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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미니 양적완화(Soft QE or QE lite)?"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9-18 오전 6:58:04 ]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7일 은행시스템에 531억5000만달러의 유동성을 긴급 투입했다. 이런 방식의 공개시장조작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연준의 개입은 하루짜리 레포금리가 10%로 치솟는 등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교란이 이틀째 이어진데 따른 것이다.

    이번 소동은 미국 은행권의 초과지급준비금 잔고 절대 수준이 이미 부족해졌을 가능성을 다시금 더욱 강하게 시사한다.

    이에 따라 연준이 다시 대차대조표를 늘리는 조치를 앞당겨 취할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한다.

    그러나 이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세 차례 시행했던 양적완화(QE)와는 완전히 다른 조치이다.

    다만, 초과지급준비금 긴축이 멈추고 미국 본원통화량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금융시장에는 물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이번 소동을 계기로 우리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금융시장 관리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통화경제이론에 정통하지만 금융시장에 관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존 윌리엄스 총재의 조직 관리능력 역시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다른 형태의 시장 교란이 불시에 재연될 위험이 항상 잠재해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모니터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17일 오전 미국 단기자금시장에서 일반담보 오버나이트 레포금리가 10%까지 솟아 올랐다. 최근 거래되던 수준보다 네 배나 높은 금리가 형성된 것이다. 기록적인 시장 움직임이었다.

    분기말, 월말이 아닌 월중에 나타난 현상이어서 특히나 이례적이었다.

    ⓒ글로벌모니터

    단기자금시장 교란은 이미 전일부터 뚜렷하게 목격되었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 발표에 따르면, 전일 미국의 하루짜리 실효 연방기금금리는 2.25%를 기록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설정해 놓은 변동 허용범위 상단을 터치해버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레이더들을 인용, 이날은 연방기금금리가 5%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준이 단기자금 금리 통제력을 일시적으로나마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공개시장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뉴욕 연준이 이에 긴급히 개입에 나섰다. 뉴욕 현지시간 오전 9시17분쯤 '뉴욕 연준이 750억달러 한도의 오버나이트 레포 입찰을 오전 9시30분~9시45분 사이에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 직후 시장의 레포금리는 0%로 급전직하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6% 수준으로 튀어 올랐다. 뉴욕 연준이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레포 입찰을 취소했다고 발표한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전 10시에 입찰이 실시되었다. 총 531억5000만달러의 자금이 공급되었다.

    *오버나이트(overnight)는 만기가 하루짜리, 익일물을 뜻한다.

    *연준의 레포(Repo)는 환매조건부로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공급하는 공개시장조작 수단이다. 한국은행의 RP매입과 동일하다. 역레포(reverse-Repo)는 반대방향의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흡수하는 장치이다.

    *레포 또는 역레포는 일정기간 후에 거래를 되돌린다는 점에서 단순(outright) 매매와 비교된다.

    ⓒ글로벌모니터

    이틀간의 미국 단기자금시장 요동은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미국 기업들의 세금납부 자금 수요가 있었다. 민간이 세금을 내면 연준의 정부 계좌로 통화가 흡수되고 은행 지급준비금은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지난주 실시한 국채 입찰에 따른 매입대금이 납부되었다. 이 역시 통화환경에는 세금납부와 같은 영향을 일시적으로 미친다.

    .은행 유동성이 이렇게 줄어든 상황에서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국채 잔고는 대폭 증가해 현금-채권 불균형이 심화했다. 적자재정 충당을 위한 국채발행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주 채권시장 매도공세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 소동은 근본적으로는 미국 은행시스템의 초과지준 잔고 수준이 과도하게 줄어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양적완화가 종료된 2014년말 고점 이후로 연준 자산규모가 약 7500억달러 감소한 반면, 은행시스템의 초과지준은 약 1조3800억달러 줄어들었다.

    연준 자산은 기본적으로 '양적긴축'만큼만 감소하는 반면, 은행 초과지준은 양적긴축 + 현찰 인출 + 정부의 현금잔고 확대 등 다른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연방부채한도 재적용으로 현금잔고를 대거 인출해 사용했던 미 재무부가 여야의 '부채한도 재유예' 합의 이후 현금잔고를 대거 늘린 영향이 은행시스템 유동성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유동성 잔고를 늘리기 위해 국채를 초과발행하면, 세금을 초과징수한 것과 똑같은 통화수속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은행시스템의 지급준비금 잔고 수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세금 납입, 재무부의 채권발행 및 현금 축적, 민간의 현찰 인출 등 중앙은행 통제 바깥의 통화변수들은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인데, 그 상시적 변수 여하에 따라 단기시장금리가 급변동할 수 있다는 것은 준비금의 절대수준이 너무 낮아졌음을 뜻한다.

    즉, 지난 이틀간의 사태는 연준이 본원통화를 다시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음을 신호한다.

    연준이 대차대조표(본원통화량)를 다시 확대한다면, 관심사는 그 속도에 모아진다. 초과지급준비금 수준이 현 레벨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통화를 늘릴 것인지, 이보다는 좀 더 레벨이 높아지도록 해 여유를 줄 것인지가 체크 포인트이다.

    연준은 지난달 양적긴축을 조기에 종료했지만, 초과지급준비금 잔고의 양적긴축은 계속되고 있다. 전술했듯이 현찰인출이 계속 늘어나면 그만큼 지준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무부의 현금축적이 가세하면 초과지준에 대한 긴축압박은 커진다.

    이러한 지준 수축을 막으려면 연준은 최소한 현금인출 속도에 맞추어 본원통화를 늘려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 국채시장에 다시금 연준이라는 순매수 주체가 등장하는 셈이다. 주식 등 위험자산 시장에는 긍정적인 재료라 할 수 있다. 달러에 대한 영향은 '약세' 쪽에 더 기울 듯하다.

    이날 나타난 미 국채 수익률 하락세와 달러 약세에는 연준의 레포 입찰 및 그 시사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글로벌모니터

    그러나 이는 절대로 양적완화라고 부를 수 없다. 호재라고 볼 수는 있지만, 게임체인저(game changer)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의미다.

    양적완화는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자산매입 정책수단이다. 기본 정책수단인 정책금리가 제로까지 떨어져 더 이상 낮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중장기 채권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장치이다.

    이에 반해 대차대조표 확대를 통해 지준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모든 중앙은행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항상 행하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그동안 계속되었던 초과지준 '긴축'이 중단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완화적일 뿐이다.

    만일 연준이 현 초과지준 레벨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해 그 레벨을 높이려 한다면, '일시적'으로나마 양적완화와 유사한 효과가 '약간은' 있을 것이다.

    당장에는 뉴욕 연준의 '오버나이트 레포' 입찰로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유동성 조절에 불과하다. 은행시스템의 준비금 레벨이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면 근본적인 보충조치를 취해야 한다.

    연준이 제법 방대한 초과지준을 남겨둔 상태에서 양적긴축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과거와 같은 상시적인 공개시장조작(유동성 조절)을 시행하지 않기 위한 목적도 컸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일시적 자극에도 단기시장금리가 지금처럼 급변동하지 않도록 초과지준 레벨이 충분히 높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초과지준을 다시 과도하게 늘릴 수는 없다. 적정한 준비금 레벨 하에서도 아주 가끔은 자금이 갑자기 부족해지는 금융기관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사례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검토되어 온 것이 바로 '대기성 레포(standing repo facility)'이다. 대기성이란 말은 중앙은행이 급히 찾아오는 금융기관에 서비스하기 위해 항상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기관에게는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이다. 대신 약간의 벌칙성을 가미해 금리는 약간 높게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이 대기성 레포 수요가 수시로 발생한다면 이는 지준의 절대 수준이 부족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이슈들이 내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주 더 심각하게 재발한 머니마켓 교란에 대응할 뉴욕 연준의 '마켓그룹(Markets Group)' 수장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막강한 파워로 월스트리트를 좌지우지했던 역전의 용사 사이먼 포터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히 퇴임한 뒤로 마켓 데스크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 연준에 내홍이 있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8월4일자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새로 부임한 존 윌리엄스 총재가 자신의 운영철학에 '줄을 서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분란이 발생했다고 한다. 홍콩 연설 일정까지 잡아 두었던 포터는 전화로 해임 통보를 받고는 단 며칠만에 쫓겨났다. 지난 5월말의 일이다.

    그리고 나서 두 달이 안 된 지난 7월18일 존 윌리엄스 총재의 연설 파동이 발생했다. 이번 단기시장 파동은 윌리엄스 총재 설화(舌禍)가 있은 지 두 달만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를 기억한다면, 안정적인 미국 레포시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이 중요한 시장이 지금 뭔가 불안한 뉴욕 연준의 손에 맡겨져 있다.

    이날 실시한 레포 입찰에서도 뉴욕 연준은 어처구니 없는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주었다.

    유동성 미스매칭에 따른 단기자금시장 교란 위험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제기되어 왔다. 이번에 자금 수급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연준은 전일 나타난 불안양상을 목격하고 난 뒤에도 이날 아침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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