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Nightly Brief]History Playbook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7-03-16 오전 6:03:02 ]

  • 역사는 종종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수입품 고관세 정책, 이른바 Smoot-Hawley Tariff Act of 1930)도 그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경로는 흔히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르다.

    먼저, 이 법안은 이미 대공황 발생(1929년 10월 29일의 뉴욕 증시 대폭락) 이전에 하원을 통과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공황 발발 5개월 전인 1929년 5월 미국 하원은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대공황이 발발한 직후인 1930년 3월 독자적인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1930년 5월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절충안이 마련되어 의회를 통과했으며, 당시 후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했다.

    그러면 이 법안은 얼마나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쳤을까?

    일단 예상과는 다르다. 1929년 기준으로 미국 GN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였으며,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에 불과했다.

    게다가, 놀랍지도 않게 당시 미국은 무역 흑자국이었다. 또한 미국은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 체제에서 채권자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이미 의회 토론 과정에서도 고관세 보호무역 정책은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오히려 손실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30년 5월 미국의 유수한 경제학자 1000여명은 후버 대통령에게 이 법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청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법의 효과는 어느 정도였을까? 이 법안이 통과된 뒤에 미국과 유럽 사이의 교역은 5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다. 실제 적용된 수입관세는 법안에서 의도된 것보다는 훨씬 낮았다는 견해도 있으며, 과연 대공황기의 지속된 경기 침체가 이 법안 때문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따지고 보면, 수입 수출을 다 합쳐 GNP의 10%에 불과했는데, 이것만으로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쑥대밭이 되었다고 믿기는 힘들다.

    밀튼 프리드만은 대공황기를 다룬 경제사 논문에서 이 법안이 미친 영향을 그다지 크게 평가하지 않았다.

    정작 이 법안의 용도, 즉 이 법이 제정된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당시 최고의 경제학자였던 Irving Fisher가 지적했던 것처럼, 미국에서 수입을 제한하면, 미국에 상품을 파는 국가들(당시에는 유럽이 중심이었다)은 달러화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따라서 미국 달러화로 표시된 부채를 갚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면 달러화는 더욱 강세를 띠게되고, 반면에 상대국 통화는 달러화 대비 가치가 하락한다.

    각국 통화는 금에 대해 고정비율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일 한나라의 통화 가치가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하락하면, 이는 가치가 하락하는 통화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손실이 되었다.

    금융상에 있어서는 그 결과는 유럽의 투자자들과 금 보유자들이 (당시에는 금 태환제였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자금과 금을 미국내로 유입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Smoot-Hawley 법안은 경제적으로는 그 효과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이었던 반면에 금융상으로는 결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1930년 이후 유럽에서는 대규모 자금과 금이 미국으로 이동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금이 사라지자, 은행에 대한 신뢰성 위기가 발생했다.

    그 결과가 1931년 가을 오스트리아의 Creditanstalt 은행 파산이었다. 이 사건으로 유럽 은행의 1/3이 파산했다. 이같은 신용위기가 발생하자 유럽의 금은 더욱 빠른 속도로, 더 대규모로 미국으로 이동했다.

    다른 말로 해서, Smoot-Hawley 법안은 무역정책이라기 보다는, 실은 금융정책, 또는 사채업자가 채무자를 더욱 빈곤하게 만들어 더 비싼 이자로 대부를 해주는 방법과 실은 동일한, 금융상의 약탈이었던 것이다(그래서 nightly는 명동의 사채업자들이 중앙은행 관료들보다 훨씬 일을 잘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농담이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은 이처럼 미국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 자금은 실물에는 투자되지 않았고 금융자본 형태(국채와 달러화 화폐)로 축장되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커녕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러나 역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럽의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금과 자본을 옮기고 이를 미국 국채와 달러화 형태로 보유하자, 그 다음 정권인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취임 직후 디플레이션을 이유로 금과 달러 사이의 교환 비율을 40%나 할인했다.

    이로 인해 기존에 미 국채와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하룻밤에 무려 40%의 손실을 입었다. 즉, Smoot-Hawley 법안으로 이미 엄청난 손실을 보면서 미국으로 자금을 옮긴 투자자들은 루즈벨트의 금 태환 물타기로 또 한번 손실을 입게된 것이다.

    당시 <Financial Times>(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던)가 이 조치를 '가장 비열한 형태의 디폴트'라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같은 연속적인 미국의 조치로 유럽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파시스트 정권의 수립에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으며, 이후 경제블록화와 아우타르키(외부와 고립된 자급자족 경제 체제)의 원인이 되었으며, 이처럼 경제가 각 지역별로 고립화되자 원자재를 구득하기 위해 식민지가 없었던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독일과 일본)은 원자재 생산지를 향한 침략을 시작했다. 그것이 2차 대전이었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트럼프가 왜 보호무역 정책을 들고 나왔는지, 그리고 왜 그것을 실제로는 할 수 없는지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만일 트럼프가 보호무역 정책을 쓴다면,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1930년대 유럽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반면 1930년대 당시는 미국은 떠오르는 제국이었던데 반해서, 지금은 침몰하는 제국의 신세다. 또

    미국은 역외 시장에서는 채권자지만, 국가 전체로서는 채무자 신세다(연방정부는 심각한 채무자이며, 반면 민간을 포함하면 해외부채가 해외자산보다 약간 많다). 따라서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역공을 받을 여지도 그만큼 크다.

    그리고 중국은 아직은 자체적인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 다만 원자재(석유)를 수송하기 위한 공급선(남중국해)를 사수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다(중국이 남중국해에 사활을 거는 것도 역사적 선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30년대 일본의 사례).

    게다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혹은 상대방 파산시키기 정책)은 유럽에도 타격을 입힌다. 그러므로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 양쪽에서 협공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하고 싶어도' 트럼프 정권은 보호무역 정책을 취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일단 관계가 악화되면, mutual destruction(상호파괴)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단계에서는, 결국은 타협을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타협의 형태는 달러화 대출은 늘리는 대신에, 달러화 가격(금리)은 높이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미국 금융시스템은 레버리지가 상당히 높고 크레딧 싸이클이 상향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지나친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도 함께 붕괴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금리를 인상하되, 차후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월가 투자은행의 이해관계와는 일치하지 않지만(예컨대 JP 모건 국제담당 CEO인 제프리 프랜켈은 16일 '올해 4차례의 금리 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와 글로벌 반발을 고려할 때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대신에 이처럼 금리 인상과 '그러나' 차후 금리 인상 전망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면, 국채 수익률 곡선은 평탄화될 수밖에 없다(yield curve flattening).

    그리고 이는 투자은행들의 포지션 확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국 화폐 창출은 억제되며, 따라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아진다. 적어도 옐런 의장이 재임하는 동안은 이같은 스탠스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yield curve flattening 현상이 발생하면, 은행 수익률이 감소한다(balance sheet capacity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FOMC 금리 인상 발표 직후에 금융 섹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연준이 마치 완화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처럼 보여서 주식가격이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6개월 뒤의 시점으로 놓고 보면, 실은 글로벌 화폐량을 억제하기 때문에 달러화에는 오히려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인도주의적' 옐런 체제 하에서는 이같은 스탠스는 불가피한 것이다.

    15일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면, 지난 2월 중의 실질 임금은 지난 1월에 이어 전년 동기 대비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실질 임금이 감소하면, 소비자들은 부채를 더 많이 발행하거나 혹은 소비를 줄인다. 그런데, BOA 내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중에 신용카드 크레딧 사용액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부채를 일으키기를 원치 않거나, 혹은 일으킬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을 뜻한다.

    만일 이같은 추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이후에는 광범위한 소비 위축과 이에 대응한 산업생산 감소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여 경제가 좋다는 인식을 강화시키는 한편, 물가를 실제적으로 내려야 하는 2중 부담에 처해있다.

    반면 PCE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 서비스 비용에 대한 전망은, 미국 의회에서 오바마캐어에 대한 처리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

    그러므로 연준은 3개월마다 금리 인상 경로를 재점검할 수밖에 없으며,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재정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한 것도 솔직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에서도 15일 발표된 소비지출과 물가 현황을 고려하면, 지난 2월 중에 임금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nightly의 계산으로는 지난 2월 중에 영국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로 약 0.9% 가량 감소했다. 이는 영국에서 향후 소비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반면 영국의 수출은 brexit가 본격화되면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brexit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파운드화 환율 하락을 고려하면) 오히려 부정적이다.

    nightly는 brexit를 1930년의 Smoot-Hawley법안과 마찬가지로, 제도적 방식을 통한 금융 갈취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만일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debt ceiling을 핑계로 연방 정부 채무에 대해서 디폴트한다면(일시적으로나마 부분적으로라도), 이는 아마도 루즈벨트가 달러화의 금 태환 비율을 40% 할인한 것에 맞먹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이 어떤 경로를 취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FOMC 발표 이후의 금융 시장 움직임은 확인된 추세라고 보기 어렵다. 옐런 의장은 미국 경기가 '좋다'고 말하고 있지만, 15일 발표된 소매판매 지표를 보면 전혀 '가속화'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그 좋다는 서비스 섹터의 물가를 보면 미국 경제가 보인다.

    미국 소비자 물가: 서비스 물가(주거비 제외), 전년 동기 대비, %.

    ⓒ글로벌모니터


    서비스 물가는 지난 금융 위기 이후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의료 서비스 물가는 급등했는데도 그렇다.

    그런데 2% 인플레이션 추세는 여전히 유지 가능한 것일까?

    미국 소비자 물가: 전품목(주거비 제외). 1982-84년=100.

    ⓒ글로벌모니터

    추세선 깨졌다.

    하루 이틀짜리 오두방정은 예정된 것이었다. 진정하고 역사책 보시라.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