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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Nightly]장미와 가시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7-03-21 오전 6:08:07 ]

  • 필자의 견해는, 연준의 금리 인상(통화정책 정상화)은 경기 침체를 저지하거나, 혹은 연기시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것이다(지난 3월 8일자 ). 2따라서 만일 연준이 예상치 못하게 금리를 빨리 인상하거나, 또는 금리 인상 싸이클이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시그널을 보낸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경기 침체가 바로 문 앞까지 닥친 신호하고 간주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 수요일 연준은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률에는 불만족스럽지만, 경기가 좋아서' 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로다 하루히코의 '푸하핫'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난 금요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 2월 산업생산 지표를 보자.

    미국 산업생산

    ⓒ글로벌모니터

    미국 산업생산(전년 동기 대비)

    ⓒ글로벌모니터

    도대체 이런 산업생산 지표를 가지고 어떻게 '경기가 좋아서' 금리를 인상한다고, 뿐만 아니라, 올해 내에 두세번 더 인상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마나 유가 반등으로 미국의 광업 섹터는 반등했지만,

    미국 광업 생산: 원유

    ⓒ글로벌모니터

    반면에 지난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제조업을 지탱해 온 자동차 생산은 완연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생산(조립)

    ⓒ글로벌모니터

    게다가, 자동차 섹터에서 가장 불길한 소식은 중고차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증가했던 것은 금융기관들이 초저금리/초장기 할부 금융을 해주면서도 할부 대출자가 디폴트했을 때 회수한 담보(중고차)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에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지난 2008년 주택 버블 시의 셈법과 똑같다).

    그러나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 이 모든 수학공식과 파생계약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러면 자동차 할부 대출 조건이 까다로와지고, 그 결과로 자동차 판매가 감소한다.

    그런데 실은 '경기'는 부차적인 문제다. 다음 챠트를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에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다. 역시 지난 금요일 발표된 지표.

    미국 Commercial & Industrial Loans

    ⓒ글로벌모니터

    미국 C&I loans, 전년 동기 대비

    ⓒ글로벌모니터

    미국의 Commercial & Industrial Loans과 총대출

    ⓒ글로벌모니터

    기업에 대한 은행의 신용이 감소/둔화되고 있는데 경기가 좋아서, 또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인상한다?

    기업 대출은 약 6-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생산과 고용 및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 대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혹은 은행들)이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이런 점에서 장미빛 일색인 PMI 등 설문조사형 soft data와는 딴판이다).

    미국 기업 상업대출의 변곡 타이밍은 미국의 경제, 통화정책과의 연관성 속에서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연준의 비전통적 완화정책의 시기에는 은행 대출이 오히려 체감, 혹은 정체하는 추세를 보이며, 반면 'tapering'과 같은 단속적인 연준의 비전통적 완화 정책 중단 이후에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대출이 증가한다. 연준의 금리 인상 뒤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은행 대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정책 금리(명목 금리) 인상이 민간 은행들에게는 이윤율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은행들이 레버리지를 크게 운용하기 때문이라고 중앙은행 이론가들은 결론짓고 있는듯 하다. (여기에는 몇가지 견해들이 대립한다. 하나는 유동성 선호 -liquidity perference-에 기반을 둔 견해이며, 다른 하나는 은행들의 balance sheet capacity에 근거를 둔 견해다).

    반면 비전통적 통화정책(QE)이 은행 대출을 오히려 둔화/정체시키는 것은 QE로 인해서 국채 수익률 및 실질 금리가 하락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포지션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 가운데 하나는, 중앙은행들의 비전통적 통화정책(QE등과 같은 이른바 화폐량 타겟팅)은 금융 시스템 내에서는 민간 상업은행들의 포지션(혹은 balance sheet)과는 정반대의 역할, 즉 민간 은행들의 포지션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 측면에서는 역외 신용을 증가시키는데, 이같은 역외 신용은 은행이 아니라, non-bank(펀드, 보험회사 등)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은행의 화폐 창출과 non-bank의 화폐 창출은 그 성격과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산업생산은 정체되고 기업 대출은 감소했을까?

    그 이유는 명확하지는 않다. 아마도, 다른 중앙은행들(ECB, PBoC, BOJ 등)의 정책들에 영향을 받은 탓일 수도 있으며, 미약한 인플레이션 압력만으로도 소비가 정체되기 때문에 이를 예상한 기업들이 투자와 대출을 축소하기 시작한 때문일 수도 있다.

    즉,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실물 부문의 위축이 중앙은행들이 추진하는 크레딧 증가 정책의 효과를 압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준(연준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의 비전통적 완화정책과 금리 정책도 연준만큼은 아니지만 글로벌 유동성에 영향을 미친다)이 서둘러 12월에 이어 3월에도 금리 인상에 나서고 올해 내에 2-3차례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고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중앙은행들이 파악하기에 그만큼 실물 부문 사정이 다급하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나설만한 상황이 되지 못한다면, 또는 에너지 가격이 다시 지난해 수준만큼 하락하지 않는다면(그런데 유가 하락은 에너지 개발 투자 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로섬이라고 할 수 있다), 연준이 6월 FOMC에서 불가피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쉬어갈 수 있으려면, 글로벌 실물 경기 회복이 나타나거나(거의 가능성이 없다), 혹은 다른 중앙은행발 tapering 충격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 다음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유로화의 경우에는, 정치적 일정의 문제 때문에 올해 3분기까지는 financial tightening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연준은 시간을 끌기 위한 불가피한 금리 인상 시그널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Mnuchin 미국 재무장관이 8월까지 세제 개편안 및 예산안 확정이라고 다소 예상보다 늦게 스케쥴을 결정했을 때 이미 이같은 시나리오가 짜여진 것으로 보인다. 즉, 연준에게 3월과 6월이라는 두 차례의 시간을 준 것이다.

    그러나 연준으로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크레딧 증가, 그리고 실물 경기 자극 효과가 아직 명확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 금리 인상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반면에, 은행의 레버리지 확대와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 확대를 기대하며 고공을 달리고 있는 증시(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이 단계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제하고 이에 따라 기업 이윤 증가를 예상하고 내달린 증시)는 일시적으로는 '사건'을 빌미로 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번 주 목요일에 이같은 사건이 예정되어 있다. 목요일에 미국 하원 공화당은 이른바 오바마캐어 폐기안(의보 완전 폐기를 주장하는 비판론자들은 obamacare lite라고 부른다)을 본회의 표결에 부친다.

    <Politico>등 미국 정치 저널에 따르면 이번 폐기안은 현재 형태로는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공화당 내에 약 40여명의 반란표가 있는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는데, 반란표가 20명을 넘으면 본회의 통과가 어렵다).

    그리고 오바마캐어 폐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감세안이나 재정 지출 확대 계획등은 모두 허공에 뜨게 된다.

    그러면 갑자기 시장에서 trumpflation에 대한 실망감이 어쩌느니 하면서 시장이 조정을 받을 핑계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는 Mnuchin이 8월로 타임 라인을 정했을 때,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오바마캐어 폐기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8월까지는 너무 시간 여유가 많다.

    그러니 지금부터 5월 초까지는 정말로 '장미'의 계절일 것이다. 세상은 장미빛이지만, 그러나 그 장미는 가시를 숨기고 있다. 그 가시에 손가락을 찔려 단지 반창고만 붙이고 아물 수 있을지, 아니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장미 가시에 찔려 아예 생명을 잃게될지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목요일 미국 하원 표결 결과가 5월까지의 글로벌 금융 시장 지도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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