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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장기국채의 잠재위험은 얼마나 큰가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10-23 오전 7:17:45 ]

  • ⓒ글로벌모니터

    탄력적으로 반등해 올라가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8%선에서 일단 저항을 받았다. 뉴욕 거래가 시작되기 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채권시장에서 '조정시 매수' 블록 트레이드가 유입, 미국 장단기 수익률을 함께 끌어내렸다고 한다.

    뉴욕 오후 시간에는 영국발 브렉시트 뉴스가 미국 국채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탈퇴동의법안(WBA) 2차 검토안(the Second Reading vote)이 하원을 통과, 유럽연합(EU)과 맺은 합의안의 골격이 의회에서 승인됐다. 소프트 브렉시트에 청사진이 켜진 셈이다. 전임 테레사 메이 총리는 세 차례 모두 실패했던 투표였다.

    하지만 존슨 총리가 제안한 법안 신속처리 일정표는 부결되었다. 존슨 총리가 거듭 공약했던 시한(10월31일)내 소프트 브렉시트에는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혼재된 브렉시트 뉴스에 대해 미 국채시장은 나쁜 소식(국채시장에는 호재)에 좀 더 무게를 둔 반응양상을 보였다. 파운드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는데, 최근 동반 상승했던 국채 수익률과 파운드 추세에 피로감이 쌓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모니터

    지난 8월 글로벌 채권랠리를 주도했던 독일 국채시장은 그 이후의 되돌림 과정도 두드러진 흐름이다. 30년물 수익률이 8월 중순 저점대비 정닐까지 48bp 반등한 뒤 조정을 받았다. 10년물 수익률도 저점 대비 오름폭이 37bp에 달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저항을 받은 1.80%선은 9월초 바닥 대비 34bp 높은 지점이었다.

    유로존 금융시장의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5년,5년 인플레이션 스왑)은 6월 이후 변동범위 안으로 다시 반등해 개선된 경제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채권시장은 오는 24일 예정된 Markit PMI 10월 잠정치를 통해 독일 및 유로존 경제 모멘텀의 바닥 시나리오를 재점검할 예정이다. 이날 '저가매수'에 나선 트레이더들이 선택한 타이밍이 단기적으로도 적절했는지 여부 역시 이 때 판가름 날 듯하다.

    ⓒ글로벌모니터

    장기국채 저가매수 전략에 내재된 장기적인 리스크는 '재정부양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가 세금을 감면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으로 부양되므로 장기국채 수익률에 강한 상승압력(강한 가격하락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재정부양책은 통화부양책과 달리 결정이 쉽지 않고 결정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통화정책이 소수의 전문 관료들의 협의로 결정되는 반면, 재정정책은 정치인들의 치열한 정쟁 끝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결정되면,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에 비해 효과가 훨씬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나타난다. 저성장과 저물가,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는 장기국채 투자자들에게는 어쩌면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잠재위험이 재정정책의 가동일 것이다.

    재정정책 가동으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의 증가는 시장의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쳐 역시 채권가격 하락, 수익률 상승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재정정책은 장기국채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위험 요소일까? Editor's Letter의 의견을 결론적으로 미리 밝히자면, 그 위험은 일시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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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부양 정책이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1)개별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가? 2)국제적 공조로 전개되는가? 3)지속기간은 어느정도인가?

    1) 개별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재정부양책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며, 국지적이다. 지난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9월 2.014%에서 저점을 형성했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018년 10월 3.259%까지 올라간 뒤 하락추세로 돌아섰다. 그 13개월 동안 오름폭은 124.5bp였는데, 이후 11개월에 걸쳐 183.2bp 떨어졌다.

    트럼프의 재정부양책은 2018년 미국 경제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성장률이 3%에 달하고 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인플레이션도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일시적이었다. 국채 수익률에 가해진 충격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부진한 해외경제의 영향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와 경기 및 수익률 팽창의 크기와 길이를 줄여버렸다.

    해외가 부진한 상황에서 홀로 재정부양에 나서면, 그에 따른 수입유발효과가 증폭되어 결국 우리 국민의 돈으로 남의 나라 일자리를 함께 챙겨주는 '호구' 노릇을 하기 십상이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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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주요국들이 재정부양을 공조할 경우 장기국채 시장에는 훨씬 강력하고 지속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주목받는 곳이 독일이다. 독일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마지막에 재정부양에 나설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재정규율을 자랑하는 독일은 현재 두 가지 관련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나는 지난 2009년부터 헌법에 새겨 운영 중인 "debt break"이다. 경제환경과 무관하게 GDP의 0.35%를 넘는 구조적 재정적자를 내는 것을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사회간접자본 등에 대한 독일 정부의 구조적 투자를 저해하는 걸림돌로 꼽혀 왔다.

    또 하나의 규율장치는 지난 수년간 시행해 온 "black zero"이다. 헌법 규정보다 훨씬 엄격하고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원칙으로, 적자 및 국가채무 발생 자체를 원천 금지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21일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연구소 Ifo와 언론매체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공동 설문조사에서 120명의 경제학 교수들 중 48%가 'black zero' 정책을 지속하는 것을 반대했다.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34%에 달했다. 헌법이 규정한 재정규율을 확립하는데 있어서 이 제도가 좋은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black zero 종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과반이 안 될 정도로 빈약해 보이기도 한다.

    보다 근본적인 재정 건전화 제도인 'debt break'에 대해서는 57%의 경제학자들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지출의 규율을 세우고 정치인들이 공공자금을 보다 정당하게 사용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28%에 불과했다. 공공투자를 저해해 미래 성장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이었지만 3분의1도 되지 않는 소수의견일 뿐이었다.

    장기국채 시장에 유의미한 충격을 주는 재정부양 공조 시나리오에서는 중국을 빼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중국 역시 최근 들어 부채관리에 매우 큰 비중을 두는 정책기조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의 빚은 표면적으로 아직 많지 않으나, 우발채무라 할 수 있는 지방정부 및 국유기업의 막대한 부채를 감안하면 지갑을 함부로 열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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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재정부양 정책의 글로벌 공조 가능성이 제한적임을 감안한다면, 그 '지속적인' 공조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만일 지금과 다른 어떤 '불가피한' 정치환경이 된다면, 주요국들은 장기간에 걸쳐 재정부양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장기국채의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까?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21일 닛케이에 실은 칼럼이 이에 대한 의미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시라카와 전 총재의 주장은 '재정정책이 만병통치약'인 듯이 거론되는 요즘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일본의 경험이 주는 진정한 교훈이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통화부양 정책이란 것이 민간 경제주체의 미래 수요를 현재로 앞당기는 것임을 강조했다. 만일 경제가 일시적 수요부족에 빠진 상태라면 작동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일 약한 경제, 저성장이 다른 큰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면, 완화적 통화정책은 결국 자연이자율의 하락을 촉진해 낮은 수준에서 고착하도록 할 것이라고 부작용을 경고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민간 부채 수준이 과도해지면, 금리를 높일 수 없는 경제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 경우 자연이자율, 균형금리는 과거에 비해 매우 낮아지며, 금리를 약간만 높여도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런 취약한 상황에서는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압력이 커지며, 이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부채 증가 및 자연이자율 하락 악순환을 불러 일으킨다.

    시라카와는 또한 재정부양 정책 역시 미래의 수요를 앞당겨 사용하는 점에서 통화부양과 다를 바 없음을 강조했다. 결국 미래 수요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는 미래에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미래 소득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낸다면 구조적인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고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시라카와는 노동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적 성장정책이 긴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미래 지출을 앞당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게 되면 비효율적인 사업들이 살아남아 생산성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일본의 통화정책 경험으로부터 얻었어야 할 교훈이라고 시라카와 전 총재는 역설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일본이 돈을 덜 풀어서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결코 적지 않게 돈을 풀었고, 그 흔적은 국가부채 비율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압도적인 재정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본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마이너스이다.

    저성장과 저물가, 저금리를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라카와 총재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소득의 성장이 이뤄지도록 노동력과 생산성(합해서 잠재성장률)을 증대하는 것이다. 이는 인기가 별로 없고, 오히려 고통이 따르며, 효과를 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책이다. 장기국채에 구조적으로 지속가능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정책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경기부양 정책 vs 경제성장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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