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BOJ 현상유지..구로다의 `금리차 결정론` 격하(Update)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오상용 기자 [기사입력 2017-03-16 오후 12:54:19 ]

  • 이변은 없었다.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을 종전대로 유지했다. 16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BOJ는 찬성 7표, 반대 2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기존 YCC-QQE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단기정책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초과지준부리율은 마이너스 0.1%로, 장기금리 목표인 10년물 국채금리 타깃도 0% 안팎으로 정해져 이전과 변동이 없다.

    QQE를 통한 국채매입 규모와 관련해서도 BOJ의 국채매입 잔액을 연간 80조엔 속도로 늘린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밖에 ETF와 REITs의 연간 매입한도 역시 각각 6조엔과 900억으로 유지했다.

    경기진단 부문에서는 "완만한 회복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전 판단을 동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 근처에, 물가 기대심리는 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은 향후 0%안팎에서 점진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수급갭 개선과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개선에 힘입어 2%물가상승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 금융시장 반응은 미미하다. 애시당초 `이번 BOJ 정책회의는 현상유지에 머물러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절대적이었다. 금융시장에선 BOJ의 추가완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지 오래며 `연내 완화조치 축소(장기물 금리타깃 인상)` 가능성이 계속 회자되는 중이다. 일단 시장은 오후 3시30분으로 예정된 구로다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BOJ가 올 하반기중 장기물 금리타깃을 밴드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고 최근 언론을 통해선 장기물 금리타깃과 관련해 BOJ가 추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은 이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Update> 구로다 기자회견

    구로다 기자회견은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고, 기존 발언과 설명의 반복이었다.

    시장이 궁금해 하는 10년물 금리타깃 조정여부에 대해 구로다는 "해외 금리가 오른다는 이유로 BOJ가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은 없다"고 말했다. 물가가 2% 목표를 향해 가는 모멘텀은 유지되고 있지만 그 강력함은 부족해 기존의 완화조치를 지속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 지난 1월 기자회견 때도 같은 말을 했다.

    기자들은 `그럼 BOJ가 10년물 금리타깃을 상향조정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라고 집요하게 물었다. 하지만 영리한 구로다는 책잡힐 말을 하지 않았다 "향후 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지만 2% 물가목표 실현까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만 했다 - 별 다른 힌트를 주지 않았다.

    이어 "물가 상승률이 특정 수치에 도달하면 기계적으로 금리타깃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1%에 가까워졌다 해서 금리타깃을 높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가의 기조적 변화를 살펴야 한다"고 빠져나갔다. 그러고선 "고강도 완화조치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 마이너스 금리를 더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시장도, BOJ도 정책조정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작년 9월 마련한 YCC-QQE의 정책효과를 지켜보는 게, 당국입장에선 착실히 기존 정책을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는 구로다가 임기말까지 추가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를 강화시킨다. 동시에 구로다는 이런 정책환경 변화가 `BOJ의 완화정책 축소가 머지않은 것`으로 읽히는 데 대해서도 (지난번 회의에 이어)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시장에 의해 그렇게 읽히고, 경제주체들도 그렇게 반응하는 순간 기존 YCC-QQE의 정책 효과는 더 후퇴해 버리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를 막으려면 다시 큰 비용(추가적인 완화조치)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내놓은 정책을 지탱하기에도 *벅찬 게 BOJ의 현 주소다. 그러니 10년물 금리타깃 조정(인상)의 허들은 높다는 식의 불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시장내 BOJ가 은밀한 테이퍼링에 나섰다는 관측이 비등한 것도 BOJ의 벅찬 현실이 간파되고 있어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술적 한계로 연간 80조엔 가량인 국채매입 한도를 축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글로벌 금리가 재차 오르는 국면을 맞게 될 때,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1%에 다가설 때 BOJ가 과연 10년물 수익률을 0% 안팎에서 효율적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또한 여전하다 - 무제한 국채매입 등의 수단이 있지만 이 경우 예정에 없던 실탄을 너무 많이 소진하게 된다.

    구로다는 외환시장 움직임과 관련해선 "환율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며 "단순히 금리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 했다. 이 말은 여전히 다중 포석이다.

    미일간 금리차 확대로 엔 약세가 심화돼 미국 행정부의 눈치가 보이는 순간에도, 미일간 금리차가 축소돼 엔이 급히 강해질 때도 두루 써 먹을 수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시장의 예상에 못미치는 순간에도, BOJ의 장기물 타깃조정이 예상보다 이런 시점에 이뤄질 때도 환율안정을 위해 써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BOJ의 통화정책은 미일간 금리차를 노린 엔 약세 유도책, 즉 환율조작"이라고 공격할 때 여기에 맞설 방어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견제구로 엔이 급히 강해지고 이것이 도쿄 금융시장내 BOJ 추가완화 기대로 이어질 때 해당 기대를 무마할 명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여하튼 현 시점에선 양자간 금리차, 즉 정책 다이버전스가 구로다와 아베 내각에게는 거추장스럽고 부담러운 주제가 됐다는 이야기다 - 물론 현 시점에서 그러하다는 거며 여기에 대한 저들의 입장은 시류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사실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은 이미 같은 방향으로, 수렴의 길로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로다는 계속해서 "지금의 고강도 완화조치를 지속한다"고 말하지만, 작년 9월 YCC-QQE로 갈아탈 때부터 이미 BOJ는 양의 한계를 인정하고 게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의 채권시장은 지난 6개월간 이 미묘한 변화의 틈을 타고 심심찮게 불안한 모습을 표출해 왔는데, BOJ 앞에 놓인 길이 추가완화 보다는 완화조치의 축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날 도쿄거래에서 달러-엔 환율은 113.4엔을 중심으로 등락했다. 유럽개장 초반 112.89엔까지 밀렸지만 더 크게 빠지지 않는 것이 확인되자 다시 113엔 초반으로 올라섰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