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Weekly Anywhere]"피터, 진정해(Peter, calm down)!"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1-18 오전 6:33:15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0월1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를 면담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제1국면 무역합의 잠정 타결 사실을 발표하며 이르면 11월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서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지난 10월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류허 중국 부총리를 백악관 집무실에 불러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상당한 제1국면 무역합의(substantial phase one trade deal)" 타결 사실을 발표한 지 한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아직 합의는 타결되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연간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 이전의 연간 160억~170억달러, 현재의 80억달러에 비해 대폭 확대되는 것이라고 트럼프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강조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부들이 그 많은 농산물을 실제로 과연 생산해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면서 "농부들은 지금 바로 가서 땅을 더 사고 더 큰 트렉터를 구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과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고, 약간의 긴장과 흥분이 느껴졌다. 이번 합의를 과대포장하려 애쓰는 어색한 말투와 태도가 전파를 타고 텔레비전에 그대로 중계되었다.

    트럼프의 면전에 미소 지으며 앉아 있던 류허 부총리는 트럼프가 반복해서 떠들어 대는 "500억달러 농산물 구매 계획"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고 있는 얘기는 전혀 다르다.

    미국이 중국에게 시기별로 구체적인 농산물 구입 계획을 서면으로 약정하라고 요구하는데 대해 중국은 문서화를 거부하면서 '우선은 무역전쟁 이전 규모만을 구매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관세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면서.

    10월11일 백악관에서의 라이브 리얼리티쇼 몇십분 전, 바로 그 오벌오피스에서는 격론이 펼쳐졌다.

    지난 14일자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단계적 접근법'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간의 성과를 챙길 수 있고, 미국 경제에 가해지는 압력을 덜어낼 수 있으며, 민감한 이슈들은 2국면에 가서 몰아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9월에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부분합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오로지 한 사람만이 반대를 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나바로는 그런 스몰딜을 좌초시키려는 작정으로 두 사람의 보고에 끼어 들어 맹렬하게 덤볐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피터, 진정해(Peter, calm down)!"라고 말리면서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나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류허 부총리팀이 오벌오피스에 들어왔다. 배석자들이 보기에 양측의 대화는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한 듯했고 혼란스럽기까지 했는데, 방송 카메라들이 들이닥치고 말았다.

    당시 카메라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평화,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많은 마찰들이 있와왔다. 그래서 이 합의는 '초당적협력(lovefest)'이다. 좋은 일이다. 중국을 위해서도 좋고, 미국에게도 좋고, 세계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서작업을 거쳐서 서명만 하면 된다던 그 제1국면 무역합의는 여전히 공회전 중이다.

    지난 15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십중팔구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20%의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산수가 나온다.

    앞서 14일에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막바지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 협상이 이제 막 제1국면에 불과한 것처럼, 시작은 쉬워도 막바지는 매우 어렵다. 커들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서명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라고 여운을 남겨 두었다.

    로스 장관은 "어떤 것이든 합의가 체결되기 전까지는 실제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다"면서 "악마는 늘 디테일(각론)에 있다. 우리는 현재 마지막 디테일에 임하고 있다. 중국의 농산물 구매와 그 이행 방안이 이슈"라고 밝혔다.

    16일(토요일)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발표, 양측 고위급 협상대표가 전일 핵심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전화회담을 했으며, 대화가 건설적이었다고 발표했다.

    그 건설적 대화가 계속되는 사이 12월15일 데드라인(중국산 핵심 소비재에 대한 관세부과)은 쉼없이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모니터

    지치지 않는 낙관론으로 뉴욕 증시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표지수인 S&P500은 29거래일째 '이틀연속 하락'이 없는 장세를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로 이런 일이 없었다.

    이달 들어 S&P500의 일일 고점과 저점 변동폭은 평균 0.5%에 불과하다. 2년 전 이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1993년 이후로 이런 일이 없었다. 1965년 이후 가장 '조용한' 한 해로 기록되었던 지난 2017년과 유사한 흐름이 지금 뉴욕증시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진정되어 있는(calmed down)' 증시와 달리 국채시장은 스윙 중이다. 무역합의 낙관론으로 지난 7일 1.97%까지 올라갔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어느새 다시 1.83%로 되떨어져 있다. 7위안선을 깨고 내려갔던 달러-위안 역외환율 역시 반등해 있는 상태다.

    지난 10월11일, 미국과 중국은 과연 얼마나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했을까? 그 이후로 양측은 '마무리(?)' 작업을 얼마나 더 진척시켰을까? 그 단면이 틈틈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중이다. 이번 주에도 그 흐름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시장이 오로지 무역협상 이슈에 매달려 있는 중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 내부의 논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과도할 정도로 평안해진 작금의 시장은 연준이 세차례에 걸쳐 주입한 진정제 효과이기 때문이다. 약효가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연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미리 구상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는 수요일(20일) 연준은 10월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한다. 추가 금리인하도, 금리인상으로의 선회도 모두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이뤄질 수 있다는 연준의 '멈춤(pause)' 선언이 어떠한 맥락 하에서 도출되었는지를 살펴볼 수가 있다.

    22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취임 후 첫 공개연설을 할 예정이다. ECB 내부 분열이 극에 달했고, 추가 완화정책에 대한 거부감은 고조되어 있다. 이 상황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어떤 길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라가르드 연설에 하루 앞서 21일 ECB는 10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한 정책회의였다.

    제1국면 무역협상 낙관론에 균열이 나 있긴 하지만, 9월 이후 시장금리 급반등 추세를 이끈 또 하나의 배경, '글로벌 경기 모멘텀 바닥탈출' 스토리는 아직 살아남아 있다.

    이번 주 경제지표 일정 중에서는 22일 예정된 Markit PMI 11월 잠정치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 독일과 유로존, 미국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PMI가 이달 들어서 '모두' 소폭이나마 개선되었을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번 주 글로벌 경제 주요 일정]

    ⓒ글로벌모니터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