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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arks-to-Market]유로화 강세를 영접하는 ECB의 자세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01-09 오전 8:56:15 ]

  • 지난 1월 5일 연설에서 ECB의 베누아 꿰레 이사는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 기준에 대한 극히 중요한 발언을 한다. 그는 Risk(위험)와 Uncertainty(불확실성)를 구분한다.

    꿰레에 따르면, risk는 "계측 가능한 것(즉 양과 확률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이며, uncertainty는 계측 불가능한 것이다.

    그는 이런 기준에서 중앙은행은 risk manager로서 행동한다고 말한다.

    risk management 모델을 채택한 중앙은행의 정책은 시장(그리고 경제)에 대해 'judgemental'할 수 있다. 즉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시장이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개입주의적 모델).

    그는 이를 중앙은행의 reaction function model로 설명하는데(중앙은행이 이런 행동을 하면 시장이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라는 것을 미리 예측해서 중앙은행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 따라서 이런 원칙 하에서는 중앙은행의 정책은 결코 'data-dependent'가 아니다. 즉 중앙은행은 경제 지표에 후행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반면, uncertainty의 경우에는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개입할 도리가 없다.

    그는 유로존의 정치적 이벤트를 이같은 불확실성의 사례로 꼽는다. 이런 경우에는 중앙은행은 정치적 행위자로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서도 안되며 선제적으로 해결할 능력도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오직 정치적 이벤트의 결과로서 발생한 경제적 상황에 대해 후행적으로, 즉 data-dependent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의 발언이 함의하는 바는 크다.

    첫째로, 유로존의 올해 예정된 수많은 정치적 이벤트들(이탈리아 총선, 독일 연정 구성 여부, brexit 협상 진척 여부 등)에도 불구하고 ECB는 그같은 정치적 이벤트의 결과들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예측해서 정책을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컨대, 이탈리아 총선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귀환하여 유로존 해체 위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제하에 ECB가 유로화 약세를 유도할 것(QE 시행 기간을 연장한다든지, 혹은 다른 방식의 추가적 완화정책을 수행할 것이라든지 하는)이라는 예측은 하지 말라는 ECB의 의향을 드러내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ECB는 이탈리아 총선의 결과로 빚어진 경제적 시장적 상황에 대해서는 후행적으로는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미리 이탈리아 총선의 결과로 빚어질 상황들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로, data-dependet가 아니라는 것은, 발표되는 실현 지표들(예컨대 낮은 인플레이션률)이 ECB의 정책 결정을 제약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는 말로는 'data-dependent'를 외치는 미국 연준의 실제 행동 원칙과 동일하다.

    미국의 경우를 본다면, 연준은 이론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필립스 커브'를 명분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에 미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했다.

    즉, 연준은 실제로는 전혀 data-dependent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연준은 왜 금리를 인상했는가?

    그래서 궁색하게 나온 변명이 '다음 경기 침체에 대비해서'다. 그러나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또는 그같은 지표와는 독립적으로 중앙은행의 정책이 결정된다면), 마찬가지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지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내려야 한다(금융 위기 과정과 이후의 경기 침체 과정을 보면 연준의 금리 인하는 경제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연준의 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금리가 아니라, 양적 완화였으며, 이마저도 과연 이것이 연준이 '양적 정책'의 결과인지, 아니면 경제의 자율적 반등인지 혹은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화폐적 현상인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꿰레의 발언이 현국면에서 의미하는 바는 시장에서는 좀 더 심대하다. 왜냐하면, 시장은 유로화 강세/ECB 금리 인상/오는 9월 QE 종료를 예측하고 있는데, 꿰레의 발언은 ECB는 이같은 시장의 예측에 반하는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ECB 금리 인상 전망

    ⓒ글로벌모니터

    심지어는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도 시장은 이처럼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모니터

    투자자들은 상당한 정도의 유로화 강세/그리고 2019년에는 명목 금리 인상을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률은 여전히 ECB의 정책 목표치(2%)에 미달하는데도 말이다.

    ⓒ글로벌모니터

    ECB의 이같은 정책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 ECB가 직접 참조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ECB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가 있다.


    '영국의 소비자 지출이 지난 2017년 중에 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Reuters 통신, 8일자)

    영국의 소비자들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허리띠를 졸라매어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 감소가 나타났다.

    영국의 소매 결제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신용카드사인 Visa는 지난 한해 동안 영국의 소비자 지출은 인플레이션률 상승치를 적용하면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 이래 최초의 감소다.

    "이 결과는 지난 2012년 이후 연평균 1.7%의 소비자 지출 증가세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라고 Visa의 수석 영업 책임자인 Mark Antipof는 밝혔다.

    Visa는 지난 12월 중의 소비자 지출은 2016년 12월에 비해 1.0% 감소했으며 이는 지난 6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율로 인해 민간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Visa는 지난 2016년 6월의 brexit로 인한 파운드 가치 하락의 결과로 나타난 물가 상승 압력은 올해는 완화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러나 낮은 임금 상승률과 brexit 불확실성과 같은 보다 광범한 문제들은 완전한 소비 지출 회복은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들의 올해 영국 성장률은 장기 평균인 2%에 못미치는 1.3%를 기록했다.

    기업들 역시 글로벌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지난 8연래 최고 수준으로 비용 절감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장이 가속화되고 증시가 상승하는 환경에서 국내적 위험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남아있다. 비용 절감은 기업의 재무 책임자들에게 이같은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요인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Deloitt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Ian Stewart는 밝혔다.

    대기업들의 투자 의향의 지표가 되는 risk appetite 지표는 지난 3개월전에 비해 약화되었으며, brexit 투표 이전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영국은 금융 위기 이후에 파운드화와 부동산으로 위기를 탈출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끝났다.

    ⓒ글로벌모니터

    부동산도 끝났다. 영국의 '강남'인 런던의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모니터

    영국의 소비를 갉아먹고 있는 것은 낮은 임금 상승률 하의 높은 인플레이션이다. 그리고 그 높은 인플레이션은 (brexit로 인해 가속화되기는 했지만,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파운드화 통화 가치 하락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임금은 상승하지 않는다. 통화가치 하락은 인플레이션률을 높인다. 그러면 결국 소비가 감소하고,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결국 고용 축소)해야 하며, 그러면 경기 침체가 찾아온다.

    왜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가? 지금과 같은 방식의 globalization하에서는 이 세계는 어딘선가 끊임없이 marginal extra labor force가 공급되며, 따라서 선진국이든 신흥시장이든 할 것 없이 상시적인 임금 하락 압력에 처하며, 국내적 차원에서는 collective bargaining(노자간의 집단 교섭)은 국가가 인위적으로 중재해주지 않는다면 노동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즉 오로지 조합주의적 국가 체제 하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필립스 커브는 작동하지 않고, 오로지 통화 가치에 의해서만 수동적으로 물가가 반응한다.

    그러나 이 수동적인 물가 상승만으로도 낮은 임금 인상률을 상회하기 때문에 노동자 가계는 상대적 빈곤에 시달린다.

    만일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이 전면화되면,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된다.

    지금 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현상이다.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치적으로는 stagnation보다도 더 나쁘다.

    투자은행들은 올해에 스페인의 실질 임금(명목 임금 상승률에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조정한 수치)이 0.1% 하락할 것으로,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0.6%, 영국은 0.7%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이 낮은 인플레이션률조차도 이미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인 것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면) 오직 통화 가치 절상(환율 강세)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ECB의 정책은 직접 정치적 이벤트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벤트의 '확률'을 통제하는 간접적 개입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즉 ECB는 이미 정치적 행위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이후의 미국 연준과 재무부의 정책은 달러화 강세로 이같은 실질 구매력 하락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달러 강세 정책이었다.

    트럼프 정권의 수립은 이같은 달러 강세 정책이 오히려 기업 이윤을 해친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의 승리였다.

    그 결과로 트럼프 정권의 정책은 다음과 같은 기묘한 방식의 달러 약세 유도 조치를 취했다.

    ⓒ글로벌모니터

    트럼프 정권 하에서는 실제로 미국 연방 정부의 지출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물론 오바마 정권 때보다는 증가할 것이다). 단지 감세로 인한 연방 재정 적자만 증가할 뿐이다. 그러면 달러 가치는 약세가 되고, 따라서 미국 기업들의 이윤은 증가한다(그러나 이윤율은 하락할 것이다).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달러화가 약세가 되면, 인지된 달러 유동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중국의 달러 재난은 완화된다(다만 중국 내에서도 금리는 상승한다). 동시에 유럽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된다(동시에 유럽에서도 금리는 상승한다).

    중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글로벌모니터

    (* 지난 6 거래일 사이에 36.6bps 상승했다)

    트럼프의 달러 정책은 '더 비싸게, 그러나 더 풍부하게'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이 'America First'는 실은 '다국적기업 first' 정책이며, 유럽과 중국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그래서 말만 시끄럽지 글로벌 헤게머니 국가들 사이에 싸울 일은 없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5월 뉴욕 연준 부총재와 필라델피아 연준 부총재가 공동으로 기고한 Liberty Street Blog의 글에 따르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겁많은 사자'-cowardly lion-이다).

    옐런의 인도주의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만 그 천사의 날개가 드리우고 다른 나라, 특히 신흥시장 노동자들에게는 '악마의 그림자'였던데 반해서, 트럼프의 '제 멋대로'는 실은 옐런이 뿌린 인도주의를 회수하는, 자신의 지지층에 대한 반인도주의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 내에서의 '스태그내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일 것이라고 앨런 그린스펀은 음울하게 예언한 바 있다. 트럼프는 레이건이 될 것인가, 닉슨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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