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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국채시장 발작(tantrum)?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8-23 오전 6:36:29 ]

  •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는 멍청하다(Clueless)"고 말했다.

    22일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멍청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짧은 기간에 걸쳐 최소한 100bp는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하커 총재는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금리를 동결하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결정 당시 하커 총재는 "좀 주저하면서 동의했다"고 이날 실토했다. "금리인하가 반드시 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정책기조를 중립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거기에 동조했다"고 설명했다.

    한 번 내리는 것도 마뜩치 않았는데, 두 번 세 번을 어떻게 더 내리겠느냐는 말로 들렸다.

    어제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투표권을 갖지 않은 위원을 포함한 총 5~6명("several)이 반대했다. 여기에 하커 총재처럼 내심 불만을 갖고 소극적으로 동조한 인사를 포함하면 당시 금리인하에 부정적이었던 인사가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좀 더 많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커 총재는 "보험성 금리인하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는 조짐이 보이면 그 때가서 대응을 하는 것이지, 미리 매트리스를 까는 전략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7월 금리인하에 반대표를 던졌던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도 이날 다시금 추가 부양이 필요없다고 단언했다.

    의사록에 담긴 7월말 FOMC 토의내용의 한 단면을 보면, 연준 내부의 의견이 홍해처럼 갈라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무역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미래 경제활동에 기폭제를 제공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하방위험들이 잔존해 있다. 무역긴장이 해소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무역 불확실성은 다시금 고조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위원들은 특히 유념했다." (2019.7.31 FOMC 의사록)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트럼프가 트위터로 상명지통(喪明之痛, 자식을 잃은 고통)을 토해내던 지난 15일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14거래일 상대강도지수(RSI)는 15.436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단말기에 따르면, 지난 2003년 5월26일(14.519) 이후로 이렇게까지 단기간에 수익률 하락 열기가 과도했던 적은 없었다.

    누가 어떤 눈으로 보더라도 최근 글로벌 장기국채 시장은 수익률 하락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었다. 경제전망에 대한 비관론 일색이었고, 중앙은행의 과감한 대응 기대 일색이었으며, 그래봤자 소용없을 것이란 냉소 일색이었고, 그래서 중앙은행은 명실상부하게 실탄을 모두 잃을 것이란 우려 일색이었다.

    따라서 수익률에 반등압력이 쌓이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웠고, 지난 2015년 4월과 같은 '탠트럼(tantrum, 발작)'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 4년여 전 발작을 앞두고도 독일 국채수익률은 일년 넘게 일방적인 하락세를 전개했다. 이 기간 내내 RSI는 50 아래에서 형성되는 쏠림을 보였다. 그 결과는 역대 최악의 수익률 폭등장이었다. 발작이 절정에 도달한 2015년 5월7일,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RSI는 85.040까지 올라갔다. 블룸버그의 관련 데이터가 있는 1990년 가을 이후로 이보다 높은 RSI 기록은 현재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 국채 10년물에 쇼트를 칠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불을 질렀던 채권왕 빌 그로스의 타이밍은 '전설의 레전드'로 아직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탠트럼 위험이 있지 않을까? 때마침 어제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독일 국채 30년물 제로쿠폰 입찰에서 목표에 못 미치는 물량이 낙찰되었다. 2015년 탠트럼 직전에도 그랬다.

    그러나, Editor's Letter는 마치 지독한 진영논리에 빠진 정치 블로거처럼 사고가 한 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지난 수 년간 장기국채시장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져본 경험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글로벌모니터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지난 3월말 이후로 역전상태를 지속 중이다. 목을 잠시 조르는 것으로는 별 탈이 없을 것이나, 그 시간이 길어지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독일은 마이너스 수익률의 30년물 국채를 팔고 있으나, 연준은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며 "싸워라, 아니면 집에 가라!"고 고함을 쳤다.

    트럼프는 이어 "일찍 하라, 늦지 마라, 미국이 그냥 승리하기보다 큰 승리를 이루도록 허용하라"고 거듭 재촉했다.

    그러나 이날 중도진영의 하커 총재는 "관세가 발동해 소비에 충격을 주면 좀 걱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정책 불확실이 해소되면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퇴짜를 놓았다. 금리인하를 그렇게도 갈망한다면 미국 소비자들에게 관세폭탄을 먼저 던져라는 말, 진정한 희망이 경제성장률 제고에 있다면 당장 무역전쟁을 집어 치워라는 뜻이다.

    댈러스 연준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는 하커에 비해 좀 온순해 보였다. 그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자신은 7월 금리인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 금리인하에는 좀 유보적인 태도였다. "필요하다면 추가 액션에 개방적 자세를 갖겠다"고만 말하면서 "해야만 하는 경우 외에는 금리인하에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요즘의 테마인 '보험 인하'에 대해 하커 총재처럼 부정적인 뉘앙스다.

    의외로 폭넓은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듯한 이 '매파적(?)' FOMC 위원들이 결국 장기국채 시장의 탠트럼, 발작을 유발할 것인가?

    Editor's Letter의 생각은 그 반대쪽이다. 연준이 만일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금리인하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장기국채 수익률은 떨어지는 게 합당하다.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부진하다고 채권시장이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FOMC가 어제 의사록에서 강조했던 '유연성과 선택지'를 발휘해 시장의 기대에 따라 금리를 착착 내려준다면?

    이 역시 장기국채 수익률에는 하방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앙은행의 실탄과 약발이 소진되었다고 채권시장이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면, 적극적인 연준의 완화정책에 장기국채 매수로 반응하는 것이 정상이다.

    ⓒ글로벌모니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공개한 7월24~25일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은 "인플레이션을 중기 목표로 수렴하도록 하는데 필요한 정책수단이 부족하다는 일부 관찰자들의 우려를 효과적으로 받아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당시 논의 내용을 기술했다.

    그래서 당시 드라기 총재는 "아직 리버설 레이트(reversal rate) 도달 신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 의장이 될 뻔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 재무장관)는 이날 트위터에서 콧방귀를 꼈다. "금리인하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미국에서조차 사실이며, 유럽과 일본에서는 더욱 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리가 제로에 쳐박혀 있고 거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블랙홀 통화경제학'에 대해 이제 유럽과 일본의 시장은 확신에 차 있다"며 "미국 역시 리세션을 한 번 더 겪게 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는 또 "전세계 경제학도들에게 자명한 것으로 가르쳐지고 있는 것, '통화당국은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을 통해 원하는 만큼의 인플레이션을 창출할 수 있다'는 명제는 이제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즉, 서머스 역시도 중앙은행의 실탄과 약발이 소진되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어제 소개한 스탠리 피셔 등 중앙은행 업계의 구루들과 더불어서 말이다.

    '실질 균형금리가 떨어졌으니 금리를 더 낮춰서 대응하자'는 중앙은행들의 지배적 주장에 대해 서머스는 "old new Keynesian(노화한 뉴케인지언)" 경제학이라 지적하면서, 금리인하는 오히려 1)거품을 일으키고 2)기업들을 좀비화하며 3)은행들에 문제를 일으키고 4)통화정책 효과를 계속 줄이게 된다면서, 미래 경제활동을 더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영구 침체론(secular stagnation)을 "new old Keynesian(정통 케인지언으로의 회귀)"이라 칭하면서 "거시경제학자들은 적절한 총수요를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재정정책이 명백히 주된 초점이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어제 소개한 스탠리 피셔 등의 보고서를 주도한 필립 힐데브란트 블랙록 부회장(전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은 지난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전후에 보았던 것만큼의 대대적인 통화정책 레짐 체인지를 앞으로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머스는 "1970년대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거시경제학 사고와 정책 및 기관들에 혁명을 일으켰다. 지난 10년간의 낮은 인플레이션과 저금리 및 불황은 1970년대보다 더 길어지고 있으며 더 심각하다. 최소한 같은 수준의 반응을 필요로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서머스는 비관론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따라서 '통화정책에 대한 도전'을 다루는 이번 잭슨홀 심포지엄에서도 이 점이 다뤄지기를 바란다"면서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마무리 지었다.

    *장기국채 시장에 탠트럼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인플레이션에서 업사이드 서프라이즈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머스는 이날 트위터에서 "모든 선진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반등할 위험보다 실업률이 가파르게 반등할 위험이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통화정책 과잉을 대체할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분데스방크조차도 부정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분데스방크 내부의 소식통 2명은 '현 시점에서는 재정 부양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분데스방크는 이번 3분기 독일 경제도 2분기와 마찬가지로 -0.1%의 역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양책이 가장 필요해 보이는 독일에서는 중앙은행마저도 매우 높은 허들을 세워놓고 있다. ☞관련기사 : 獨 경기침체 전망하면서도 …분데스방크 "재정부양 불필요"

    ※ 내일부터 일주일 간 휴가를 다녀오고자 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주 토요일 아침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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