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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Edge]중국 은행권의 에버그린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오상용 기자 [기사입력 2013-01-30 오후 5:11:51 ]

  • 에버그리닝론(Ever-greening loans)이라는 게 있다. 저절로 롤오버되는 대출 정도로 해석되는데, 중국 시장을 분석하는 외국계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중국 은행권의 여신정책을 비꼬는 말로 쓰이곤 한다.

    중국 은행들이 취급하는 대출 가운데는 만기가 돌아와도 회수할 생각을 하지 않는 대출이 있다. 크게 두가지다. 좀비기업에 크게 물린 대출이거나, 지방정부에 빌려준 돈이다. 회수에 들어가는 즉시 디폴트가 발생하는 불량여신이니 아예 회수할 생각을 않는다. 사실은 무수익채권(NPL)인데도, `에버그리닝`돼 버젓이 우량채권으로 기재돼 있다.

    덕분에 중국 은행권의 부실채권(NPL)비율은 적당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은행권내에서도 전체 여신의 10%, 많게는 15%까지가 부실일 거라는 이야기가 돌지만 그래도 그냥 쉬쉬한다. 무한한 에버그리닝이야 말로 중국내 좀비들이, 부실한 지방정부들이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비결이다.

    물론 선택받은 좀비중에는 힘없고 `빽`없는 민간기업은 별로 없다. 웬만큼 당에 줄을 댈 수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부실 국유기업은 말할 나위 없이 에버그리닝의 오랜 수혜자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은행들이 작년말까지 만기가 도래한 지방정부 채무의 최소 4분의3, 대략 3조위안(4820억달러)의 원리금을 만기연장했다고 보도했다. 자체적으로 인민은행 통계자료를 추려내 돌려보니 그 정도 수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당국이 은행들에게 대규모 지방정부 부채를 차환하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한 기사의 후속작이자, 1년간의 추적물이다.

    에버그리닝의 오랜 역사를 알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에겐 새롭거나 충격적이진 않을 것이다. BNP파리바의 켄펭 역시 FT와 인터뷰에서 "롤오버는 관행이 돼 왔고, 이번 (3조위안 규모의 지방정부채) 롤오버 역시 그 증거중 하나"라고 말했듯.

    그럼 중국 은행시스템은 언제까지 이런 식의 `눈가리고 아웅`을 지속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은행 자산건전성이 적잖이 훼손된 상황에서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단기부양책으로 거래기업들의 사정이 다소 개선될 수 있지만 부양책 역시 새로운 빚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길게 보면 악순환이다.

    그럼 중국 당국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서구의 중앙은행들은 정부살림 밑천까지 대는 마당에 시중은행들이 지방정부 부채만기를 연장한 게 무슨 대수냐고 할 지도 모른다.)

    당국은 만천하에 실상을 까발려 일시에 부실을 털어낼 생각도, 이런다고 해결될 것이라 믿지도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했듯 시간을 벌며 서서히 부실을 꺼뜨리고 싶어한다 - 물론 성공한 나라는 거의 없다. 지방정부 부채의 경우 중앙정부가 나서 재정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은행권 만기연장과 지속적인 GDP 성장을 통해 나라 경제에서 지방정부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하려 한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의 성장이 부채확장에 의존하고 있고,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의 빚이 계속 늘고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 FT는 당장 올 하반기 중국 경기가 다시 둔화되기 시작하면 지방정부 부채와 은행권 자산건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카네기 재단의 수석 어소시에이트인 황위쿤은 이날 F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은행은 너무 비대해져 관리불능"이라며 "베이징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4대은행을 각각 3개의 지방은행으로(총 12개은행으로) 분할해 정치색을 빼고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국의 생각은 글로벌 선도은행에 걸맞는 덩치를 키우겠다는 쪽에 가 있다.

    좀비와 지방부채 문제에 대한 땜질식 처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 뾰족한 수가 없기에. 그렇게 무한땜질이 반복되고 도를 더하다 보면 중국 비관론자들이 경고한 그날 - `녹색과잉(에버그린)으로 중국 전역이 벌겋게 변하는 날` - 도 성큼 다가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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