙은행이 부당하게 제약하고 있음을 뜻한다. 역시 금리를 내려야 할 수 있다.

    지난 14일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억제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경제를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뜨겁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치를 연준에게 선사했다. 인플레이션이 우리 손아귀를 벗어나 날 뛸 것이란 두려움 없이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파월 의장이 백악관에 불려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은 채 밝힌 통화정책의 원칙(data dependent)일 것이다.

    그리고 이 대화는 cordial 했다. 연준과 파월은 더 이상 트럼프와 미국의 적(enemy)이 아니다.

    ☞관련기사: 파월의 불가지론, 경험주의, 인도주의

    ☞관련기사: 중립금리가 연준 생각보다 훨씬 낮다면?

    ☞관련기사: 제롬 파월의 '필립스 곡선'

    트럼프는 파월을 불러다 놓고 중국과의 무역 등 모든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연준이 참전하게 되는 작전계획과 야전예규(data dependent)가 테이블에 올랐을 지도 모르겠다.

    ☞관련기사: 무역 연계(trade dependent)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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