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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arks-to-Market]금과 엔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10-10 오전 11:25:00 ]

  • 하루 뒷북이기는 하지만, 지난 월요일 미국 시장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미 국채 수익률의 상승이나 증시 하락, 심지어는 중국 증시와 이탈리아 증시의 폭락세도 아니었다. 금 값의 하락(월요일 하루 1.6% 하락)과 엔화의 돌연한 (달러화 대비) 초강세였다.
    엔은 사람 여럿을 과부로 만든 원흉(widow maker)이다. 그런데 이 원흉 맞은 편에는 이해할 수 없는 거울이 있다.
    금 값과 달러/엔 환율 추이

    ⓒ글로벌모니터

    지난 2014년 이후 금 값과 달러/엔 환율은 거의 정확하게 대칭적으로 움직였다. 유일한 예외는 지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3월까지의 짧은 기간 뿐이었다.

    즉, 엔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가 되면, 금 가격은 하락했다(또는 달러화 대비 강세가 되는 만큼, 금 가격 상승).

    이같은 대칭적 현상은 지난 1995년 이후 나타났지만, 지금처럼 거의 완벽한 대칭 구도를 이루게 된 것은 지난 금융 위기부터였다.

    금과 엔

    ⓒ글로벌모니터

    이를 두고 엔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가 되면 달러화가 약세가 되었다는 뜻이니 달러화 표시 금 값이 강세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금과 유로화에서도 동일한 관계가 관찰되어야만 한다. 즉, 유로화가 강세가 되면(달러화 약세, 특히 DXY상 달러화 약세), 금 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금과 유로

    ⓒ글로벌모니터

    금 시세와 유로/달러 환율 사이에는 어떤 명확한 상관관계(correlation)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엔화의 경우에만 금과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보인다.

    문제는, 그래서 월요일 시장 반응이 놀라웠던 것이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엔화는 강세 조짐을 보였고 월요일에는 아주 강력한 달러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면 금 값은 상승했어야만 한다. 그런데 금 값은 월요일 시장에서는 오히려 하락했다. 그것도 상당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주말 NFP 결과로)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든지, 혹은 연준이 금리 인상 수준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었다든지 하는 것과 같은 전통적인 금 값에 대한 분석은 월요일 시장에서의 금과 엔 환율의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에 대한 설명이 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여태껏 국채 수익률 상승의 경우에도, 그리고 연준의 아무리 hawkish한 호통에도 금과 엔 환율은 고스란히 대칭적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번에는 달라졌을까?

    먼저 왜 엔화 환율과 금 값이 대칭적으로 움직였는지 가설을 제시해 보자.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 일본 투자은행들이 역외에서 금을 담보로 받고 엔화를 대출해주는 파생 계약을 맺었다. 그러면 금을 주고 달러를 받아간 쪽에서는 이 엔화를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환전한다. 이 때는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현상이 발생한다. 대신에 금 보유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일본 은행들은 이를 금 리스 시장에 내놓고 금 값은 하락한다.

    그런데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이 파생 계약 청산 조건이 발생하면(예컨대 변동성 확대, 혹은 통화가치가 파생 계약에서 정해 놓은 일정 범위를 상하로 벗어나는 경우), 일본 투자은행은 자금(엔화 대출인 경우와 달러화 대출인 경우가 각기 다르다)을 회수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엔화를 빌려간 쪽에서는 기존에 엔으로 환전하여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다시 매도하여 엔으로 바꾼다. 그러면 엔화 강세가 발생한다. 동시에 리스 시장에 내놓았던 금을 회수한다. 그러면 금 값은 상승한다.

    이것이 금융 위기 이후, 특히 일본 중앙은행의 QQE 이후 발생했던 엔화 환율과 금 값 사이의 대칭적 관계에 대한 가설적 설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달러/엔 환율은 금 값과 정반대의 대칭으로 움직이지만, 금 값과 완벽히 동일하게 움직이는 통화도 있다: 위안화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과 금 값

    ⓒ글로벌모니터

    달러/위안 환율은 2018년 들어서는 거의 완벽하게 금 값과 동조한다.

    그리고 월요일 시장에서 달러/엔 환율과 금 값은 이전과는 달리 대칭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달러/위안 환율과 금 값은 여전히 동조했다.

    지난 2014년 하반기 이후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 루피화도 위안 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정도로 금 값과 동조하여 움직였다. 즉 (달러화 표시)금 값 약세는 헤알화나 루피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 약세와 함께 나타났다(헤알화는 2017년 하반기부터는 금 값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통화에 따라서 금 값과 대칭적, 혹은 동조적 움직임이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기는 매우 힘들다. 특히 달러화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로/달러 환율은 금 값과는 거의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요 신흥시장 통화 가치(달러화 대비 환율)는 금 값과 동조하고(신흥시장 통화 강세와 금 값 상승), 반대로 엔화 가치는 금 값과 반대로(대칭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몇가지 가설적 설명들이 있기는 하다 : 무엇보다도 신흥시장에서 달러화가 부족해지자, 금을 담보로 달러를 빌렸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금을 담보로 달러화를 빌려준 쪽(금을 담보로 받은 쪽)에서는 이 금을 다시 시장에 '리스'해주며, 따라서 금 담보가 증가하면 금 값 하락 압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금 값 하락은 (특히 신흥시장에) 달러화가 부족하다는 간접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달러화를 구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어려워져 신흥시장이 빌려간 달러화를 제 때 상환(혹은 차환)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즉 계약 위반의 경우다.

    이 때는 금을 받고 달러를 빌려준 쪽에서는 담보를 처분한다. 즉 담보로 받은 금을 시장에서 처분한다(liquidation). 따라서 금 급락 현상이 발생한다(미국 국채도 비슷한 용도로 쓰인다. 그러나 미 국채의 경우에는 3자 레포 같은 거래 방식이 있어서 그 메카니즘이 더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FX) 옵션(파생상품) 거래에서 금이 담보로 쓰였다면, 옵션 계약상의 가격 변동폭을 넘어서는 경우에도 계약은 자동 청산되며 담보가 처분된다.

    즉 금 값 급락과 신흥시장 통화 가치의 급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마진 콜'(margin call)이 어디에서인가 발생했다는 신호라고 읽을 수 있다.

    이 때는 대규모 청산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증시나 중국 증시가 거의 폭락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역외 위안화 forward rate가 1주일물~1년물에 걸쳐서 무려 350bps에 가까운 curve inversion-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생기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즉 단기 자금을 구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다시 월요일 시장에 의문이 생긴다. 왜 그 날에는 엔과 금은 대칭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월요일 시장에서의 엔 환율과 금 값을 설명할 수 있는 가정은 단 한가지다.

    만일 마진 콜이 발생했다면, 위에서 제시한 신흥시장 통화와 금 사이에 일본의 투자은행들을 외삽해 넣어보자.

    이 경우에는 일본 투자은행들이 (특히 아시아) 신흥시장 국가들과 맺은 역외 크레딧 계약이 청산되지 않고서도 엔 환율과 금 값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다.

    이 때는 전제가 일본 투자은행들이 엔화로 역외 대출을 해주었다는데서 출발한다.

    만일 신흥시장의 달러화 부족 현상이 극도로 심각한 상태에서 일본 중앙은행이 2013년 QQE 이후와는 달리, 시장에서 엔화를 회수하는 오퍼레이션에 나섰다고 가정해 보자(또는 일본 투자은행들이 엔화를 조달하기 위해 담보로 제공한 일본 국채의 수익률이 상승하여 그 가치가 하락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지난 4일 금요일에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15%를 돌파하여 지난 2017년 1월의 전고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 (daily)

    ⓒ글로벌모니터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 (weekly)

    ⓒ글로벌모니터


    그러면 일본 투자은행들은 자금을 빌려간 대출자에게 자금 회수에 나선다. 그러나 이미 자금난에 쪼달리는 대출자들은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계약 청산에 따른 원금 상환도 불가능해진다. 즉,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진다.

    그러면 일본 투자은행들은 한편으로는 담보를 처분하여 원금 손실을 보전하려 하고(이 경우 금 값 급락), 다른 한편으로는 보유 달러화를 매도하여 엔화를 조달해 중앙은행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주 보기 드문 엔 강세/금 약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단지 달러 유동성 뿐만이 아니라, 엔화 유동성도 함께 경색되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일본 중앙은행은 이른바 'stealth tapering'을 지속중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같은 케이스는, 어디선가(아마도 중국) '사실상의 디폴트'가 발생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월요일 시장에서 강력한 청산이 발생한 것을 보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이는, 전면적인 크레딧 회수 압력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추가 청산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만일 월요일 사건이 '마진 콜'이었다면, 이 시장은 폭락 직전에 와있는 것이다(그리고 필자가 weekly에서 '당분간 맑음'이라고 전망한 것은 완전히 틀렸다).

    위에서 제시한 설명들은 모두 가설(hypothesis)이다. 지난 2015년 8월 위안화 절하 사태 이후 그 사건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3년여 동안 찾아봤지만, 여전히 만족할만한 분석을 찾지 못하고 단지 '가능한 조건'들로 구성한 논리일 뿐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다만 한가지는 알고 있는데, 국제결제은행(BIS)은 (회원들 사이에, 즉 중앙은행들 사이에) 오직 한 종류의 상품만을 거래하는데, 그것은 그들 스스로의 입으로 '고대 유물'이라고 폄하하고 있는 금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참고로, 엔화 표시 금 값 챠트

    ⓒ글로벌모니터

    엔화 표시 금 값은 올해 6월 무렵에 지난 2013년 이후의 상승 추세선(즉 BOJ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선)을 하향 이탈했다. 단기적으로는 하향하는 200일 이동평균선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어쨌든 일단 50일 이동평균선 위에 올라서 있기는 하다. 어느 쪽으로 가든 당분간은 기간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지난 2014-15년 패턴의 반복이라면 내년 1분기 말쯤에는 엔화 표시 금 값은 반등할 것이며, 만일 전면적인 하락장으로의 진입이라면 지난 2010년 저점 수준까지 되돌아 갈 것이다. 이는 동시에, 엔화가 추가로 더 강세가 되든지 혹은 금 값이 더 하락하든지 둘 중의 하나(혹은 둘 다)가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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