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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국채시장에 몰리는 돈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2-09 오전 6:13:29 ]

  • ⓒ글로벌모니터

    "미국의 리세션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 올 것이다. 우리가 만든 지표가 지난 수개월 동안 급락세를 탔는데,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성장 전망이 개선될 것이란 희망은 현재로서는 순전히 투기적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투자전략팀이 암울한 보고서를 내놨다. 이 은행의 글로벌 자산배분 헤드인 알랭 보코브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경제 모멘텀과 기업이익에 실제로 상처가 가해졌다. 이번에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도 물결을 돌리고 리세션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속젠은 자신들의 전망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자신들이 개발한 "경제뉴스 심리지수(ECNI)"란 걸 내보였다. 모든 언론매체 보도 중에서 경제활동에 관한 기사의 비중을 파악해 지수화한 것이다. 이게 글로벌 산업생산 지표를 약 3개월 선행하는데, 그 선행지표(위 그래프 빨간 선)가 지금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게 속젠의 주장이다.

    현재 미국의 ECNI 수위는 지난 1998년 이후의 실적 중에서 하위 7%에 해당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글로벌모니터

    주가수익비율(PER)은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따지는데 가장 흔히 사용되는 도구이다. PER이 높으면 주식이 비싸다고 하고, 낮으면 싸다고 평가한다. 지난해말까지 몰아친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은 주식 밸류에이션(PER)을 제법 저렴하게 만들어 주었다. 1월 이후에는 그래서 폭풍같은 위험자산 회복세가 펼쳐졌다.

    그런데, 밸류에이션이 얼마나 싸야 진정으로 싸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만일 PER의 하락이 분모(주당 순이익 전망치)의 하락을 선행한 분자(주식가격)의 조정 결과였다면, 주식은 과연 저렴해졌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역시 마찬가지이다. 긴축적이던 정책기조를 중립으로 후퇴시킨다든가, 중립이던 것을 완화적 바이어스로 내려 놓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완화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일 바깥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홑저고리 하나 더 걸치는 것으로 체온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더 높일 수 있을까?

    "당분간은 추가 긴축을 참기로 했다"는 연방준비제도의 선언이 과연 '완화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주식의 밸류에이션과 더불어 이 두 가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초를 빛냈던 환호는 퇴조하고 있다.

    어제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낌새고 좋다(good vibe)"면서도 타결까지는 "한참 멀었다(sizable distance)"고 말했다. 어쨌든 잘 되고 있다는 건가 기약없이 꼬이고 있단 얘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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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뉴질랜드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08%로 6bp 급락,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고점 이후로 이 국채의 수익률은 70bp 이상 떨어졌다. 같은 날 같은 만기의 호주 국채 수익률은 8bp나 하락했다.

    일본 국채 10년물은 수익률이 어느새 마이너스로 되돌아 갔는데도 수요가 오히려 더 강력해지고 있다. 지난 5일 실시된 입찰에서 청약 경쟁률은 지난 2005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장기)국채에 대한 강력한 수요는 전세계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몇 주 사이에 실시된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국채 신디케이티드 발행에 모두 역대 최대의 주문이 들어왔다. 심지어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에도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6일 실시된 이탈리아 국채 30년물 신디케이트 발행에 410억유로의 자금이 응찰했다. 사상 최대의 수요로 기록되었다. 덕분에 이탈리아 정부는 초장기 자금 80억유로를 손쉽게 조달해냈다.

    올해 무려 2500억유로를 빌려야 하는 이탈리아 정부로서는 다행스러운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발행된 30년물의 수익률은 3.91%로 결정됐다. 벤치마크 대비 18bp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초기 목표에 비해서는 프리미엄이 줄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이에 앞서 그리스 정부도 지난주 25억유로 발행에 네 배에 달하는 수요를 끌어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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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깜짝 놀랄 정도의 비둘기 선회"를 선보인 이후로 글로벌 완화 사이클(global easing cycle)이 시작되는 분위기이다.

    지난 6일 호주중앙은행(RBA)이 선두에 나섰다. 긴축으로 기울어 있던 정책기조를 중립으로 돌렸음을 필립 로우 총재가 공표했다.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은 아래로든 위로든 동등하게 열려 있다면서 '인하' 가능성을 넉넉하게 열어 두었다. 중앙은행의 놀라운 태세 전환에 호주달러가 급락했다.

    이틀 뒤 RBA 집행부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분기 경제전망에서 RBA는 올해 중간 성장률 예상치를 2.5%로 75bp 내렸다. 그 일 년 뒤 성장률 전망은 50bp 낮췄다. 올해 6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1.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날, 역시 놀랍게도 인도 중앙은행이 향도(嚮導)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선두 자리를 쟁탈했다. 지난해 가을에 설정한 "면밀히 계산된 긴축(calibrated tightening)" 기조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기준금리를 6.25%로 25bp 인하했다. 지난해 8월 50bp를 인상한 지 불과 반 년 만에 인하로 선회했다.

    같은날, 영란은행이 가세했다. 후퇴한 금융시장의 금리인상 전망을 적용하더라도 올해말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1.7%로 잡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1.2%로 대폭 하향했다. 추가 금리인상은 전혀 급하지 않다는 신호라고 금융시장은 받아들였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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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은행이 정책기조를 완화하면 위험자산 시장에 숨 쉴 틈이 생긴다. 특히 연준이 달러의 고삐를 늦춰주면 이머징 마켓에 단비가 내리고 글로벌 리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한턱 쏘듯이 말했던 것처럼 "지난 2016년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략"이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나타난 글로벌 국채시장의 연쇄적인 랠리는 전세계적인 리플레이션 공조에 화답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금융환경을 대대적으로 완화해 리플레이션을 현실화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완화 사이클 선회는 리세션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역사적으로 가장 신뢰할 만한 징후이기도 하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경제전망 하향은 굼뜬 미네르바의 부엉이, 샤워실의 바보들이 보여주는 뒷북의 전형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의 글로벌 국채시장 랠리는 눈치빠른 민간 투자자들의 발빠른 포지셔닝이며, 최근의 주식 및 국채 동반 랠리는 글로벌 리세션 리허설에 흔히 시연되는 해프닝일 수도 있겠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과 하방위험이다. 바깥기온이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지, 중앙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보온장구가 충분히 두터운지는 오직 시간만이 답을 해 줄 것이다. 어느 쪽에 줄을 서든 투기적이긴 마찬가지이다.

    * 지난 4일 업데이트된 뉴욕 연준의 미국 리세션 확률 게이지는 23.6%로 높아졌다. 내년 1월쯤 리세션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그 정도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물론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과거 사이클에서도 이 만큼 또는 이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다가 되떨어지면서 경기팽창을 지속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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