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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사과 or 오렌지…QT 조기종료의 두 얼굴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1-26 오전 6:04:21 ]

  • 25일 뉴욕증시를 견인한 거시적 재료를 꼽는다면 단연 '양적긴축 조기종료' 기대감일 것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국채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로 하는 연준의 결정이 임박했다"며 "중앙은행 포트폴리오 축소의 종료가 가시권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WSJ 보도의 내용은 Editor's Letter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 것과 동일했다.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QT 조기종료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한 Editor's Letter와 달리 WSJ은 "결정이 임박했다"고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Editor's Letter는 최근 두 차례의 관련 보도를 통해 QT 조기종료 가능성이 부상한 도비시(dovish)한 측면과, 그 이면에서 논의되고 있는 호키시(hawkish)한 아이디어들을 각각 소개했는데, WSJ도 이 두 요소를 균형있게 다루었다.

    ☞ 관련기사 : 주목할 만한 양적긴축(QT) 조기종료 복안

    ☞ 관련기사 : "부적절한 욕망(inappropriate desire)"

    호키시한 이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양적긴축의 조기종료는 위험자산시장에 불리시(bullish)한 재료라고 할 것이다. 연준이 실제로 내놓는 구상의 양태에 따라 이를 적절히 디스카운트(discount)해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오늘은 연준 양적긴축 종료 이슈를 압축해서 종합, 정리하고자 한다.

    ⓒ글로벌모니터

    위 그래프는 미국 연방기금 시장의 지준 수요곡선(Rd)과 지준 공급곡선(Rs)이다. 연준의 꾸준한 양적긴축(QT) 결과로 지준 공급곡선은 ①에서 ②로 현재 이동해 있다.

    연준의 QT 목표지점은 ③이다. 연방기금금리가 초과지준 예치금 금리(ier) 위로 올라서기 직전이다.

    문제는, 지준 공급곡선이 ③에 도달할 경우 초단기 자금시장 금리가 수시로 급등하는 변동성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실 시장은 이론적인 위 그래프처럼 칼로 자르듯이 매끄럽게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급이 '총체적으로(on aggregate)' 딱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개별적으로는, 누군가에게는 넉넉하게 남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제법 부족할 수 있다.

    초단기 금리를 핵심 정책운영 대상 수단으로 삼는 중앙은행에게 이러한 급변동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 가격 급변동에 내재된 신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래서 연준은 '굳이 ③까지 가야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QT 조기종료의 명분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글로벌모니터

    그러한 논의 과정에서 새로운 QT 목표지점으로 제기된 것이 바로 ③'이다. 기존의 목표 ③에 비해 왼쪽으로 좀 덜 간 것으로 'QT 조기종료'를 의미한다. (WSJ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국채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이라고 표현했다.)

    * 이 ③' 지점에서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인지, 아주 미세한 속도로 기존 목표 ③을 향해 접근해 갈 것인지는 불분명한데, 이는 선택의 문제이며 비교적 마이너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인 현금인출에 의해 자연스럽게 초과지준이 줄어 ③에 다가서는 방법도 있고, QT를 ③'에서 단칼에 끝내기보다는 테이퍼 함으로써 ③에 접근할 수도 있는데, 전자가 후자에 비해 훨씬 더 도비시(dovish)하다고 볼 수 있다. QT를 공식 종료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③' 지점에서 완전히 멈추는 시나리오가 가장 dovish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준은 소규모라도 대차대조표(국채 보유잔고)를 재차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 명목 경제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현금통화에 대한 수요도 자연히 증가하는데, 만일 연준이 대차대조표 확대를 통해 본원통화를 늘려주지 않는다면 지준 공급곡선은 왼쪽으로 계속 이동하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③'에서 ③으로 서행하는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이 시나리오에서도 지준 공급곡선이 ③에 결국 도달하게 되면, 연준은 국채 보유잔고를 늘림으로써 본원통화 공급을 다시 확대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는 형식상으로는 양적완화(QE)와 유사하나, 경기부양을 목표로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통화공급을 위한 오퍼레이션이라는 점에서 명백히 구분된다.

    연준이 QE를 ③' 지점에서 조기 종료한다면 미국 은행시스템의 초과 지급준비금 수위도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 은행시스템이 신용공여를 통해 승수효과를 일으키며 창출할 수 있는 총통화의 종잣돈이 커진다는 뜻인데, 쉽게 비유하자면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것과 동일하다.

    그런 점에서 연준의 QT 조기종료는 수익률곡선 스티프닝 재료라고 할 수 있다. 달러화에는 베어리시(bearish)한 재료다. 위험자산에 불리시(bullish)한 측면과 달러 약세 압력이 결합해 이머징마켓 통화들에게 이중의 호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표면적인 'QT 조기종료'의 효과("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美 초과지준 공급")이다. 이제는 그 이면에 혹시 덧붙여질 수도 있는 디스카운트 요소들을 점검해 보자.

    ⓒ글로벌모니터

    금융위기의 핵겨울을 맞았던 지난 2008년 12월 FOMC에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똑같은 양적완화(QE)라고 하더라도 "사과와 오렌지처럼" 아주 다른 게 있을 수 있다고 위원들에게 설명했다. 몇 차례 소개했던 구분이다. 중앙은행 '채무(지급준비금)' 확대에 중점을 두는 QE와 중앙은행 '자산(=장기국채/MBS/주식/회사채 등)' 구성에 초점을 맞추는 QE는 서로 다른 정책목표와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 관련기사 : 양적완화의 두 얼굴과 ECB QE

    지급준비금을 늘리는 '채무' 중시형 QE는 유동성이 말라붙고 신용이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유용하다. 대외 통화가치를 간접적으로 평가절하하는 데에도 특효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좁은 의미의 QE라고 할 수 있다.

    '자산' 구성에 초점을 맞추는 QE는 부양효과가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MBS를 매입하면 주택시장이, 주식을 사들이면 증시가, 회사채를 인수하면 기업 재무상황이 대폭 개선된다. 이 과정에서 지급준비금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버냉키는 이를 "부산물"이라고 말했다) 이중의 부양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 선출되지 않은 공무원(중앙은행)이 제한된 통화자원을 경제의 특정부문에 집중 배분한다는 점에서 의회의 권한을 침범하는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위배한 것이다.)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것도 '자산' 구성에 초점을 맞추는 QE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만기가 긴 국채를 사들인다는 점이다.

    국채는 통상 '무위험 자산'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금 회수의 위험(return of capital)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하락의 위험은 얼마든지 존재하며 만기가 길 수록 그 위험은 커진다. 그 위험도를 '듀레이션(duration)'이라고 부른다. 수익률곡선이 통상 우상향하고, 만기가 길 수록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텀 프리미엄 지급을 통해 위험을 보상).

    만일 중앙은행이 만기 긴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되면 시장의 평균 듀레이션은 짧아진다. 시장의 평균 듀레이션이 짧아지면 시장의 평균 수익률도 낮아진다.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그 리스크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100억원의 장기국채를 갖고 있던 투자자가 절반을 팔아 5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된 상황을 가정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시장은 수익률을 다시 높이기 위해 다른 위험자산을 사들이게 된다. 이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portfolio re-balancing)이라고 부른다. 그 결과 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추구가 늘어나는 부양효과가 발생한다.

    *지난 2013년 4월 일본은행이 자신들의 새로운 부양정책에 '양적질적완화(QQE)'란 이름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BOJ는 본원통화와 국채보유량을 두 배로 늘리는 동시에, BOJ 보유국채 평균 잔존만기를 약 3년에서 약 7년으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전자는 '양적' 완화이고, 후자는 '질적' 완화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2월 FOMC 당시 논의된 '보유국채 잔존만기 축소' 아이디어는 '질적 긴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QT 조기종료의 양적인 dovish함이 듀레이션 축소라는 질적 hawkish함에 의해 희석되는 것이다. 지난달 회의 당시 함께 논의되었던 MBS 만기전 매각을 통한 국채 중심 포트폴리오 조기 전환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가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할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FOMC가 만일 QT 조기종료를 결정한다면, 그 배경과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사과와 오렌지" 만큼의 정책효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2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위원들은 QT 감속 또는 조기종료 가능성을 논의하면서 그것이 마치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로 오인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단지 단기자금시장 금리 급변동을 미연에 막기 위한 기술적인 스무딩(smoothing)일 뿐인데, 이를 마치 부양적 태도로의 전환이라고 받아들인다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자칫하면 경제주체들에게 과도한 위험추구를 부추기는 불필요한 신호효과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일 것이다.

    그러나 얼마 뒤인 이달 초 제롬 파월 의장은 다른 식으로 말했다. "만일 우리의 계획 중 어떠한 측면이든 우리의 책무 목표를 달성하는데 다소간 방해를 한다고 결론지을 경우 우리는 변경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대차대조표도 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QT가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과도하게 통화환경을 긴축한다고 판단된다면 고삐를 늦추겠다는 의미였다. 단순한 '기술적인 결정'이 아닌 '통화정책 기조의 완화'에 가깝다.

    1) 만일 FOMC가 '기술적 결정'에 무게를 두면서 QT 조기종료를 결정한다면, 그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양적' 부양효과는 '질적' 긴축(보유채권 듀레이션 축소 등)을 통해 중립화할 필요를 느낄 수 있다.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 질적진축(qualitative tightening)으로 대체되는 셈이다. 이 경우 양적 호재를 질적 악재로 얼마나 디스카운트 할 것인지를 두고 시장 내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물론 FOMC 위원들도 그 가능성을 우려하긴 할 것이다. 그래서 기술적 조정에도 불구하고 '질적 긴축' 요소는 가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장이 너무 내달리면 금리인상을 재개하면 된다.

    2) 의도하지 않았던 긴축효과를 조정하려는 입장이라면 '질적 긴축' 요소를 통해 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과도한 양적긴축'을 시인하면서 조기종료를 제시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연준 결정을 디스카운트할 이유도 사라진다.

    3) 현실적으로는 그 둘을 결합한 형태가 좀 더 자연스러워보인다. 체면과 실리를 결합하는 것이다. 속으로는 QT의 과잉긴축성을 인정하되 겉으로는 '기술적 조정'을 표방하며 조기종료를 알리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도 역시 '질적 긴축' 요소를 굳이 섞어 넣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편, 파월 의장은 아직까지 "QT는 시장과 경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다(4일)"는 공식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에게 체면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파월 의장은 또한 "대차대조표가 지금보다 대폭 작아질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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